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8. 08:43

아이유 김창완 뮤직뱅크 소감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

뮤직뱅크 11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방송된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아이유와 김창완의 공연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출연에도 이들의 무대가 돋보였던 것은 아이유와 김창완이라는 시대를 아우르는 아이콘들이 함께 노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27일 방송된 '뮤직뱅크'는 2014년 상반기 결산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엑소 케이(EXO K), 비스트, 인피니트, 케이윌(K.Will), 에이핑크, 걸스데이, 소유X정기고, 아이유, 베스티, 방탄소년단, 마마무, 비에이피, 빅스, 언터처블, 정준영, 보이프렌드, 에이오에이(AOA) 등과 함께 아이유와 김창완이 출연했습니다.

수많은 아이돌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돌들이 총출동한 무대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특별한 방송이었습니다. 아이유와 김창완이라는 조합이 가능했던 것은 아이유가 지난 5월 발매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수록곡 '너의 의미'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유가 발매했던 리메이크 앨범인 '꽃갈피'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의 곡들을 리메이크 한 아이유에 대해 호평이 쏟아진 것은 아이돌 전성시대 아이유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노래를 아이유만의 스타일로 다시 부른 '꽃갈피'는 아이유만이 가능한 앨범이었습니다. 


'너의 의미' 원곡은 김창완이 속한 밴드 산울림의 곡으로 지난 1994년 발표됐던 곡입니다. 여기에서 김창완은 그저 배우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왜 그가 아이유와 노래를 했는지 의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나 연배가 있는 이들이라면 김창완이 밴드 산울림의 리더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밴드 중 하나인 산울림은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입니다.

 

김창완과 김창훈, 김창익 등 세 형제가 만든 산울림이라는 밴드는 시대를 앞서간 특별한 밴드였습니다. 산울림이 과거 불렀던 음악들을 지금 들어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진보된 음악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산울림의 곡들은 뮤지션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1977년 제 1회 대학가요제에 <문 좀 열어줘>라는 곡으로 예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큰 형인 김창완이 대학 졸업했다는 사실 때문에 본선에 출전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이 작사 작곡해 준 곡이라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김창완이 직장에 취직하기 전 발매한 1집 <아니벌써>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앨범에 수록된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는 지금도 가장 대단한 록 음악으로 평가받고 자주 리메이크되기도 할 정도로 전설이 된 곡입니다. 한국 가요 역사상 전무후무한 18분짜리 싸이키델릭 대곡 '그대는 이미 나'등이 수록된 실험적인 3집 앨범은 당시에는 외면당했지만, 이 앨범은 한국 가요사를 가장 빛낼 특별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록 밴드였던 그들은 동요집 '개구쟁이'를 불러 크게 히트를 치기도 했었습니다. 82년 발표한 두 번째 동요 앨범인 '산할아버지'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명곡 중 한 곡입니다. "산할아버지 푸른 모자 썼네..."로 이어지는 이 동요는 전 국민의 동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70년 대 김창완이 군대를 간 두 동생이 없는 사이에 낸 앨범 역시 많은 반항을 일으키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한국 가요곡 중에서 가장 긴 제목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역시 지금도 많은 이들이 부르는 곡이기도 합니다.

 

동생들이 제대 후 81년 7집 '가지마오'를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하얀달, 독백, 청춘 등은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독백이나 청춘 등은 산울림이 발라드 그룹이라는 오해를 받게 할 정도로 한국인 감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음악으로 언급되기도 했었지요. 하얀달의 경우는 모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할 정도로 시대를 거스리는 명곡이기도 했습니다.

 

 

작정하고 상업적인 앨범으로 만든 82년 8집은 〈내게 사랑은 너무 써〉와 〈회상〉 등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곧 자괴감으로 몰려왔다고 하지요. 이 앨범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김창완은 진정한 음악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갔고, 두 동생들은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생이 사고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으며 이제 완전한 산울림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곡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전설이라는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전설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산울림의 김창완이 자신의 딸보다도 어린 아이유를 위해 함께 무대에 오른 모습은 그래서 감동이었습니다. 산울림의 대표곡 중 하나인 '너의 의미'를 함께 부르는 아이유와 김창완의 모습은 뮤직뱅크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장면이라는 점에서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딸 생일날 모르고 왔다가 문을 활짝 열었더니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김창완은 뮤직뱅크 첫 출연 소감을 묻는 보라의 질문에 이와 같은 비유로 표현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장소를 갑자기 찾은 그러나 싫지 않은 정겨운 이곳에 대한 표현으로서는 최고였습니다. 가족이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그들만의 축제에 서로 다른 존재라고 규정한 아버지의 등장이 만들어낼 낯설음에 대한 표현은 대단했네요.

 

아이유는 김창완에 "교복을 입고 처음 만났다. 이제는 술도 같이 한 잔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뮤지션인 김창완과 교복을 입고 만나 이제는 함께 술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행복해 하는 아이유의 모습은 대견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네요.

 

 

여기에 더해 아이유는 "김창완 선배는 나에게 청춘 그 자체다"라고 말했고, 김창완은 "아이유는 나에게 미래다"라는 말로 서로 덕담을 나누는 최고의 장면도 만들어주었습니다. 대선배인 김창완이 아이유에게 청춘이고, 어린 후배 아이유가 자신의 미래라고 지칭하는 모습 속에서 이들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아이유와 김창완이라는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는 조합이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뮤직뱅크에 함께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김창완이 자신의 뮤뱅 출연을 초대받지 못한 딸 생일파티로 표현하는 일이 사라지고, 자주 출연할 수 있는 변화가 절실함으로 다가옵니다. 세대를 아우르고 음악으로 하나 된 아이유와 김창완의 모습은 뮤직뱅크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겁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 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으셔도 추천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