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8. 07:04

신해철 사망 믿을 수 없는 비보, 민물장어의 꿈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 출연해 행복한 미소를 짓던 그가 이렇게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장 고통과 급하게 이어진 수술 등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하던 신해철은 그렇게 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마왕이라 불리던 천재 뮤지션 신해철은 2014년 10월 27일 오후 8시 19분 별세했습니다. 신해철의 소속사인 KCA엔터테인먼트가 밝힌 사망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동료 뮤지션들과 팬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그가 다시 깨어나기를 간절하게 바랐지만, 그는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신해철 소식은 너무 급작스럽고 위급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급박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온갖 억측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이 이어지고 추가 수술도 준비된 상황에서 신해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괘도라는 팀으로 출전해 우승자가 된 신해철은 말 그대로 해성처럼 다가왔습니다. 뛰어난 외모에 좋은 학교, 그리고 뛰어난 음악성까지 갖춘 그는 당연하게도 최고의 스타로 성장 했습니다.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자질을 보였던 그는 대한민국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진정한 뮤지션이었습니다.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그대에게'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는 격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기만 합니다.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후 솔로로 데뷔해 진정한 신해철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을 눈여겨봤던 조용필의 도움으로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던 신해철은 첫 앨범부터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솔로 활동과 넥스트 결성으로 보다 깊이있는 음악을 보여주기도 했던 신해철은 라디오 디제이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신해철에게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것은 라디오 프로그램인 '고스트네이션' 때문이었습니다. 국내 밴드 음악을 소개하며 신해철 특유의 독설을 쏟아내며 충성스러운 고스 팬들을 거느린 그는 진정한 마왕이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던 그는 문재인 후보를 위해 캠페인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사에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그런 그의 행보는 일부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당당함과 소신은 그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서태지와 6촌 사이라는 사실과 독립운동가 이성구 선생이 신해철의 외증조부라는 사실 역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만 합니다. 왜 이런 사람은 이렇게 빨리 갈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기 어려우니 말이지요. 뛰어난 음악성과 바른 사회 비판 정신까지 갖추고 있는 신해철은 보다 오래 살아야만 했습니다.

 

신해철의 부인인 윤원희는 암 판정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암 판정을 받은 후 신해철은 결혼을 결심하고 그런 든든함이 암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금 다시 들어봐도 참 뭉클한 감동 이야기였습니다. 암이 재발해 위험한 여자친구에게 이별이 아닌 결혼을 결심한 행위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아이를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도 신해철은 현재의 아내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다하고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 하는 남자가 남기는 이야기 편지, 내 유언장이다"


"집안 친척 중 급사한 분들이 몇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분은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못한다"

"결혼 전 자살충동의 경향이 굉장히 센 편이여서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들이 생기고 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가 됐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신해철은 지난 2011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인과 아이들을 위한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다시 한 번 당시의 그의 유언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집안에 급사한 분들이 있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을 기억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는 그의 유언은 뭉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결혼 전 자살충동까지 겪으며 힘들게 살아왔지만, 신해철은 아이들이 생기고 부터 자연스럽게 치유되었다고 합니다. 행복이라는 거대한 선물이 자신의 병까지 치료해주었다는 든든함은 그 무엇보다 풍성한 행복으로 다가온 듯했습니다. 아이에 대한 애정과 함께 부인에 대해서도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다고까지 했습니다.

 

과격해 보이는 발언들 속에서도 이 애절하고 특별한 가족 사랑은 진짜 신해철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왕이라는 조금은 무서운 듯한 별명과 달리, 대한민국 밴드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실제 그들을 위한 노력을 했던 신해철의 사망 소식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아프기만 합니다.

 

신해철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신대철은 병원의 과실이 분명하다며 분노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신대철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의 죽음이 어떤 연유에서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는지 꼭 밝혀내야만 할겁니다.

                        

"'민물장어의 꿈'이다.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다"

 

신해철은 지난 2010년 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 중 뜨지 못해 아쉬운 한 곡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그는 '민물장어의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곡이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곡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장례식장에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가 예언한 것처럼 그의 사망 소식과 함께 '민물장어의 꿈'은 역주행을 하며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12년 언론노조 총파업 희망캠프 문화제에서도 신해철이 부르던 '민물장어의 꿈'은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쉼없이 새로움울 추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진리를 찾기 위해 나아가고 싶다는 신해철의 바람이 그 곡에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우리가 신해철의 묘비명이 될 것이라는 '밀물장어의 꿈'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 안에 곧 신해철의 삶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사 첫 마디부터 마지막까지 신해철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이 곡은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 잔인함으로 다가오는 '민물장어의 꿈'은 그의 속내가 모두 들어있어 더욱 잔인할 정도로 소중하게 남겨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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