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가 맹활약한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종영되었습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사랑까지 쟁취했으니 이 보다 더 행복한 결말은 없을 듯합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오랜만에 본 듯해 더욱 유쾌하게 다가온 듯합니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20부작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승기, 차승원, 고아라, 오윤아, 안재현, 성지루, 임원희, 정동환, 박정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너포위'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이승기와 차승원이라는 최고의 조합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종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의 힘은 약했기 때문입니다.
'너포위'는 주인공인 은대구가 자신의 어머니의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형사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사건 속에 서판석이 존재하고, 그를 범인과 내통한 형사로 오해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왔던 대구와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던 서판석의 초반 이야기도 흥미롭기는 했습니다.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지용과 수선은 운명처럼 강남경찰서에서 첫 형사로 근무하게 되며 여러 사건들을 마주합니다. 신입 형사 4인방과 전설의 형사 서판석과 오랜 파트너인 이응도, 지용에서 대구로 변신한 그를 물심양면 도와주었던 강석순 서장까지 강남경찰서의 분위기를 흥미로운 상황들을 많이 지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설을 무참하게 짓밟은 실종팀장인 김사경의 등장과 까칠한 차태호 형사과장까지 강남경찰서 분위기는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대구를 위해 서판석의 팀에 4명의 신입 형사들을 몰아준 강 서장. 하지만 양파 까듯 비밀을 파헤쳐 가는 동안 강 서장이 바로 대구가 알고 있던 서 형사였다는 사실은 하나의 반전이자 사건을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했습니다. 돈만 믿고 온갖 못된 짓을 일삼던 유문배 의원의 딸 유애연의 등장은 조금은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일순 돌려놓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유문배 의원의 존재감은 그가 대구 어머니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추측이 가능했었고, 그런 시청자들의 추측처럼 유 의원은 진짜 범인이었습니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딸을 이용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 허무한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악랄하게 다가왔습니다.
유문배의 직업이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수사권 독립을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버린 강석순. 자신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검찰에 의해 종속된 경찰이 아닌 진정한 경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사권 독립이 절실함을 강석순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짐했고 죽은 동료이지 친구의 이름을 자신의 가슴에 묻기 위해 서 형사로 불러달라고도 했습니다.
수사권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뜻이 같았던 유문배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산 양호교사 사건의 은폐에 가담하게 되었고, 그 선택이 자신을 이렇게 지독할 정도로 옥죌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문배가 죽이려던 대구를 몰래 후원하고 그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 강석순은 유 의원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습니다.
진정한 경찰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고, 오직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살아왔던 참 경찰이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도니 선택 한 번은 결국 그녀의 발목을 잡았고, 유 의원의 사주를 받은 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처지까지 되고 말았습니다. 오직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는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유 의원에게 살인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진짜 어머니와 어머니와 다름없었던 강석순까지 모두 자신의 눈앞에서 잃은 대구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유문배를 잡아들이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 대구를 위해 서판석은 마지막 선택을 합니다. 거대한 힘으로 모든 것을 사주하고 이용하는 악랄한 국회의원을 잡아들이기 위해 서판석은 자신마저 내던졌습니다. 그렇게 경찰제복을 벗을 각오를 하고 그는 유 의원과 조영철 사이의 녹음 내용을 기자들 앞에서 공개하고 본격적인 압박 수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딸마저 이용하는 비정한 아버지인 유문배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악어의 눈물을 쏟아내고 자신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은 유가족인 대구에게 마지막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농락하는 한심한 자는 결국 심판을 받게 됩니다.
정의가 살아있기를 원하는 대구를 비롯한 강남서의 경찰들은 강 서장을 위해서라도 유문배는 꼭 잡아야 했고, 그렇게 그들은 모든 힘을 합해 유문배를 현장에서 체포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폭을 이용하고, 대구를 죽이려고 시도하던 유문배는 서판석이 들고 온 장난감 권총에 놀라 체포되는 웃기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우습게 유문배가 체포된 것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서판석은 강남서가 아닌 어느 시골 파출소의 소장으로 떠나갑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 속에 모두가 진짜 형사로 성장하게 되는 마지막 마무리는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들의 성장기가 허물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정의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너포위'는 분명 이승기를 위한 드라마였습니다. 이승기라는 존재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은대구 역할을 해냈다는 점은 반가웠습니다. 이승기는 촬영 중 눈 부상을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승기에게 '너포위'가 중요했던 것은 그가 과연 연기자 이승기로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는 중요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고 가수와 연기자, MC 등 다양한 것들을 섭렵했던 그가 장기적으로 연예인으로서 어떤 입지를 다질 수 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입니다.
이승기의 '너포위'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승기의 연기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작가의 한계가 초반부터 자주 등장하고 아쉬움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승기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니 말이지요.
이승기와 고아라. 의외의 조합이 만든 케미 역시 흥미로웠고, 이승기와 차승원이라는 걸출한 남남 커플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승기에게 '너포위'는 한 뼘 더 성장하게 만든 드라마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연 이승기가 연기자로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너포위'를 통해 이승기의 연기 스펙트럼은 좀 더 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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