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7. 10:40

송가연을 진짜 망치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20살 여성 파이터인 송가연은 뜨거운 존재입니다. 올 한 해 두 번의 시합을 가진 그녀는 1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신인으로 이제 막 프로 파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녀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연패나 연승이 아닌 시작하는 시점에서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파이터로서 행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송가연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그녀의 경기만은 아닙니다. 사실 그녀의 경기와 관련해 꼬집는 이들의 내면에도 그녀를 이용하는 단체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로드 FC는 국내에서 MMA를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을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일본 격투기 시장이 몰락을 하고, 미국의 UFC가 가장 강력한 단체가 된 상황에서 로드 FC의 노력은 가상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일본의 몰락은 광고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으면서 경기를 이끌 동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비리 사건들이 발목을 잡은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로드 FC는 서두원을 앞세워 부활의 찬가를 부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케이블 방송과 함께 파이터들을 위한 방송을 진행중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파이터들을 발굴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이 독창적인 방식이 아닌 UFC가 그동안 해왔던 과정을 따라하는 수준이지만 말이지요. 국내 여건에 맞춰 시장을 확대하려는 이들의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송가연이라는 사실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송가연은 그녀가 방송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부터 미녀 파이터라는 이름으로 화제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미녀 여자 연예인들과 비교하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돋보이는 송가연은 당연히 격투기 팬들이 사랑하는 존재로 격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식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송가연은 어느새 로드 FC를 위한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어 있었습니다. 미녀 파이터라는 명칭을 앞세워 방송 출연을 하기 시작했고, 고정 멤버로 참여하며 보다 대중들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던 격투기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매개체 노릇을 송가연은 톡톡히 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UFC로 진출한 몇몇 선수들의 승전보들이 큰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격투기 시장이 안정이 되고 활성화된다면 격투기를 하는 수많은 이들에게는 절실한 상황으로 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송가연을 앞세운 홍보 전략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가연을 방송에 출연시키듯 격투기에 관심이 많은 연예인을 링으로 올려 흥행을 고려한 선택들을 하는 것 역시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들이 수반되어야만 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송가연이라는 인물에 대한 활용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녀는 분명 국내 격투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존재입니다. 남성들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격투기에 미녀 파이터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그녀가 적극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면서 격투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환영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정식 선수라고 부르기 모호한 상황에서 시작된 홍보가 문제였습니다. 

 

경험이 있었고, 그런 전적들이 격투기 팬들 사이에 인정을 받은 상황에서 송가연이 방송활동을 했다면 지금처럼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누구도 그녀의 정식 경기를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방송활동은 비난의 대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이가 격투기 선수라고 나오는 현실이 못마땅해지기 시작하면서 송가연에 대한 안티는 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동선수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모호한 지점에 놓은 송가연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승리를 얻어 포효하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승리는 오히려 더 큰 안티만 불러왔습니다. 

 

프로 데뷔를 하는 송가연이 메인이 된 로드 FC는 명확한 의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흥행의 핵이고 그녀를 통해 로드 FC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파이터를 데뷔전에 데려왔고, 그런 약한 상대를 이긴 송가연은 오히려 대중들의 화만 불러오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미 이 순간 로드 FC의 전략은 더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었지요.

 

대중들이 키를 쥔 상황에서 송가연의 두 번째 경기는 준비되었습니다. 첫 경기보다는 젊고 활동적인 선수를 선택했지만, 송가연이 상대할만한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연승을 통해 송가연이 국내 격투기 시장의 붐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어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라운드 기술이 부족한 송가연은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패배는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졌고, 비난 역시 쏟아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송가연이라는 스무 살 어린 파이터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상황 역시 송가연을 더욱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시키기고 있습니다. 이종격투기 카페에서 송가연을 비판하는 이들에 노골적으로 욕을 하며 송가연을 두둔하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인해 비난 여론은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비판은 송가연이 패배 후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현 없이 억울함만 표현하다 퇴장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라운드 기술에 걸려 진 송가연이 탭을 하지 않았다며 항변하는 인터뷰도 도마 위에 올라갔고, 대회사인 로드FC 측이 송가연 승리와 달리, 승장인 다카노 사토미의 인터뷰를 생략한 것 모두가 잘못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송가연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격투기 선수들이 나서서 송가연을 무조건 옹호하며 대중들에게 욕을 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닙니다.

 

"팀원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하게 한 점 머리 숙여 사죄한다. 송가연의 안타까운 모습에 감정이 격했던 것 같다. 무조건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석상준과 홍영기의 발언으로 심기가 불편했을 모든 이에게 사과드린다. 다음부터는 종합격투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주의 하겠다"


논란이 격해지자 서두원은 해당 격투기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렸습니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무조건 사과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의 사과글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누구도 서두원을 욕할 수 없는 것은 그의 노력이 현재의 한국 격투기 시장의 초석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서두원의 발 빠른 사과는 다행이지만, 여전히 문제는 송가연입니다. 다시 송가연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20살인 그녀의 파이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녀가 꿈꾸는 최고의 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련들이 필요합니다.  

 

현재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핵심은 과연 그녀가 진정한 파이터인가에 대한 부정입니다. 확실한 방법은 송가연이 실력으로 이런 시선들을 거둬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녀가 방송에 나오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런 행위들 전부 격투기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행위이지만) 역시 잠시 미루더라도 그녀는 다음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격투기 선수는 실력을 평가받습니다. 미녀 파이터 송가연이 많은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경기력 향상을 통해 그라운드에서 누구도 자신을 폄하하지 못하는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송가연을 진짜 망치는 사람들은 그녀를 욕하는 격투기 팬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승자에 대한 환호. 그리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들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이들입니다. 그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진짜 송가연을 망치게 하는 이들은 바로 로드FC이고 선수들이라는 사실이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드러났습니다.

 

송가연이 살기 위해서는 방송이 먼저가 아니라 운동이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경기에서 이긴 후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활동을 한다면 누구도 그녀에게 비난을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지요. 지금과 다른 변화가 절실한 이유는 두 번의 경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송가연만이 아니라 국내 격투기 활성화도 함께 가능한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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