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4. 07:11

유재석 일침 무한도전 사과 예능이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를 보여주었다

세월호 침몰 후 예능이 정상적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음악 방송은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예능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도전이 보여준 가치는 오늘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국가적 재난을 맞이한 상황에서 예능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무한도전은 진정성을 담아 보였습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실종된 상태이고, 산 사람도 억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도 그리고 그 부모들도 아직 많이 아파하고 힘겨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웃기를 원하는 것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 고통을 겪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산사람은 살아야 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평범한 삶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현실일 뿐입니다.

 

마음이 아파도 웃으며 아무것도 모른 척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방송은 중요합니다. 바른 언론으로서 가치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을 행복하게 해줄 이유도 역할도 방송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방송이 정상화를 찾아가는 것 역시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많은 예능들이 정상적인 방송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 어떤 예능도 무한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방송은 정상적으로 되었지만, 그 안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도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달랐습니다.  


"믿을 수 없는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과 피해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며, 힘들지만 조금씩 기운내서 서로 위로하고 힘이 돼야 할 것 같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힘쓰는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질 않길 바라고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무한도전은 정상 방송을 하면서 다른 예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화면 왼쪽 상단에는 노란리본까지 달고 그들은 정식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메인 MC인 유재석은 모두를 대신해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과 피해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진심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무겁다는 무도 멤버들은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해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하는 모습에서 울컥하는 마음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을 겁니다. 어른이라는 사실이 요즘처럼 부끄럽고 힘든 시절이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며 무도 멤버들이 보여준 심정과 같았을 겁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무도의 마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겁니다. 최소한 원칙만 지켰다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우리 마음을 아프고 힘겹게 만들기만 합니다. 구구절절 너무 당연하지만 마음이 아픈 무한도전의 애도는 당연하면서도 든든하게 다가왔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길의 하차를 결정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제작진과 멤버 모두가 책임 있는 일이다"

"길 씨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 방송 외적으로도 더욱 신중한 '무한도전'이 되겠다"

무도는 애도에 이어 같은 멤버였던 길의 하차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정중한 사과를 전했습니다. 사실 무도의 잘못이 아니라 길 개인의 잘못이었음에도 그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은 무도 자체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긴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길의 잘못된 행동은 길 혼자만이 아니라 제작진과 멤버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라고 밝히며 사과를 하는 그들은 역시 무도였습니다. 길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뼈저리게 반성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로 한심스러운 행동을 한 길에게 반성을 요구하면서도 넓은 아량으로 길에게도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원하는 이들의 속 깊은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무도의 사과와 함께 오늘 방송에서 보였던 선거 풍자는 역시 무도가 왜 대단한 존재들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촌철살인과 같은 날센 풍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실 풍자를 효과적으로 하는 무도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박명수의 유체이탈 화법은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어버린 권력자의 화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정형돈이 시청률을 위해 '시청률 재난본부설치'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발언에서도 타워를 세울 돈이나 있냐는 식의 비난은 세월호 침몰에서 보인 황당한 형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 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최고는 유재석의 발언이었습니다.

 

 

유재석이 발언한 진짜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큰 감동 그 이상의 울컥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고, 더 위험한 것은 위기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위기인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 유재석의 위기론은 우리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야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재석과 같은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황당한 현실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유재석의 일침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도 멤버들을 더욱 강렬하고 든든하게 만든 것은 이런 그들의 마음 때문일 겁니다. 그들은 길의 음주운전과 관련해 사과를 하면서 자신들 역시 그저 방송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다짐은 대단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깊은 애도와 함께 같은 멤버였던 동료의 잘못에 대해 반성까지 하는 무한도전의 모습은 '역시 무도'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를 보인 무한도전은 그들이 9년 동안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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