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2. 09:10

꽃보다 할배 스페인 백일섭 비난보다 이서진의 제작진 경고가 답인 이유

스페인 여행을 떠난 할배들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배낭여행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는데 평균 나이가 70이 넘은 할배들에게 배낭여행은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국민 짐꾼이 된 이서진이 빠진 하루 힘겨운 투쟁을 하듯 스페인에 도착한 할배들에게 이서진의 도착은 반갑기만 했습니다. 

 

첫 회 집 찾기에 이어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우디의 흔적들을 찾는 여정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떼쟁이 백일섭마저 감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가우디의 대단한 위업들은 보는 시청자들마저 경외감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이서진이 도착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언뜻 이서진이 트러블메이커가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그동안 잠재되어왔던 문제를 이서진이 풀어내고 지적했다는 말이 옳을 듯합니다. 이서진이 제작진들에게 화를 낸 이유 역시 충분한 공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배들에게는 몸종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제작진들에게는 급깡패로 변신하는 이서진은 그럴 이유가 있었습니다. 할배들의 배낭여행은 결코 쉬운게 아닙니다. 평균나이가 70이 넘는 그들이 결코 편할 수 없는 여행을 하는 과정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서진의 분노는 당연했고, 제작진들은 그 농도를 채우기 위해 좀 더 신경을 써야만 할 듯합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촬영을 위해 날 못 오게 하더니. 이상한 사람을 만든다. 이런 식이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모든 걸 밝히겠다"

나영석 피디가 이서진이 좀 더 빨리 왔다면 할배들이 더 편했을 텐데 아쉽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자 이서진이 울컥해서 내놓은 답변은 강도가 높았습니다.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형국인 측면도 있습니다. 예능화되지 않은 이서진에게 나 피디의 장난에 울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지요.

 

 

문제는 그것보다 이서진이 할배들에게 보인 진심입니다. 나 피디의 돌발에 대한 밀당을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할배들의 건강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작진들에게 수시로 건강 조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이후 백일섭의 분노마저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 몬주익 언덕에 올라선 할배들과 이서진의 모습은 행복은 잠시 고통은 긴 여정이었습니다. 시간을 잘못 측정해 힘겨운 여정 끝에 케이블카(두 번째)도 타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된 상황은 이서진에게는 부담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지요.

몬주익 언덕의 힘겨움을 뒤로 하고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어선 할배들은 과거 추억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그 여정이 결코 힘들지 않아 보였습니다. 성화에 대한 추억도 함께 한 이들의 여정은 FC 바르셀로나의 주 경기장인 캄푸 누로 향했습니다.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2층 버스를 탑승한 할배들에게 야외인 2층은 아직 춥기만 했습니다.

 

 

힘겹게 캄푸 누에 입성한 그들에게 그곳은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 그 위대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모든 것이 대단함 그 이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경기가 없는 날에도 특별한 전구들을 이용해 잔디를 관리하는 모습 등에서 이들의 축구 문화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했습니다. 그리고 10만이 넘는 관중이 모일 수 있는 그곳에 항상 바르셀로나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이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여전히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까탈루냐인들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바르셀로나의 캄푸 누는 단순한 축구 경기장이 아니라, 그들이 분리 독립의 성지라는 사실도 특별함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포스터 촬영을 하기도 하는 등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추억을 세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요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이서진에게도 '꽃할배'에서는 예외였습니다. 할배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식사를 준비하는 서진은 장보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요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이서진이 아닌 국민 짐꾼은 이제는 노골적으로 제작진들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할배들에게는 더욱 친절한 짐꾼이 되었지만, 제작진들에게는 더욱 강력한 존재로 바뀌었습니다.

 

 

제작진들에게 깡패처럼 행패를 부리지만 최선을 다해 할배들을 챙기는 이서진은 '꽃할배'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한 모습이었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음식을 만든다는 이서진은 대주 작가에게 일을 시키며 할배들을 위한 음식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술과 김치찌개를 벗삼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 할배들에게 고난은 야간 기차였습니다. 과거 어린 시절 추억의 기차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추억이었을 뿐 70이 넘은 나이에 과거로 회귀한 여행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젊은 배낭여행객들에게는 환상적인 야간 기차여행이지만, 할배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여행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2층 침대가 두 개있는 객실은 할배들에게는 고역이었습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어려운 그 공간에 분노한 백일섭이 기차 밖으로 나와 특실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황당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배낭여행인데 특실을 요구하는 백일섭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지요. 더욱 막내가 보이는 이런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청춘이 아닌 70대 할배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편안한 럭셔리 여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70대 할배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순재가 이들과 달리 2인실을 혼자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제작진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4인실로 이동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욱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힘겨운 여행을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구와 박근형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를 즐기려 노력하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백일섭의 행동은 일탈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백일섭이 자신만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막내로서 제작진들에게 항의를 하는 것은 곧 형들에게 보다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백일섭을 챙기기 위해 술까지 함께 하는 이서진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결코 쉬울 수 없는 대선배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그이지만, 4인승 기차 베드에 분노한 백일섭을 위해 함께 술친구를 자청하는 이서진은 역시 국민 짐꾼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은 보다 큰 재미를 위해 할배들에게 4인승 침대 기차를 예약했을 겁니다. 그 안에서 적응하는 할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제작진들의 과도한 욕심이 독이 되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청춘들의 배낭여행과 같은 강도로 70대 할배들을 몰아붙인다면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제작진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서진이 재차 강조를 하듯, 할배들의 건강에 신경 쓰라는 발언은 점점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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