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4. 11:02

진짜사나이 해명? 헨리 독이 든 성배, 역설적으로 진짜사나이 본질을 보여주는 헨리의 존재감

새로운 멤버가 들어서며 반짝 했던 인기는 이후 군대를 하나의 유희거리로 생각하느냐는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능에서 재미를 극대화하는 과정이 비난을 받는 아이러니함이 '진짜사나이'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 중심에는 한국 군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외국인 헨리 때문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수학문제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 화제가 되었지만, 조작이라는 논란까지 일면서 '진짜사나이' 제작진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난센스도 일어나기도 했었습니다.

 

헨리 이전에도 샘이라는 호주인의 군 생활 적응기는 화제였습니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샘의 활약은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캐나다인인 헨리의 등장은 샘과 헨리라는 두 외국인의 호흡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은 한국인보다 한국인다운 샘과 비슷한 외국인을 원하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현재 '나 홀로 산다' 정규 멤버가 된 파비앙이 샘과 유사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가 입대를 했다면 많은 이들의 비난은 없었을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익혔고, 그 태권도가 인연이 되어 한국에 왔던 파비앙이 그렇게 눌러 앉아 한국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화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샘도 그렇지만, 파비앙 역시 웬만한 한국인을 능가하는 탁월한 애정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흐뭇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파비앙이 아닌 헨리를 선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듯합니다. 슈주 멤버인 헨리의 역할은 시청률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다양한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슈주 멤버라는 점이 헨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이유였을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이 노출되었던 멤버보다는 외국인인 헨리의 역할이 샘과 결부되면서 색다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샘과는 정반대에 있는 군대무식자 헨리는 제작진들의 의도처럼 대박을 쳤습니다. 군대에 대해 너무 무지한 헨리에게 한국 군대는 이상한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군인들만 상상했던 헨리에게 갑작스러운 한국 군대 체험은 극기 훈련보다 지독한 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그 문화권의 가장 극단적인 지점에 있는 군대 문화는 당연히 헨리와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적응할 수 없는 지독한 문화였을 겁니다. 군에 대한 막연함을 게임과 영화에서 찾았던 헨리에게 실제 군 생황은 재미도 없고, 부담스럽고 거북한 문화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샘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극과 극 지점에 나가 있는 이들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군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군대를 와야 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에 군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헨리의 이해도는 곧 '진짜사나이'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고 보입니다. 물론 그의 엉뚱한 행동들은 날것 그대로였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등장부터 희한함으로 다가왔던 헨리는 오늘 방송에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엉뚱함을 선보였습니다.

 

이제 상병이 된 서경석의 등장에 반가워하던 헨리는 계급장이 주는 권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경석의 계급장을 떼어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등병 계급장 위에 붙이며 자신은 4개라고 자랑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만 했습니다. 실제 군대였다면 집단 폭행을 당하고 영창에 갈 수준의 행위였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군대에 가야하는 남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여자들 모두에게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군대 문화는 낯설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군대를 가고 남겨진 이들은 그들의 가족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헨리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이었습니다. 계급장을 떼어 장난이나 치는 그에 대해 비난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군대가 장난이냐며 '진짜사나이'에 대해 성토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감동과 의미를 담았던 '진짜사나이'가 이제는 놀이동산처럼 변했다는 비난이었습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이는 당연합니다. 감히 불문율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스르는 헨리의 행동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외국인들의 병영 체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군 문화를 전혀 알지 못하는 캐나다에서 살았었던 헨리에게는 여전히 '진짜사나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예능일 뿐이니 말입니다.

 

전차 부대에 배치를 받고 자신이 꿈꾸던 전차를 몰 수 있다는 생각이 들떠 대기실 의자들을 이용해 전차 모양을 만들어 모의 주행을 하는 헨리의 모습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홀로 집중하며 환호하는 그의 모습은 광기에 사로잡힌 존재로 다가올 정도이기도 했으니 말이지요. 박건형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 초등학생들도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당황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대대장에게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헨리는 다시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부대 마크 수여식을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헨리는 대대장을 보면서 "저번 부대에서 만나지 않았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특공연대 원사와 비슷하게 생각한 헨리의 이 착각이 만든 엉뚱함은 헨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모두가 경건하게 새로운 대대에 온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헨리의 이런 엉뚱한 행동은 모두를 좌불안석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충성심을 내세우는 형식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과 달리, 다소 엉뚱한 헨리의 행동은 예능으로서의 '진짜사나이'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헨리가 들어오면서 너무 익숙해 식상할 수도 있는 군대이야기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헨리의 돌발행동은 역설적으로 '진짜사나이'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이고 있는 행동은 '진짜사나이'가 방송을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모두 군 문화에 대해 직접 체험을 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숙지가 된 상황에서 결연하게 임하는 모습 역시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 문화를 전혀 모르는 이방인의 좌충우돌은 우리에게 군이 무엇이고, 군 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반문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헨리 효과는 이렇게 '진짜사나이'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제작진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제작진들이 어떻게 헨리를 활용하느냐에 따란 신의 한 수가 되어 시즌2가 된 '진짜사나이'가 장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 활용하면 '진짜사나이'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마저 훼손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헨리에 대한 제작진들의 활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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