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4. 07:04

신해철 부검결과 명백한 의료사고, 우리가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유

고인이 된 신해철의 부검 결과 의료사고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부검 전에 이야기 되던 천공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는 사실과 의인성 천공이라는 발언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소장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는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혹으로만 일고 있었던 의료사고가 부검 이후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후 일정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소장에 난 천공만이 아니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막에까지 천공이 난 상황은 충격이었습니다. 신해철이 S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전에는 없었던 천공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결국 그의 사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장에 난 천공 역시 아산 병원에서 잘라내고 수술을 해서 어떤 이유로 천공이 생겼는지 부검 상황에서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수술 과정에서 생긴 구멍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이번 부검에서도 가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답답합니다.

 

"부검은 3일 오전 시신이 도착한 다음 CT촬영 이후 10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최경아 박사 외 3명의 부검 의사와 4명의 조사관에 의해 실시됐다"

"복강 내에 환원성 산출액이 나와 장기가 유착된 소견을 보였고, 소장이 부분 절제된 다음에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산 병원에서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위장을 보시면 외벽부위 15cm 가량을 바깥쪽으로 서로 봉합한 소견이 보이는데 이는 위 용적을 줄이기 위한 수술로 생각이 된다. 위 상방에서 밴드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횡경막 좌측 부위 심낭에서 0.3cm 가량의 천공이 발견됐다. 심낭 내와 복강 내에 환원성 산출액이 동반된 심낭염이라는 소견이다"


3일 오후 4시 30분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故신해철 부검 브리핑을 통해 1차 부검 소견을 밝습니다. 최 소장의 브리핑은 부검을 하는 전 과정을 나름 자세하게 설명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의학적 전문용어들이 자주 등장해서 이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몇몇 용어들만 이해하면 부검 브리핑을 쉽게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과거 했다는 위밴드 수술 흔적이 발견 되었고, 이야기 없었던 위절제 수술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장유착 소견과 소장이 부분 절제된 다음 봉합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소장에 천공이 생겼다는 아산병원의 말처럼 그들은 그 천공을 막기 위해 절제와 봉합을 했다고 볼 수 잇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소장의 천공만이 아니라 심낭에서도 천공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복강만이 아니라 심낭 내에서도 일정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산출액이 동반된 심낭염이라는 소견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부검 결과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심낭 천공은 인위적으로 산출액을 빼내기 위한 수술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복강에 생긴 환원성 산출액이 어떻게 심낭에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초 사인으로 알려있던 허혈성 뇌괴사는 복낭염과 심낭염에 의해 변발된 것으로, 정확한 사인은 복막염 및 심낭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생각 된다"

"횡격막 천공은 보통 외상에 의한 천공이 흔하지만 이는 수술 부위와 인접되어 발생하였고, 부검 소견상 심낭 내에 음식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에 따라 의인성 손상의 가능성이 우선 고려된다"

"아산 병원에서 수술이 진행돼 봉합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 조직 슬라이드와 소장 적출 부위를 인계 받아 검사를 진행할 것이다. 검사가 끝나야 천공의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의인성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1차 부검 소견은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이뤄진 수술로 차후 병리학적 검사 및 CT 소견을 종합해 재검토해 판단하겠다. 오늘 말씀 드리는 내용은 1차 부검 소견이다"

 

1차 부검 소견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의문들이 많습니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견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1차 부검에서 중요하게 거론된 것은 바로 '의인성 손상'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긴 어쩔 수 없는 손상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생긴 손상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수술 전에는 없던 손상이 수술 후 생겼다면 이는 당연하게도 수술 과정에서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 수술 후에도 통증을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S병원에서 좀 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검사를 병행했다면 신해철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부검 결과 보고에서도 심낭 내에 음식 이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수술 후 생긴 상처가 결과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만들었고,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CT 촬영 등으로 천공이나 이물질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는데 S병원은 신해철을 입원과 퇴원만 반복시키고 마약성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는 수술이 잘못된 환자를 방치하고 결국에는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료사고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수술을 집도하고 위기 상황까지 이르게 만들었던 S병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 침묵 속에서 법리적인 모색을 통해 이 난국을 해쳐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엄포는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로 인해 사망한 신해철에 대한 사과나 조문도 하지 않은 그들의 행태는 그래서 더욱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MBC에서 신해철에 대한 특별 다큐멘터리를 내보냈습니다.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신해철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되묻게 했다는 점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다큐에서도 자주 언급이 되었지만, 신해철 그는 그렇게 쉽게 가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단순한 가수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그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서 허망하게 떠나도록 만든 의료사고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그 벌을 달게 받게 해야만 합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 상황에서 신해철이 거짓말처럼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어린양도 부리지 못하겠습니다. 그 보다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회적 부조리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갔습니다. 수많은 의료사고들이 벌어지지만 항상 그 사고는 의사들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해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회적 비리와 병패와 함께 하고 있는 듯해서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를 우리가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사고와 관련된 명명백백한 결과가 나와야만 할 겁니다. 그러기 전까지는 우린 아직 그를 떠나보낼 수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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