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6. 10:14

안현수 운석메달에 담긴 가치, 빙상연맹의 추악함이 낳은 영웅이야기 감동이다

안현수가 보기좋게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해서 이제는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에 적합한 이름이 되어야 했던 그는 러시아 국적으로 쇼트트랙에서 첫 동메달을 안겨주더니, 금메달까지 따내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저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안현수에게는 사치였습니다. 그런 사치가 만들어낸 결과는 거대한 결실로 다가왔습니다.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에서 이제는 올림픽 3관왕 대한민국의 안현수가 아닌 쇼트트랙 볼모지나 다름없는 러시아의 대표선수 빅토르 안이 된 그는 그렇게 소치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습니다.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최초로 빅토르 안은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영웅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신문들은 황제의 귀환에 대해 대서특필을 했고, 러시아 최고 권력자는 빅토르 안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영웅은 이제는 러시아의 영웅이 되어 날카로운 부메랑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1,500m 동메달에 이어 빅토르 안은 1,000m 결승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역사를 다시 만들어냈습니다. 러시아 선수로서 소치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딴 몇 안 되는 선수가 된 것도 대단하지만, 8년 만에 어렵게 복귀한 올림픽 무대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그는 러시아에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안현수의 귀화로 러시아 쇼트트랙은 그동안 전혀 밟아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기록들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아직 계주와 500m가 남은 상황에서 벌써 쇼트트랙에서 금은동을 모두 따냈다는 것만으로도 빅토르 안 효과는 엄청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예선전부터 편안하게 스케이팅을 하며 모든 선수들을 압도해가는 빅토르 안은 여전히 황제였습니다.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이미 그 진가를 보여 왔던 빅토르 안은 올림픽에서 메달로 자신이 여전히 황제임을 증명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인 캐나다의 찰스 아믈린과 세계 랭킹 2위인 빅토르 안의 대결은 1,500m에서는 아믈린이 1,000m에서는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나눠가지며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빅토르 안의 금메달 소식에 열광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추락한 상황에서도 안타까움보다 귀화를 해서 이제는 러시아 선수가 된 빅토르 안을 연호하고 환호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대한민국 빙상연맹의 고질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이런 지독한 악취들에 기겁한 국민들이 빅토르 안을 연호하고 그의 메달 소식에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빅토르 안의 성공에 국민들이 환영하고 축하를 보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빙상연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파벌과 폭행 사건에 연루되었던 인물들이 현재 방송사 해설을 하고 대표팀 코치로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최광복 코치와 MBC 김소희 해설위원이 지난 2004년 여자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단 구타 파문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빅토르 안의 금메달 소식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폭행과 사생활 간섭을 참지 못한 대표팀 선수들인 최은경, 여수연, 변천사, 허희빈, 강윤미, 진선유 등 여자 대표선수 6명은 코치의 강압적인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고 태릉선수촌을 무단이탈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자 빙상연맹이 적극적으로 설득해 문제가 봉합되기는 했지만 빙상연맹의 문제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체대 출신과 비한체대 출신들의 파벌 싸움은 대표팀 내에서도 따로 훈련을 하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송재근 코치의 지도 아래 송석우, 오세종, 변천사, 진선유, 이호석, 서호진 등 6명이 훈련을 하고, 박세우 코치를 따라서 안현수, 전다혜, 강윤미, 최은경 등 4명이 각각 나뉘어서 훈련을 하는 웃지 못할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같은 국가대표임에도 한체대 파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빙상이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파벌이 결과적으로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되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안현수의 아버지는 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1000m와 3000m에서 코치의 지시로 다른 파벌 선수들이 안현수를 막게 했다"고 고발하며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서로가 아껴주고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상인데 파벌로 인해 안현수 선수가 우승을 하는데 자국 선수가 막아서는 행위는 황당함을 넘어 추악하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파벌싸움이 너무 커져서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힘드네요. 부끄러운 일들도 많고 아무리 참고 견뎌보려고 해도 지금은 다 관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드네요"


안현수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파벌싸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파벌싸움으로 인해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발언은 그에게는 힘겨움 그 이상이었을 듯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자신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아쉬움 역시 크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안 선수가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밴쿠버 올림픽 2관왕이었던 이정수 선수가 코치진과 빙상연맹에 의해 2010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사건은 짬짜미 파문으로 큰 사회적 논란을 만들어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빙상연맹의 횡포는 변하지 않았고, 그렇게 썩을 대로 썩은 연맹은 대한민국 쇼트트랙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한체대 교수이자 빙상연맹 부회장인 전명규와 삼성 사위이자 동아일보 사주의 아들인 빙상연맹 회장인 김재열이 있는 한 이번 논란도 그저 그렇게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논란이 된다고 바뀌는 문화는 아니라는 자괴감이 큰 이유일 겁니다. 그동안 아무리 부패하고 문제가 불거져도 반짝 논란만 있을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빙상연맹 파문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자포자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버린 쇼트트랙의 황제는 자신이 타고 싶은 쇼트트랙을 위해 러시아로 향했고, 그는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에 출전해 러시아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실격과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노메달이 유력한 대한민국의 쇼트트랙과 비교되는 빅토르 안의 성공은 그래서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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