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9. 08:13

대중들은 왜 휘성에게 욕을 하는가?

방송 피디는 휘성에게 '구리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오글거리는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던 휘성이 참다못해 오글거리는 가사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게 되었네요. 그 오글거리는 가사에 미친 듯이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면 그에게 그런 공격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찌질이 휘성은 필요한 존재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는 송효은 피디는 자신의 트위터에 휘성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이나 자극적으로 작성해 논란이 되었었어요.

"오렌지 캬라멜의 정체는 뭐지? 이들의 신곡 제목이 '아잉♡' 이라길래 경악했다"
"어쩌면 팀 이름도 휘성이 지었을 수도. 정말 휘성의 작사 센스는 그의 찌질한 캐릭터 만큼이나 구리다"

지인이 오캬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에 자신이 생각하던 휘성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이 문제이지요. 개인 공간임을 포기한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휘성을 찌질한 캐릭터이고 그는 정말 구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은 문제가 되지요.

더욱 음악 프로그램 피디로서 언젠가 한 번 만날 수도 있는(그가 연출을 하는 상황에서 휘성이 그 방송에 등장할 일은 없겠지만) 가수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었어요.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고 즐길 권리가 있는데 누군가의 가사가, 음악 세계가 문제가 있다고 이런 식의 폄하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는 없지요.

자신의 소신이라고 적어 놓은 글에 대중들이 문제를 삼자 바로 사과를 하는 피디의 모습은 궁색하기만 했었죠. 자신의 소신이라면 당당하게 휘성의 노래는 여전히 찌질하다라고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공개된 틀에서 타인을 욕하는 것만큼 찌질한 행동은 없으니 말이지요.

"난 왜 이렇게 찌질한 걸까"
"휘성씨 안녕하세요. 유쾌하지 않은 일로 인사드리게 돼 죄송합니다. 제가 섣부르게 판단해서 경솔한 글을 공개적인 곳에 남기는 바람에, 큰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음악 피디의 막말에 쿨하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의연해 보여서 보기 좋았어요. 자신에게 한없이 찌질하다는 말을 받아주던 휘성은 작심한 듯 오글거리는 작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네요.  

"나 때문에 팬들 욕먹이기도 싫고, 나도 상처받기 싫고, 대중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작품만 내놓겠다. 재미는 매우 없겠지만"
"왜들 그렇게 멋을 못 부려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스스로 평소에 쓰는 어휘들을 되돌아 보시길. 이러면 안되고 저러면 안되고. 국가에서 법으로 정해 놓던가 아님 대중이 좋아하지 않으면 나도 편하겠다. 평범한 놈이라 시인들이랑 놀기 참 힘들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많은 이들이 휘성이 작사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욕을 하는 이중성을 지적하고 있어요. 아이돌 전성시대라고 욕하면서도 미친 듯이 열광하는 이중성과 오글거리는 가사라고 욕하면서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우습기만 하지요.  

대중가요 가사에 철학적인 이야기만 담아낼 수는 없지요. 이상향을 노래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혹은 교육적인 가사만을 담아내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세대에 따라 추구하는 노래나 가사는 존재하기 나름이에요. 오렌지 캬라멜은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신 같은 존재라고들 하지요. 그만큼 그 세대들이 흥겨워할만한 노래였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세상에 교육적인 내용들만 가사로 작성하고 시적인 표현들만 넘쳐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이 역시 편협적인 시각으로 한정된 문화만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겠지요. 오글거리는 가사들에 열광하는 대중들이 노래방에 나와서는 오글거리는 가사를 탓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적 모습인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에 쓰는 말들, 가슴에서 공감하는 말을 쓰려고 단어 하나 하나에 피를 짜서 쓰면 소위 예술하시는 분들이 천박하다고 욕하는 이 상황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원래 우리가 하는 음악은 우리의 삶을 반영해야 하는 거 아니냐?"


방시혁이 휘성의 글에 답 글로 남긴 글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의 경계라는 것이 엄숙주의가 규정하는 것이라면 엄숙주의를 발로 차버리고 싶네요. 평소에 생각하고 느끼는 단어들과 생각들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는 그들이 과연 욕을 먹어야 하는 존재들일까요?

휘성에게 욕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이중성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인격자들의 반란과 다름없어 보이네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야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음에도 기준도 모호한 틀을 가지고 재단하고 욕하는 모습은 당황스럽기만 하네요. 싫으면 안 들으면 되지요.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대중문화는 당연하게 도태될 수밖에는 없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음에도 소비를 하면서 욕하는 대중들의 심리는 이상하기만 하네요.

과연 휘성이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글거리는 가사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마법소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환호하던 많은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휘성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듯 스스로 자신의 창작에 한계를 부여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