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0. 07:39

나는 남자다 첫방 유재석이기에 가능했던 색다른 예능, 정규편성은 당연하다

유재석의 진가는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남자다'가 잘 보여주었습니다. 250명의 남자 방청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유재석의 진행 솜씨는 완벽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어수선하고 볼것 없는 방송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유재석의 능력은 확실하게 검증된 방송이었습니다. 

 

 

남중-남고-공대를 나온 남자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운 '나는 남자다'는 사실 어떤 방송이 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유재석과 함께 하는 MC들이 노홍철, 임원희라는 점에서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노홍철은 무도를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지만, 임원희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운데 무대를 만들고 250명의 남자 손님들이 가득한 그 공간은 분명 쉽지는 않았습니다. 말고 안 되는 콘셉트는 분명 시청자들에게도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자도 없는 남자들만의 방송이라니. 그것도 여자는 보지 말라는 도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예고편을 생각해보면 '나는 남자다'는 참 당돌해 보이는 방송임이 분명했습니다.

 

허경환과 장동민이 게스트 MC로 함께 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네요. 남자들끼리 있는 그 공간은 이내 환해진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성들끼리 편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여자들과 함께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상황은 바로 '나는 남자다'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재미이자 장점이었네요.

 

 

온라인 모임 카페에서 오프라인 모임이라도 하듯,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소통하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의 본명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이 되는 닉네임은 창의적이고 흥미롭게 자신을 드러내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나는 남자다'가 정말 흥미로웠던 것은 단순히 초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초대된 250명의 손님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연을 신청한 250명의 닉네임을 통해 소통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석의 농익은 진행 솜씨는 최고였습니다. 만약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개념 토크쇼는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방송 경험이 전무한 게스트들을 자연스럽게 방송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편안하게 그들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유재석은 진정한 국민MC였습니다.

 

19금 토크쇼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혀 19금이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고래 잡은 이야기나, 학창시절 야동이야기 등은 19금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한 방청객이 늦은 나이에 고래를 잡았다는 고백에 유재석 역시 20대 중반에 고래를 잡았다는 이야기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유재석의 솔직한 고백에 너나없이 자신의 경험들을 털어놓는 과정들은 재미있었습니다.

 

 

250명의 방청객들을 자연스럽게 휘어잡으며 그들에게 솔직한 발언들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털털하지만 농익은 유재석의 존재감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여기에 임시완의 솔로 이야기와 모호한 연애 분위기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점점 풍성해졌습니다. 남자들끼리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더니, 노래방에서 남자들끼리 자주 부르는 노래라며 등장한 플라워 고유진의 '엔드리스'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때창을 부르며 일심동체가 되는 과정은 진짜 남자들의 노래방을 연상케 했지요. 굵직하고 격한 반응과 마치 군부대를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상황들은 '나는 남자다'가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들이었으니 말이지요. 고유진 역시 홀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방청객들에게 마이크를 돌리며 그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 역시 최고였습니다.

 

'공대의 여자'로 꼽힌 수지가 등장하는 순간은 분위기가 최고조로 올라서는 장면이었습니다. 첫사랑의 아이콘인 수지의 등장에 정신이 없는 남자 방청객들의 모습 속에서는 순수한 열정마저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농약 같은 가시나'라는 표현이 좋았다는 수지는 MC들이 선택한 방청객들 중 킹카를 뽑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남자들이 실물과는 너무 다른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뽀삽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지요. 이제 더 이상 여자들에게 뽀샵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분위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사진과 실물의 경계 속에서 이들이 하나가 되어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상황들은 '나는 남자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재미였습니다.

 

어디에서도 말 할 수 없는 솔직한 표현들을 통해 '나는 남자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선보였습니다. 모태 솔로인 남성들을 뽑아가는 과정에서 대전 지하상가에서 옷을 사 입은 두 남성이 사실 알고 봤더니 고교 선후배 관계였다는 이 놀라운 사실은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첫 방송을 마친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방송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유재석이기에 만들 수 있는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유재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방청객은 그저 정해진 상황에서 호응을 하는 존재가 아닌 진정한 소통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도 반가웠습니다.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을 수 있었지만, 첫 회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었기에 정규편성이 된다면 지금보다 강력한 한 방을 던질 수밖에는 없어 보였습니다. 유재석이기에 가능했던 '나는 남자다'는 충분히 매력적인 예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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