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30. 08:29

임시완 비정규직, 미생 임시완 그의 눈물 속에 모든 계약직의 아픔과 서러움을 담아냈다

임시완이 연기한 장그래는 비정규직이란 무엇인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서글프고 아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청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 드라마 '미생'은 그래서 위대했습니다. 그 흔한 로맨스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몰입도를 높이게 해주는 드라마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케이블 드라마에서 시청률 6%를 넘어선 것도 기적과도 같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주는 가치는 시청률 그 이상이었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연기 역시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다는 점에서 '미생'은 우리 시대 가장 완벽하게 위대한 드라마입니다.

 

바둑을 인생에 비유한 회사생활을 다룬 '미생'은 모두가 알고 있듯, 웹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습니다. 워낙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과연 드라마 제작은 어떻게 될지 의아해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드라마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고졸 낙하산이라는 이름으로 인턴사원 시절부터 논란이 되었던 장그래. 그가 바둑을 통해 익힌 탁월한 감각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함께 합격한 다른 신입들과 달리, 장그래는 2년 계약직 사원이었습니다.

 

모두가 대단한 스펙을 가진 이들만 모인 그곳에서 고등학교 검정고시가 전부인 그의 등장은 멸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지켜준 것은 오 과장이었지요. 오 과장은 편견 없이 그를 바라봤고, 그의 제안들을 과감 없이 바라보며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오 과장이라는 탁월하고 인품이 대단한 상사가 아니었다면 장그래라는 신입사원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여기에 김동식 대리까지 영업 3팀은 마치 장그래를 위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장그래를 바라보는 그들로 인해 그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신입 특유의 패기에 평생 바둑을 보면서 큰 판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른 장그래의 진가는 오 과장과 김 대리에 의해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요르단 중고차 프로젝트를 살려내고 완벽한 PT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장그래였지만, 그는 그저 2년 계약직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서 회사에 도움을 준다고 한들 그 계약직이라는 한계는 그를 기운 빠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도 계약직은 그저 계약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장그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사장에게 직접 칭찬을 받은 신입사원이라도 그는 그저 2년이라는 명확한 한계가 드러나 있는 계약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차장님.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 거죠. 이대로만 하면 정직원이 되는거죠?"


답답한 장그래는 오 차자장에게 그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냉철하기만 했습니다. 오 차장은 누구보다 아끼는 장그래에게 거짓된 희망을 품게 하지 않았습니다. 고급인력을 뽑기 위해 최고 학부를 찾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고만을 뽑는 현실 속에서 장그래는 끼어들 틈조차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회사 매뉴얼은 철옹성 같아서 장그래 같은 비정규직은 끼어들 틈은 없을 것이라는 오 차장의 발언은 섬뜩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 번 계약직은 영원한 계약직이라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장그래의 모습은 그래서 아프고 서럽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무섭게 보이기만 하던 천 과장이 술을 권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도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장그래를 통해 다시 상사맨으로서 의미를 되찾게 되었다며 감사해 하지만, 천 과장이 이런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술 잘하기로 소문났던 천 과장은 장그래와의 술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며 장그래를 통해 얻게 된 진짜 일하는 맛을 통해 제대로 일을 하고 싶다는 천 과장의 다짐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인턴 사원시절부터 편하게 대해주고 좋은 상사였던 김 대리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비정규직의 애환을 보고 듣고 느껴왔던 김 대리로서도 장그래의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선 자리에서 퇴짜를 맞기만 하던 김 대리와 술을 함께 마시면서도 장그래는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형님은 장가가는 거고"라는 김 대리의 발언에 울컥하고, 우리라는 단어에 그 누구보다 집착하던 장그래. 그렇게 함께 일을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뜨고 행복했던 장그래에게 그저 그렇게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한계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설날 친척들을 피해 있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회사에도 가보지만 그 놈의 비정규직이라는 딱지는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서 회사를 나오던 장그래는 깨닫게 됩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문제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말이지요. 그렇게 열심히 집으로 향한 장그래는 친척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오열을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을 대변하고 자신의 아픔을 누구보다 곱씹고 마음으로 온 몸으로 품어냈던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 자신은 자랑이었습니다. 장그래 그는 어머니의 자랑이었습니다. 그 자랑스러운 아들인 장그래는 정규직에게 나눠주던 햄이 아닌 식용유를 받아도, 그 지독한 차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어머니의 자랑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장그래는 회사 옥상에서 왜 오 차장이 자신에게 그렇게 차갑게 대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과거 오 차장이 대리 시절 비정규직이었던 이은지 사원이 바로 계약직 사원이었습니다. 이미 알려졌듯 그녀는 회사의 비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그저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져야만 했던 이은지는 그렇게 사고로 숨지게 되고 오 차장에게는 지독한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라.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과거 오 차장이 대리이던 시절 이은지에게 했던 그 발언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구해주지 못할 친구에게 막연한 희망과 꿈을 강요했던 자신. 그렇게 자신이 그런 희망만 전해주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죽지 않고 지금 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영특했던 사원을 상사로서 책임도 지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던 오 차장은 그래서 더욱 아팠습니다. 장그래 역시 이은지와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지요. 자신이 너무나 아끼는 그래서 더욱 냉정해져야만 하는 상황에 분노하는 오 차장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아프기만 했습니다.

 

반복해서 욕심내지 말라는 오 차장과 욕심도 허락받아야만 하느냐는 장그래. 그저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계약직이라는 한계 속에서 갇힌 채 나올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집 마루에 앉아 울던 장그래의 모습은 그래서 아팠습니다.

 

대책 없는 희망과 무책임한 위로가 얼마나 한심하고 의미 없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는 오 차장의 분노. 그리고 그렇게 힘겹고 아프기만 한 현실에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이 아픈 오 차장의 분노는 우리 시대 진정한 상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오 차장의 마음을 엿듣게 된 장그래가 느끼는 아픔은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 흔한 사랑이야기를 담지 않고서도 이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생'은 완벽했습니다. 우리네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드라마는 위대했습니다. 계약직의 서러움과 아픔을 그대로 보여준 '미생'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에게 계약직의 아픔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미생'은 너무 아프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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