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1. 10:02

조동혁 희소병 환자 심장이 뛴다 폐지가 안타까운 이유

연예인들이 소방관이 되어 생활하는 체험형 예능인 '심장이 뛴다'가 폐지되었습니다. 그저 시청률이 낮게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폐지되기에는 이 예능이 담고 있는 가치는 크게 단단했습니다. 우리에게 소방관이란 무엇인지 좀 더 가깝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불끄는 직업의 소방관들. 그러 빨간색 소방차만 움직이는 것으로 인식되던 그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들어다본 '심장이 뛴다'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소방관들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사명감을 가진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힘들고 외로운 직업이었습니다. 

 

119 운영의 현실적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위급한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에서도 길을 터주지 않는 운전자들, 119를 그저 자신의 무료 택시처럼 이용하려는 불량한 시민들, 119 요원들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는 한심한 자들까지 119의 삶은 고달프고 힘겹기만 했습니다. 

 

소방관들의 일상을 예능으로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뛴다'는 그 쉽지 않은 것을 해냈습니다. 재미와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심장이 뛴다'는 최소한 그 경계에서 많은 것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예능이지만 공익성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바꾸려는 노력들을 끊임없이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가 폐지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될 겁니다. 

 

10개월 전 처음 소방관이 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소방관이라는 막연한 직업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며 허둥대기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소방관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구조작업에 나서 심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보는 것도 힘겨워하던 그들이 이제는 알아서 환자들을 돌보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바늘과 피 공포증이 있던 막내 최우식은 실제 구급대원 못지않은 능숙한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공포증을 이겨내고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예능이 왜 우리에게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힘들 수밖에 없지만, 최선을 다해 임하게 되면 능숙한 숙련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과정이었으니 말입니다. 포기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안에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당당함은 우리에게 소방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심장이 뛴다'가 만든 성과는 그저 소방관에 대한 인식재고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벌인 '모세의 기적' 캠페인은 많은 이들에게 크게 회자되었습니다. 위급 환자를 위해 외국의 사례처럼 길을 터주자는 그들의 운동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고,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모세의 기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다리 절단 환자의 후송 과정 때문이었습니다. 헬기로 서울까지 이송되어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하는 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서울 도로에 막혀 골든타임을 맞추는 것이 힘겨웠습니다. 박기웅이 목이 터져라 길을 비켜달라고 외치지만 도로 위의 차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일부로 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차량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의 현실은 외국의 동영상에 나오는 것과는 천지차별이었습니다. 

 

겨우 골든타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병원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수술 후 문제가 불거지며 어쩔 수 없이 절단을 해야만 했던 여성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모세의 기적'이 왜 필요한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우리 도로에서도 '모세의 기적'이 있었다면 그 여성은 어쩌면 지금쯤 다리를 잃지 않고 회복되는 과정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지요. 

 

이 사연 이후 본격적으로 '심장이 뛴다'는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송의 힘은 실제 현장에서 기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임산부를 태우고 급하고 부산 병원으로 향하던 응급차를 향해 부산 시민들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은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서울 못지않게 지독한 도로 정체가 심한 부산에서 기적처럼 길이 열리고 위급했던 임산부는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모세의 기적'은 그렇게 위급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적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는 '심장이 뛴다'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만 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예능 방송에서 진행하고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는 폐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등장했지만 긴급 출동한 소방차를 막아서는 차량이 손가락 욕까지 하는 모습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단순한 몸살이라는 전화만 받고 환자를 보러 간 조동혁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을 떠는 아주머니의 상태는 그냥 봐도 단순한 몸살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는 단 한 명이고 전국적으로도 4명 뿐인 희소병인 비커스테프 뇌간염 환자였습니다.

 

능숙한 구급대원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아주머니를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목마르다는 환자를 위해 누구랄 것도 없이 뛰어 물을 사와 환자의 목을 축여주는 조동혁의 모습은 흐뭇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환자 이송을 마친 후 그들의 이야기는 조동혁만이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아프게 했습니다. 26살 아들의 효심은 현장의 구급대원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울게 했으니 말이지요.

 

 

군 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입대까지 미룬 아들. 다시 입대 일주일을 앞두고 쓰러진 어머니를 곁에서 지키는 아들의 담담한 모습을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오기만 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돕지 않으면 안 되는 희소병을 가진 어머니를 두고 군입대를 해야만 하는 아들의 심정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뛴다'가 폐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익성과 예능의 절묘한 결합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3.3%의 시청률의 벽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은 5.4%의 시청률을, MBC PD수첩은 2.5%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폐지까지 감행할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웃기겠다고 나선 '우리동네 예체능'이 강호동과 다양한 아이돌 등 스타들을 내세우고도 5.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심장이 뛴다'의 3.3%는 결코 낮은 시청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예능을 그 시간대에 투입하고 싶다면 시간대를 옮기면 됩니다. 그저 그런 예능을 하기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정보를 담아주는 예능인 '심장이 뛴다' 정도는 우리와 계속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전이 화두가 된 현실 속에서 소방방재청이 폐지되었습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하기는 고사하고, 더욱 열악한 환경이 된 상황에서 '심장이 뛴다'까지 폐지된다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재난 사고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서 최후에 그곳에서 나오는 소방관들에 대한 관심과 처우개선은 우리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심장이 뛴다' 폐지는 힘겨운 소방관들의 삶을 외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연예인들이 나와 의미 없는 말장난이나 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심장이 뛴다'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된다는 사실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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