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3. 10:21

비밀의 문 한석규 광기 품은 왕의 귀환과 이제훈의 복귀가 반갑다

한석규가 얼마나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존재인지를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습니다. 광기가 넘치는 영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낸 한석규라는 인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잔인한 아비이자, 역사가 기억하는 선군인 영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분명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군 제대 후 첫 출연인 이제훈의 복귀도 흥미로웠습니다. 입대 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첫사랑에 아파하던 순정남이 아닌 지독한 운명을 살아간 사도세자를 이제훈은 아직 첫 회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복귀를 알려주었습니다.

 

첫 회를 보신 분들은 "선위 하겠다"와 "선위를 거둬 주십시오"가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영조가 자신의 권력을 내보이는 행위가 바로 '선위'라는 행위라는 점에서 첫 회 등장한 '선위'는 특별하고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강렬한 영조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 '선위'는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을 볼 수밖에 없도록 해주는 특별한 선언이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미래의 왕으로 내정된 사도세자. 세상 어려울 것 없이 정해진 왕의 길을 걷는 이선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삶은 영조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자신의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는 시선과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왕이 된 후에도 노론에 의해 항상 왕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던 영조와 사도세자 이선은 너무 달랐습니다.

 

 

광기에 서린 영조의 모습과 달리, 백성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왕의 길이라 생각하는 사도세자의 모습은 첫 회에 모두 드러났습니다. 백성들이 사는 저자거리에는 세책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국가에서 엄히 다스리는 세책이 그렇게 넘쳐나는 것은 현재의 조선이 문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성이 사는 저자거리에 나선 사도세자는 그곳에서 세책을 단속하며 폭력을 일삼는 모습을 보며 분노합니다.

 

암행을 하듯 나선 세자가 저자거리에서 싸움을 하는 이 대단한 패기는 사도세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 지키는 이 대당한 용기를 가진 미래의 왕은 궁으로 돌아와 대신들 앞에서 '세책'을 허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수백 년간 책을 펴내는 것은 국가의 몫이었습니다. 국가가 모든 정보의 지배력을 가지고 통제해왔는데 갑자기 세자가 그 모든 것에 자유를 주겠다는 선언은 많은 이들에게 당혹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궁에서도 많이 읽고 있는 세책인데 애써 이를 막으려고 드는 것이 더 문제라는 세자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은 분명 현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선택은 노론과 소론 사이의 고민을 깊게 했습니다.

 

영조를 도와 왕위를 만든 노론은 거세게 세책을 반대하고, 권력을 빼앗긴 소론은 다양한 책들이 쉽게 발간이 되면 노론의 행태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 반깁니다. 더욱 미래의 왕인 세자의 편에 서서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소론의 선택은 지극히 정치적이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자신을 그려주는 예진화사 신흥복과 항상 함께 다니는 사도세자는 화원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스스로 화원이 되어 자신의 의복을 입힌 신흥복을 그리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도세자는 다방면에 뛰어난 진정한 미래의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자의 모습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이는 바로 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였습니다. 누구보다 권력 지향적인 그녀에게 세자의 이런 행동들이 마음에 들 수는 없었습니다.

 

보다 정치적인 행보로 미래의 왕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기를 바라는 혜경궁 홍씨와 달리, 사도세자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왕의 길이 그리 탐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다섯 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영조의 '선위' 발언에 무릎 꿇고 통곡을 해야만 했던 세자에게 왕이라는 지위는 마냥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오직 왕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세자에게 왕은 그저 힘겹게 이어가야 할 가업 같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영조의 '선위' 선언은 대신들에게 모두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권력 행위였습니다. 노론과 소론이 치열하게 싸우고, 자신의 왕위에 가담했던 노론은 억지로 맹의까지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맹의는 영조를 옥죄는 이유가 되었고, 노론의 수장인 영의장 김택과의 대결 구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택과의 대결 구도는 결국 "선위 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지고는 했습니다. 평소에는 왕을 왕으로 보지 않는 무리들도 '선위' 발언만 하면 모두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김택은 역심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보였고, 영조는 김택이 맹의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문제의 맹의를 없애기 위해 승저원까지 불태워버렸던 영조였지만,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를 맹의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맹의는 곧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서 영조에게는 목숨 줄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지요.

 

사라진 맹의를 가지고 있던 신윤복은 김택이 보낸 자객에 의해 숨지고 맙니다. 맹의를 가지고 있는 한 죽음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신윤복은 사도세자가 읽던 세책에 문제의 맹의의 내용을 필사하게 됩니다. 그 중요한 내용을 숨긴 채 목숨을 빼앗긴 신윤복으로 인해 세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죽어야만 했던 신윤복의 죽음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맹의의 정체도 밝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군 제대 후 첫 작품에 출연한 이제훈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사도세자로 등장했던 수많은 배우들 중 가장 멋진 사도세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선 비주얼에서 만족도를 높여주는 이제훈은 연기 역시 큰 무리 없이 이어가며 첫 회 가질 수 있는 불안을 모두 잠재웠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줄지 모르겠지만 첫 회 등장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가 동일할 겁니다. 왕의 귀환. 한석규를 두고 하는 이 단어에 담긴 의미는 진정한 연기자를 맞이하는 기쁨입니다. 첫 등장부터 죽음의 그림자에 두려워하는 영조의 모습을 연기하던 한석규는 "선위 하겠다"고 선포하는 다양한 모습을 잡아내는 장면에서 한석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하지만, 마냥 미쳐 보이지만 않은 그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 연기를 완벽하게 한 한석규는 진정한 왕이었습니다.

 


한석규라는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이미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첫 회 보여준 한석규의 연기력은 왜 뛰어난 연기자가 드라마에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더욱 이 드라마에는 이제는 하나의 트랜드가 되어버린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탁월한 연기력을 갖춘 수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는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첫 회 방영만으로도  간만에 볼만한 필견의 작품이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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