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0. 13:08

소녀시대 굴욕은 예고된 참사였다

소녀시대가 왜 굴욕을 당했다는 것일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도 그럴 것이 대종상 시상식을 보지 않았던 이에게 이런 낯선 기사들은 의아할 테니 말이지요. 천하의 소녀시대가 등장해서 축하무대를 선보였는데 정적이 흐른 모습은 모두가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지요.

대종상 시상식, 상업방송이 만든 낯선 문화 




영화인들의 축제에 초대된 가수들은 공연을 보여주는 입장이에요. 좌석에 앉은 관객들의 다수는 영화인들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잔치를 축하해주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주어야 했어요. 호불호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건 개인의 마음이지만 경색된 분위기를 만든 건 주최 측의 문제일 수밖에는 없어요.

무대 위에서 열심히 춤추며 노래하는 소녀시대와는 달리 하기 싫은 수업을 듣는 아이들처럼 하나같이 경색된 배우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어요. 집단적으로 소녀시대를 왕따 시켜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죠.

시상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도살장에 끌려나온 것처럼 경직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아쉬웠어요. 어쩌면 대종상 시상식이기에 그런지도 모르지요. 많은 영화인들이 대종상 시상을 거부한 적이 있었죠. 소위 영화 권력을 쥔 자들로 인해 파행된 시상식에 젊은 영화인들이 집단으로 거부하며 존폐위기에 처하기도 했었어요.

현 정권 들어 전폭적인 지원으로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추구하는 대종상은 SBS에서 생중계가 될 정도로 위상을 높였어요.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은 다양한 배우들이 참석하도록 유도한 점도 있겠죠. 공정한 시상이라는 것은 순위를 매겨 상을 주는 대회에서는 당연하면서도 필연적이지요.

그럼에도 몇몇 나이든 영화인들의 전횡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대종상은 문제가 많아요.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일부 영화인들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대종상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영화제로서는 아카데미 영화제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퍼포먼스가 뛰어난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가수들이 나와 축하 공연을 하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하거나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여 정말 즐기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해요.

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국내 영화 시상식에서의 가수들은 그저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들이 많지요.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 가수들을 초대했을 때는 당연히 더욱 문제가 많을 수밖에는 없어요. 대종상 시상식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가 될 텐데요.

SBS가 생중계를 한다는 이유로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초대해 방송을 위한 방송을 해버린 상황에서, 들러리 관객이 된 영화인들을 탓할 수는 없어요. 거수기로 나와 흥도 안 나는데 흥미로운 척 연기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지요.

영화 음악이나 영화인들이 선호하는 가수를 사전 리서치를 해서 모두가 호응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아닌 방송을 위해 선정된 아이돌 가수들에 호응을 하지 않았다고 영화배우들이 욕먹을 이유는 없어요.

일부에서는 영화배우가 가수들을 무시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일부에서는 서로를 무시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런 일부의 생각을 모든 이들의 주장으로 확대해서는 안 되겠지요.

일본을 강타하고 신곡 선주문만 15만장이 넘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걸 그룹의 무대를 싸늘하게 만든 영화인들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영화제 축하 무대와는 상관없는 아이돌 위주의 초청가수가 문제일까요? 어설프게 남자 아이돌들에게 꽃을 들려주고 여자 배우들에게 전달하는 매년 되풀이되는 퍼포먼스로 일관하는 형식은 짜증만 불러왔지요.

시청률에 급급해 영화제 시상식을 영화제 본연의 재미에 맞추지 않고 아이돌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것이 문제라고 보이네요. 대종상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분위기를 겉돌게 만드는 아이돌 위주의 축하공연은 냉랭한 분위기를 자초했어요.

물론 넓은 마음으로 어차피 그렇게 된 거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호응을 보여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무표정으로 일관한 영화인들을 싸잡아 욕할 수는 없을 거에요.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야할 이유도 없고 소녀시대가 나왔으니 환호를 보내야 하는 이유도 없으니 말이지요.

소녀시대를 굴욕스럽게 만든 건 객석에 앉아 무표정함으로 일관한 영화인들이 아니라,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이 어쩔 수 없이 나온 듯한 대종상 시상식과 이를 중계한 SBS의 과도한 상업성이 낳은 결과에요. 더불어 여전히 근엄함을 요구하는 남성주의 사회가 그들의 웃음과 환호마저도 앗아간 것은 아닌가란 생각도 해보게 되지요.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을 천박함이라 이야기하는 일부가 영화인들은 아니라고 보기에 그들의 경직된 모습은 이해하면서도 아쉽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