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4. 12:51

이승환은 왜 그의 분신이었던 드림팩토리를 접어야 했나?

이승환이 자신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림팩토리 시대를 접었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위해 드림팩토리라는 회사를 설립했던 이승환에게 이 회사는 가수 이승환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했던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수익만 앞세우는 다른 곳과는 달리 과정과 성취도에 그 무엇보다 큰 가치를 부여했던 이승환과 드림팩토리는 그래서 위대했습니다.

 

 

이승환은 공연의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공연 문화로 널리 알려진 싸이와 김장훈 역시 이승환의 공연의 그 뿌리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공연 문화의 신은 이승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송 출연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팬들과 만나며 음악을 쏟아내던 이승환에게 드림팩토리는 자신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기획사를 만들어 공연에만 집중해왔던 이승환이 자신의 분신과 같았던 드림팩토리를 접는다는 사실은 의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 공장 공장장인 이승환이 공장을 폐쇄한다는 사실은 그 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이승환이 오드아이앤씨와 함께 하게 됐다. 매니지먼트 및 공연 전반을 기획하게 되며, 돌발콘서트 이후 진행되는 이승환의 공연은 오드아이앤씨가 주관한다"

이승환의 새로운 소속사가 된 오드아이앤씨 관계자는 5월 23일 뉴스엔을 통해 그가 자신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오드아이앤씨는 윤상이 운영하는 기획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승환의 음악성과 공연과 관련해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듯합니다.

 

 

 

이승환 못지않게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고 만들어왔던 윤상이라면 누구보다 이승환을 잘 알고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드아이앤씨는 이승환의 돌발콘서트 이후 진행되는 모든 공연을 주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매니지먼트와 공연 전반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승환은 오직 자신의 음악에만 집중해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그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림팩토리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드림팩토리 잠시 쉬어갑니다. 제 노력과 솔직함의 귀결이 이리 되어서 슬프긴 합니다만 어쩝니까.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갈 때 드림팩토리도 제 자리를 찾아 가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매니지먼트를 맡게 되는 회사는 윤상이 소속된 오드아이앤씨입니다"

"드림팩토리 홈페이지는 블로그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다. 기존 홈페이지는 없어질 예정이다. 새로운 홈페이지에서 쇼핑몰을 다시 재개할 수 있으며 오픈 시기에 맞춰 4·5·10집 재발매를 계획 중이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지치지 말고 깨어있으시길 바란다. 아쉽지도 않고 미안한 마음도 없습니다. 무서웠고 추웠지만 해왔던 모든 일들이 선의에서 비롯되었고 최선을 다했었으니까"

 

이승환은 최근 자신의 팬카페에 드림팩토리를 접고 윤상의 기획사로 옮겨가는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승환 특유의 화법으로 담당하지만 비장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앞으로는 드림팩토리가 아닌 윤상이 소속된 오드아이앤씨라는 말은 어색한 그 무엇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림팩토리는 현재의 홈페이지는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대신해 블로그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다고 밝힌 이승환은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응원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깨어있으라는 발언은 그 다웠습니다.

 

 

 

안주하지 말고 깨어 있기를 워하는 이승환의 이런 당부는 그이기에 가능한 진솔함이었습니다. 이승환 스스로도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워지려 노력했고, 그런 노력이 그의 음악에 그대로 담겨졌다는 점에서 이승환의 이런 당부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기획'으로 시작한 이승환의 '드림팩토리'는 이승환의 전부이자, 대한민국 기획사 역사에서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독립된 자본으로 시작한 그의 방식은 궁극적으로 가수들이 꿈꾸는 최고의 작업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마법의 성'이 수록된 '더 클래식' 1집 역시 그의 역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그와 드림팩토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무서웠고 추웠지만'이라는 문맥 속에 이승환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고인을 위한 추모곡까지 발표한 그는 언제나 당당했습니다. 전두환의 만행을 담은 영화 '26년'이 난항을 겪을 때 제작 크라우드를 이끌었던 인물이 바로 이승환이었습니다. 그이 투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인해 영화는 완성되었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은 이런 행동으로 인해 수구세력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격에도 항상 당당했던 그는 자신의 11집 앨범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추모곡을 담았습니다. 특정한 인물을 위한 앨범이 아닌 상업적인 앨범에 고인의 추모곡을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정의로운 가수'가 되겠지만 다짐과 소신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고인의 서거 후 '정의로운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는 실제 그런 정의로운 가수로서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무서웠고 추웠지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힘겨웠다는 사실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드림팩토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라면 그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 역시 죄인이나 다름없습니다. 당당함으로 '정의로운 가수'의 삶을 이어가는 그를 우린 영원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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