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7. 13:22

카라 굴욕 안긴 KBS, 차라리 초대를 하지 말아라

청룡영화제에서 다양한 시상식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듯 중간 중간 등장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보기 원하는 이들도 제법되지요. 영화제가 걸 그룹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근엄함을 몸에 세기고 사는지 알 수 없지요.

의도적인 것이 아니면 설명도 안 되는 편집




영화제의 주인공은 시상을 하러온 영화인들이에요. 언제부터인지 이런 시상식을 쇼처럼 화려하게 만들어 대중들이 함께 하고 축하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최근의 영화제 시상식이지요.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한민국이니 아카데미 영화제를 답습했다는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답이겠죠.

분명 주인공은 영화인들이고 그들의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이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는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즐거운 자리가 아닐 수 없을 거에요. 당연히 그런 무대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가수들 역시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아카데미 영화제가 매년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이유는 단순히 수상만 하는 단조로움이 아닌, 다양한 쇼가 함께 하기 때문이지요.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환상적인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제 시상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니 말이지요.

아카데미 영화제를 보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이들과 객석에 앉아 있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지요. 시상식을 즐기러 온 이들은 무대 자체를 더욱 풍성하고 멋있게 만들 수밖에는 없어요.

흉내는 내는데 안에 담겨 있는 즐거움까지는 배우지 못했는지 국내 영화 시상식을 보면 철저하게 경직된 모습에 시청자들이 민망해지게 만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요. 최고 압권은 소녀시대 공연이었어요. 그녀들이 일본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들을 풍성하게 만들고 국내에서 신곡으로 활동하던 상황이기에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렇게 열심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시큰둥하고 뚱한 객석의 영화인들의 모습은 민망함 그 자체였어요. 소녀시대가 싫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TV를 봐도 그런 정색한 모습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화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들과 다름없었어요.

당연하게도 행사가 끝난 이후 인터넷은 발깍 뒤집혔었지요. 가수를 무시하는 영화인이라는 적대적인 관계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논란들이 끝임 없이 양산되며 그럴 거면 차라리 가수들을 부르지 말고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해라'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어제 개최되었던 영화제는 이를 넘어서는 경악스러운 굴욕을 안겨주었네요. 대종상 시상식에서 영화인들이 집단 침묵으로 소녀시대에게 굴욕을 안겨주더니, 이번 청룡영화제에서는 방송국이 나서서 카라에게 잔인한 굴욕을 선사했어요.

과거 논란이 민망했던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영화인들의 모습도 민망하고 무대 위에서 나름 열심히 하는 카라의 모습도 안 되어 보였어요. 연습실에서 거울보고 춤을 춰도 영화 시상식 무대보다는 흥이 났을 듯하지요. 이런 민망한 영화제 시상식 공연에 화룡정점을 이룬 것은 바로 편집이었어요.

의도적이 아니라면 결코 그럴 수 없는 편집으로 카라 공연은 현장에 있는 이들만이 즐길 수 있는 무대였어요. 공연 중간 중간 행사장 외경을 뜬금없이 계속 보여주며 어서 끝나라고 재촉이라도 하듯 진행된 편집 굴욕은 마무리도 하기 전에 광고를 내보냄으로서 끝내버렸어요.

생방송이기에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마지막 부분만 해당되는 것이죠. 노래 중간 중간 무대가 아닌 외부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의도적으로 편집을 지시한 게 아니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화면이지요.

데스크에서 화면을 보면서 직접 지시를 하는 피디의 능력이 결과물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철저하게 피디가 카라를 능욕하기 위해 작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화면 구성은 나올 수가 없어요. 사전 리허설과 함께 철저하게 준비해서 들어가는 생방송이기에 이런 편성은 의도적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지요.

카라로서는 컴백을 하자마자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고 최근엔 연평도 사건이 벌어지며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어떤 무대이든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찾아갈 수밖에 없는 그녀들에게 그런 식이 굴욕을 안겨 줄 거라면 차라리 출연을 시키지 말았어야 해요.

도입부에 사회자들의 뮤지컬 무대처럼 재현해 입장하듯 철저하게 자신들까지 쇼를 만들어서 즐기지 왜 가수들을 불러 굴욕을 주는 것일까요? 즐기지도 못하는 시상식에 아무런 상관없는 가수들을 불러 굴욕을 주는 습관이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지요.

무대 위에 올라서는 아이돌들이 그렇게 보기 싫으면 영화제 시상식에 부르지를 말아야겠지요. 불러 놓고 민망한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영화인들이나 방송 관계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이번 청룡영화제 무대는 카라에게도 굴욕이지만 시상식 행사 역사상 가장 민망하고 경악스러운 연출이 아닐 수 없었어요. 그런 식으로 초대가수를 능욕할 거라면 더 이상 들러리서서 축하하도록 강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한 없이 경직되어서 대중 앞에 군림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위주의 시대 군 장성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연상시키게 하는 영화제 시상식에 가수들은 설 수 없도록 법이라도 재정해야겠네요. 자기들끼리 상주는 모습을 굳이 생방송으로 보여줄 이유도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상이 아니라면 무표정이 나아가 참석도 하지 않는 무한 이기주의를 보이는 시상식을 전파낭비까지 해가며 방송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