2014. 2. 4. 13:39

안녕 개그맨 특집 진정성 없는 제식구 챙기기가 불안한 이유

다양한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안녕하세요'가 개콘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들을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묶음으로 진행하는 것이 잘못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도가 결과적으로 홍보를 위한 홍보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반 출연자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핵심인 '안녕하세요'에서 개콘을 위한 방송으로 꾸민 것은 의외였습니다. 이런 의외성은 그만큼 '안녕하세요'가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역으로 전방위적으로 개콘을 돕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할 겁니다.


KBS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개그 프로그램의 지존으로 자리 잡은 개콘의 출연자들을 위한 방송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들이 출연한 '안녕하세요'는 두 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개콘 덕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봐왔던 개그맨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마치 짜고 치는 듯한 그들의 사연 속에서 진정성은 어디까지 봐야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김영희, 유민상, 정진영, 김경아 등 개콘 출연진들이 차례대로 고민을 안고 출연했습니다. 김영희는 오랜 시간 좋아했던 후배 개그맨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유민상은 자신이 출연하는 코너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는 팬이 없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데뷔는 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정진영은 이번 기회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은 눈물을 얻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출연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김경아는 같은 개그맨인 남편의 RC카 집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앞선 이들과 달리, 그나마 '안녕하세요'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형식과 유사한 것은 김경아가 유일했습니다. 취미에 집착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고민 상담은 개그맨이 아니라 해도 일반인들도 많이 느끼는 고민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후배 개그맨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김영희의 고백은 대단한 용기였습니다. 여자로서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고백한다는 사실은 더욱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연과 해결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들이 정말 그런 관계일까?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주고받으며 정리하는 과정이 마치 각본에 있는 것처럼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유민상의 고백 역시 그동안 다양한 공간에서 보여준 이야기라는 점에서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안생겨'의 확장판이라도 보는 듯 자신에게는 왜 팬도 생기지 않는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재미는 있었지만, 정말 고민인지 시청자들마저 고민하게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방청객들의 고민 숫자 역시 형식적인 누르기는 존재했지만 공감하며 참여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그맨이 웃기고 무명 개그맨인 정진영이 출연해 눈물을 주는 과정은 잘 짜여진 각본 같았습니다. 이제는 성공한 동기들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늦깎이 개그맨 정진영은 열심히 하지만 쉽게 대중들 앞에 서지 못하는 자신이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순간 긴장해 자신의 몫을 해내지 못하며 1년이 넘도록 개콘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한탄하는 그의 모습은 당연히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지만 정작 자신을 발전시키고 완성시켜가는 과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에게는 문제 해법이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강신주의 상담을 받으면 자기 안의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할 듯합니다. 울렁증으로 제대로 자신을 보이지 못한다는 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우치고 자꾸 그 상황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방법 외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5천 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자신의 취미 생활에 몰두하고 있다는 김경아의 고민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이라기보다는 그 어떤 부부라도 유사한 고민을 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런 엄청난 금액을 들여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집안 일보다는 개인의 취미생황에 흠뻑 빠져 사는 이들이 주변에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연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부인은 생활비를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남편은 고가의 RC카를 사 모으고 즐기는데 여념이 없다면 이는 큰 고민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콜렉터가 되기 시작하면 이 역시 중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경아의 고민은 당연했습니다.

 

4명이 출연해서 진행된 '안녕하세요'는 개콘을 보는 듯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개콘이 아닌 '안녕하세요'라는 점에서 이번 한 번의 특집으로 충분했습니다. 유사한 방식으로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목적을 가진 이들의 출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안녕하세요'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이는 곧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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