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2. 16:31

손석희 눈물 정관용 눈물 그들의 분노마저 왜곡되는 한심한 현실

이렇게 처참한 현실에 이성을 찾고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일부에서 이야기를 하듯 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국무총리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피해자도 그 가족들도 아니기에 미개한 국민 정서라는 욕도 먹습니다. 

 

 

미개한 국민들을 개화라도 시키려는지 그들은 권력자들이고, 권력자들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참사가 자신의 일로 다가올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평생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오던 그들에게 이런 참사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 TV 뉴스에서나 보던 이상한 나라의 참극일 테니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이성을 찾고 격식을 차려야만 하는 격조높은 감성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대부분은 자신의 가족이 눈앞 바다에 묻힌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에 이성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격한 감정을 애써 숨길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참아내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데 참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성과 격조를 이야기하는 자들에게 손석희 앵커의 울컥하는 모습이나 정관용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정도로 보였나 봅니다. 현 정권을 비호하고 세월호 침몰마저도 북한의 짓이라고 외쳐야만 분이 풀리는 그들에게 이 참담한 현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무너지는 인간 손석희와 정관용의 눈물은 짜증으로 몰려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하거나 느낀 감정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단 한 번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은 이들에게 이들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은 이질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이런 정서를 유독 몇몇만 이해하지 못하거나 곡해하고 비하하고 비난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겁니다. 단 한 번도 이런 감성적인 공감이나 유대감을 느껴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모습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손석희의 재난 보도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우선이고, 누구보다 먼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앵커라고 해도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원칙을 무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실종자 가족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시신 발견이 되는 순간 자막을 넣지 말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느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그의 배려는 많은 이들의 격찬을 받았습니다.

 

 

무너질 대로 무너져가고 있는 가족을 자극하듯 인터뷰 도중 시신 인양 사실을 보도한다면 이는 큰 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중 오열하는 가족의 모습은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석의 앵커는 그런 모습보다는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한 손석희 앵커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보다 실종자 가족들을 먼저 생각했다는 사실은 아름답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언론인의 자세와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스스로 그런 삶을 살아왔던 손석희 앵커가 그저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하는 한심한 작태는 그래서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오늘 저희는 사고 초기로 돌아가보려 했다. 그래서 초반 저희와 인터뷰를 했던 실종자 가족과 전화 연결을 하려 했지만 못하게 됐다"

"실종자 가족인 김모 씨와 인터뷰를 연결해 말씀을 나누려고 했는데 그분의 따님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비보를 들었다. 시청자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겠다"

 

21일 방송을 시작하며 손석희 앵커는 실종자 가족과 전화 연결을 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려던 실종자 가족의 따님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며 울컥해서 고개를 숙이며 손석희의 모습은 거짓이 아닌 진정성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냉철한 모습으로 수많은 재난과 사건사고를 진행해왔던 그가 이번 사고에 대해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은 이번 사고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실종자가 이제 고2인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가장 언론인다운 언론인이었던 손석희마저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정관용의 눈물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1일 JTBC '정관용 라이브' 에서 시사평론가 정관용은 방송 도중 올라온 자료 화면을 본 후 진행을 하지 못하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자료화면에는 실종자 가족 한 분이 바다를 향해 아들을 애타게 부르며 돌아오라고 오열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정관용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방송 중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던 정관용이 애써 오열을 참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관용의 눈물을 마치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고 보는 이들에게는 자신은 언제든 이렇게 거짓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진정성을 보인다 해도 자신의 경험상 그런 진정성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이상할 뿐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몇몇의 한심한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이성적이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세월호 이후 줄곧 보였던 모습에 진정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시사평론가의 눈물에서 국민들은 아픔을 보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실종자와 가족, 유가족들의 아픔이 그저 남의 일처럼 다가오는 이들에게는 이런 눈물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울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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