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9. 12:02

미생 가슴 먹먹한 드라마의 힘, 이제 임시완이라 쓰고 괴물이라 읽는다

웹툰으로 너무 유명했던 '미생'이 드라마화 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우려를 했습니다. 워낙 성공한 웹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웹툰이 영화화되었지만 모두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망해왔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웹툰의 영화나 드라마화는 실패라고 인식되던 순간 '미생'은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유명했던 '미생'이 과연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이들도 첫 방송이 끝난 후 호평을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마치 웹툰에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의 모습에서 웹툰과 드라마의 경계는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바둑 신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끝내 프로 바둑기사가 되지 못하고 사회로 나온 장그래의 모습을 그린 '미생'은 첫 회에 이어 단 2회 만에 그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해주었습니다. 기존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리얼함은 실제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을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리얼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미생'은 넘사벽의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첫 회부터 임시완의 연기는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임시완은 '해품달'에서 어린 허염 연기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활동하고 있던 그가 연기 도전을 했고, 그 첫 작품에서 거대한 가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는 영화 '변호인'에서 진우 역으로 완벽한 연기자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그는 아이돌이라는 의식 없이 완벽한 연기자로 진우에 녹아들어 갔습니다.

 

'트라이앵글'에서도 임시완의 가치를 완벽하게 보여준 그는 '미생'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미생 프리퀄'을 통해 장그래 역할을 했었던 임시완인지 몰라도 완벽하게 극중 장그래가 된 그의 모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첫 회가 강소라와 임시완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면, 2회는 이성민이라는 배우가 왜 대단한 존재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상무의 낙하산으로 장그래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을 거듭하던 오 과장의 고뇌가 잘 드러났지요.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 단순하지만 심각한 실수로 상무에게 지적을 받게 되자 그래에게 나가 버리라고 고함을 치기까지 했습니다.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오 과장은 분실된 문서에 옆 부서의 인턴 이름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를 알리려 하지만, 그 문제를 만든 이가 가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밝히지도 못합니다. 누구보다 가장의 책임감과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오 과장이 그래를 구하기 위해 진범을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지요.

 

이런 지독한 상황을 너무나 리얼하게 연기한 이성민은 진짜 연기자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그래와 술자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 과장이었습니다. 텅 빈 그래의 자리를 보고 가슴을 쓸며 아파하다 함께 술자리에서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폴더 정리에 대한 칭찬과 함께 그래를 품으려 노력하는 오 과장의 모습은 찡하게 다가왔지요.

 

술에 취해 거리에 나선 오 과장은 친구이자 문제의 인턴을 데리고 있는 고 과장을 만나서 술주정 같은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네 애가 풀을 잘못 붙인 바람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라며 고함을 치던 오 과장의 오열은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말이지요. 그리고 그래가 집에 돌아와서도 찡하게 그 순간을 반복적으로 떠올린 이유는 평생을 홀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든든한 동지가 생겼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애"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장그래는 뭉클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그 감동은 그동안 소외만 받아오던 자신이 진짜 회사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그 감동의 순간은 장그래를 새롭게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장그래에게 술김에 진심을 드러낸 오 과장은 술에 취해 치킨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잠자던 아이를 깨우는 모습은 정겹기만 했습니다. 회사에 치여 아빠 얼굴보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아빠의 이런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지요. 사랑스러운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 정겨운 상황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준 이성민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인턴으로 입사했던 그래의 동기는 집에 돌아와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행복해 하는 모습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어린 아이가 아빠의 손가락을 붙잡는 장면에서는 그 어떤 장면보다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어린 아이가 뒤늦게 들어온 아빠의 손을 꽉 쥐어 잡은 아이의 모습은 '미생'이 얼마나 위대한지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지요.

 

임시완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학력도 밑천하고 가진 것도 없는 장그래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많은 현실 속 장그래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너무나 리얼하게 장그래 연기를 한 임시완의 모습을 보면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당연했습니다.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인용하지면 "임시완이라 쓰고 괴물이라 읽는다"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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