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7. 13:52

짝 출연자 사망원인 난무하는 억측들 속 폐지 결정, 이번 사건이 만들어낸 판도라 상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은 연인 화제입니다. 사망 사고를 조사하던 제주도 현지 경찰은 자살로 확정되었다고 중간발표를 했습니다. 타살로 여길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자의 죽음은 자살로 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전혀 다른 상반된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증거들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안타깝게도 죽은 고인만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주장을 한다고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진심을 알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화 중 스스로 목숨은 끊은 여성의 지인은 자신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번 죽음은 제작진들의 잘못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말처럼 그녀가 공개한 SNS의 내용을 보면 출연자가 방송 출연에 상당히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SBS가 일방적으로 보도를 해 진실을 풀고 싶어 인터뷰를 진행한다. 친구 전 씨가 최근에 '짝'에 출연의사를 밝혔고 제작진으로부터 출연하게 됐다고 통보를 받았다. 작가와 사전 인터뷰도 마치고 출연하려고 했으나 방송 출연에 부담을 느껴 고사했다"


"하지만 제작진 쪽에서 이미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팅도 마쳐서 중도에 나가는 건 어렵다고 연락했다. 그래서 친구는 차라리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친구가 다른 출연자들과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출연자들과 친해졌고, 정말 즐겁다고 했다"

사고 후 사망자의 친구가 한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짝'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주변의 권유를 받아 직접 출연의사를 밝히고 통보까지 받은 상황에서 막판 부담을 느끼고 고사를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촬영을 앞둔 상황에서 출연을 고사하는 그녀에게 제작진 측에서는 비행기 티켓도 모두 끊어났기 때문에 중도 포기는 어렵다고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참여를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전 인터뷰도 모두 마치고 촬영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출연 포기를 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촬영에 임했다는 점에서 그녀가 상당히 힘들게 촬영을 했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해 보입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수시로 마음이 흔들리는 출연자들에게 출연 번복을 막으려 노력하는 것까지 비난을 할 수는 없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강제로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참여를 원했던 출연자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출연을 못하겠다고 나온 상황에서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요구를 강요나 잘못된 행동으로 몰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촬영 장소 빠져나와서 제작진 차 타고 병원 가는 중.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 거 같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나 선택 못받아도 이제 (짝에 출연한)남자에게 직진하겠다고 했어. 제작진이 내 눈물 기대한 거 같은데 씩씩해서 당황한 눈치"

사망한 출연자가 친구와 나눈 SNS를 보면 촬영 중에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듯합니다. 무슨 이유로 힘들어했는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촬영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인이 방송 카메라 앞에 나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짧게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함께 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이 촬영되는 상황은 그 무엇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느꼈을 불안함과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지는 직접 당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유서에는 제작진이 잘 챙겨줬다는 말을 남기고, SNS에는 제작진과 대치하는 듯한 내용들을 적은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들이 원하는 그림을 위해 출연자들에게 불편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한 차례 조작 논란이 일었듯, 일정한 부분 제작진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니 말이지요.

 

"비련의 주인공 캐릭터로 잡아갔다. 맺어지는 커플들을 부각시키려고 내가 혼자 있는 장면을 너무 많이 찍는다. 화장실 앞까지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괴롭다"

"다른 사람들은 커플 되고 자기는 혼자 있는데 계속 (카메라가) 따라다녀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잠도 못 자고 많이 아팠다더라"

 

사망한 출연 여성은 자신의 친구와 나눈 통화와 SNS에서 촬영하는 과정에서 느낀 인격적인 모멸감에 대해 고통스러워했음이 명확합니다. 제작진들이 개입해 해당 여성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캐릭터 삼고, 홀로 있는 자신을 너무 많이 찍는 상황이나 화장실 앞까지 카메라를 가져오는 상황은 그녀에게 괴롭힘으로 다가왔던 듯합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인지가 없는 일반 출연자에게 상세한 설명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사전에 없었다면 이는 엄청난 문화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이틀 간단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찍는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격적인 모멸감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아픈 출연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촬영을 강행한 제작진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당연합니다. 그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출연자들을 소품 정도로 취급한 것은 무엇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변명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유사한 자살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는 점에서도 '짝' 제작진들은 보다 신중하게 촬영을 해야만 했습니다. 심리 치료사 등도 존재하지 않은 채 오직 방송을 위한 제작진들이 세렝게티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일반인들을 몰아가는 과정은 당연하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지요.

 

지난 6일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출연자의 자살로 물의를 일으킨 '짝'을 종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내부의 발언으로 '짝'은 폐지가 확정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채널로 밝힌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변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짝'을 강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폐지는 당연합니다.

 

 

'짝'이 폐지가 된다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합니다. 그녀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한 채 남겨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기에 일반인들을 출연시키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짝'으로 인해 이후 유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한계를 모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 역할도 될 듯합니다.

 

이번 사건은 판도라 상자가 열린 듯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일반 언론만이 아니라 대중들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을 침소봉대해가며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실보다는 억측과 강요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여론은 진실 찾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났습니다. 이미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과연 진실과 해법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든 이번 논란은, 판도라 상자의 혼란만큼이나 복잡한 우리네 일상의 혼돈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 이 번 논란 속에서 과연 우리가 원한 것이 무엇이고, 이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도록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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