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코어 케미가 투애니원의 박봄을 공개적으로 디스하는 곡을 내놨습니다. 힙합에서 디스는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국내 여건상 이번 디스 곡은 자연스럽게 논란으로 이어질 듯합니다. 힙합 정신에 입각해 디스를 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고소 고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민감성도 존재할 듯합니다.
케미의 이번 디스곡은 특별한 내용이 담겨져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불거진 뉴스 기사들과 댓글들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가사들은 참신함보다는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기 위한 노력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악플이라 볼 수 있는 글들로 디스하고, 기사화된 내용들로 이어붙이기 한 듯한 가사는 그래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이번 디스곡으로 인해 옹호하는 이들과 비난하는 이들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에이코어 케미의 디스곡을 통쾌하게 보며 이에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디스만한 악플을 다는 이들이 다수입니다. 이때다 하고 들어갔던 악플을 쏟아내는 계기로 삼는 이들도 많다는 점에서 과연 이 디스곡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옹호하는 집단과 달리 비난하는 이들은 너무 노골적인 디스가 인신공격이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YG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가사에 가득하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힙합 본토인 미국에서는 이 정도의 디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과연 국내 여건상 이런 식의 디스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입니다.
팅팅 불어버린 얼굴, 아무리 뭘 채워넣어도 어림 없고. 못난 어린애 옆에 노인네 될까
전신을 끌어다가 얼굴에 돌려막어. 그정도면 중독, "STOP IT!" X? O? 답은 X, Toxic.
Someone call the doctor 누가 얘좀 말려줘봐.
강남 미인도랑 박빙. 약해, 약에 빠졌어. 젤리박스에 약이 빠졌어?
사라진 니 4정 누가 봐줬어?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해빠졌어?
삼성 직원 29정, 구치소에 구속됐구 너는.. 82정인데 왜 무죄래? 완전 개쿨해
법무부 홍보대사? 활동 한 번 제대로 했네?? 최초의 밀수돌 타이틀 획득했네, Huh? Amphetamine shit
기사는 잘 내려가대? YG, 장난이 아님. 손바 닥으로 하늘을 가려봐, 고작 입건유예라니??
너는 좋겠다 팬들이 커버 쳐줘서 부러워 대표가 소설 써줘서
니가 불 질러놓은 룸메이트 친구들 멘붕일 꺼야 강냉이 빵 터져서,
빽 좋은 회사 뒤에 숨어있다가 또 잠잠해지면 나오겠지 라스 아님 힐링 어디든, 너한테 절대 치명타는 없겠지?
YG, 멘붕, 니 Fan들 멘붕,
일본 갈 시간 어딨어, 어서 돌아와 Come back home
밀수돌 너말곤 아무도 못해, Can't nobody,
자 이거 듣고 같이 박수쳐, Let's go party,
YG, 멘붕, 니 Fan들 다 멘붕,
일본 갈 시간이 어딨어, 어서 돌아와 Come back home
밀수돌 너말곤 그 아무도 못해, Can't nobody,
자 이거 듣고 다 같이 박수쳐, Let's go party, NOW
노래의 시작은 박봄의 성형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박봄은 객관적으로 봐도 성형하기 전의 모습이 훨씬 예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성형녀에 대한 전반적인 비난보다는 박봄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암페타민과 관련한 비난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을 텐데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박봄의 성형과 관련해 비난을 한 것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 역시 이런 군더더기 악플이나 다름없는 디스로 인해 그녀의 의도는 희석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에이코어 케미가 진짜 제대로 폭발하기 위해서는 초점을 제대로 맞춰야 했습니다.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기 위한 좋은 떡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약 밀수와 검사와 거대 아이돌 기획사, 법무부 홍보모델 등 수많은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회적 모순을 꼬집을 수도 있었지만 그저 배출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초점이 처음부터 흐려지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전체를 문제로 만들고 말았다는 점에서 노이즈 마케팅이 의심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튀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은 당연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춤까지 추고, 이를 뻔뻔하게 홍보하는 상황에서 노래로 승부한다고 나선 케미의 디스가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거대 기획사와 달리 마케팅 방식이나 자본의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협소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을 위한 디스라면 아쉬움이 큰 발악 수준이고, 그렇지 않고 진짜 힙합을 위한 디스라면 좀 더 매끄럽게 공격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분명한 사실은 박봄 디스는 좀 더 매끄럽게 이끌었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호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디스는 당당함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더욱 단단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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