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0. 18:02

SBS 공식사과 세월호 SBS 기자 환한 웃음, 그렇게 웃어야 했을까?

침몰 닷새째가 되면서 희생자 시신이 지속적으로 나오던 상황에서 현장을 중계하던 방송사의 기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실종된 이들이 거의 대부분 사망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과정에서 이 웃음은 절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이 첫 장례를 시작한 날이기도 한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아프고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하고 힘겨울 수밖에 없는 날 생중계되던 방송에서 드러난 기자의 웃음에는 저주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기자가 악의적인 마음을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기자 역시 현장에서 취재를 하며 누구보다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은 분명할 겁니다. 하지만 왜 그때 그렇게 웃어야만 했는지 알 수가 없을 뿐입니다.

 

지지부진한 수색 활동으로 인해 실종자 부모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상황에서 분노한 학부모들과 경찰들의 대립(경찰 측에서는 윗선의 지시로 막을 수밖에 없게 되었겠지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현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하고 힘겨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의 웃음은 그래서 더욱 이질적이고 배신감까지 더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문제의 방송은 20일 SBS '뉴스특보'에서는 김도현 해군특수잠수부대(SSU) 전우회 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김 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세월호 사고 현장 인근에서 대기 중인 SBS 기자 2명의 모습도 함께 방송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약 5초 간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자가 무슨 이유로 왜 웃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방송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안대소하듯 웃는 모습은 경악스럽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자들도 사람인데 하루 종일 24시간 황당하고 힘겨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 역시 소소한 일상으로 잠시라도 웃으며 그 지독한 상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역시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왜 하필 그 웃음이 방송을 앞둔 상황에서 나와야만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자가 다음 방송을 준비하는 동안 동료 기자와 잠시 사담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화면을 송출하던 방송 담당자의 실수로 기자들의 모습이 잘못 방송됐다. 비록 기술상의 실수였다고는 하나 전 국민이 비통한 가운데 부적절한 장면이 방송돼 세월호 승선자 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방송이 된 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SBS에서는 즉시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가 방송 전에 잠깐 사담을 나누며 나온 웃음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모습이 현장 화면을 담는 방송 담당자의 실수로 이 모든 것이 그대로 담긴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비록 기술사의 실수로 인해 웃는 장면이 방송되었다는 사실은 잘못이라고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과로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악의적으로 웃은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미 사흘 연속 방송이 생중계로 참혹한 상황들이 매일 24시간 방송되며 힘겨워하던 국민들에게 그 웃음은 무엇으로도 해명이 안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생방송 도중이 아니고, 회사 내에서 스튜디오 전문가 출연을 하는 과정에서 동거차도에서 방송 대기중인 기자 컷이 잘못 연결된 것이다. 방송 대기중인 기자는 햇빛에 찡그려저서 본인이 웃는 모습인지도 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본인은 웃었는지 기억도 못한다. 햇빛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린 것이며, 옆 사람과 대화를 할 상황도 아니었다"

"웃는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대해 그렇게 비춰진 것에 시청자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정이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자가 직접) 생방송을 하면서 웃은 것이 아니라 방송 준비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모습이 잘못 연결된 것이다"

"온에어가 되고 우리가 의도하거나 원하지 않은 내용이 방송된 것은 맞다"


원일희 SBS 시민사회부장은 2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논란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을 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웃은 것이 아니라 햇빛에 찡그러져서 웃는 것처럼 나왔다는 주장은 황당했습니다. 웃었던 것이 그대로 방송이 되었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반성만 해도 될 것을 웃는게 아니라는 주장은 비난을 더욱 크게 만들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해당 기자는 자신이 웃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고, 웃었던 것도 아니라는 식의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심하기만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웃는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한다고 하지만, 이런 변명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한심함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햇빛이 문제가 되어 찡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하며 웃는 모습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그들 말처럼 방송이 되기 전에 잠깐 동안 사담을 나무며 웃을 수는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내보내서는 안 되는 장면을 기술적인 문제로 방송된 것은 분명 사고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다시 사과를 하면서 웃었던 것이 아니라 햇빛 때문에 찡그렸다는 주장은 수그러들 수 있는 논란이 더욱 이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국민들이 재난 방송을 지켜보는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감정들입니다. 실제 사건 당사가자 아니지만 닷새 내내 이어지는 충격적인 현실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국민들 역시 마음이 무겁고 두렵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이런 고통스러움을 이겨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웃기도 하고, 술을 찾기도 하는 등 국민들마저 사고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한 기자의 웃음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과연 그 시간 그렇게 환하게 웃어야만 했을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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