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31. 07:04

현직 개그맨이 폭로한 유재석, 국민 MC의 진정한 위엄

유재석이 왜 위대한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격되는 그의 진짜 모습일 겁니다. 유재석의 이런 선행들은 이미 많은 곳에서 드러나며 그가 왜 유느님 일수밖에 없는지는 큰 공감대로 형성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행 소식은 언제 들어도 즐거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KBS에 이어 MBC 연예대상에서 연속으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런 수상에 대해 대중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고, 시청자들 역시 이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화려한 시상식을 집에서 봐야만 했던 MBC 개그맨이 남긴 글은 많은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MBC 공채 20기 개그맨 오지환은 30일 한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에 "현직 개그맨으로서 '인간 유재석'의 실체를 폭로 합니다"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실명을 밝힌 이유가 한 치의 거짓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할 정도로 독한 마음을 품고 쓴 그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말이 선배님이지 저에겐 그저 연예인일 뿐이고 그 분들은 제가 개그맨인지도 모르는 상황 이었다" 

 

"개그맨 생활 힘들죠? 이 바닥은 잘하는 사람이 뜨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뜨는 거예요. 힘들어도 개그 포기하지 말고 버티세요"

 

"개그맨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개그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조언을 해주셔서 다시 마음잡고 개그에 몰두하게 되었다"

 

개그맨 오지환이 올린 글은 인간 유재석이 누구인지를 다시 깨닫게 했습니다. 지난여름, 소품과 의상을 옮기던 중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MBC '무한도전' 멤버들을 마주치고 당황했지만 용기를 내서 인사를 건넨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유재석의 한 마디에 뭉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개그맨 생활을 포기할까 하는 고민을 하던 시점 자신에게 힘들어도 개그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는 유재석의 격려는 그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유재석 역시 10년이라는 긴 무명 생활을 했던 그이기에 가능한 진심어린 격려였을 겁니다. 누구보다 그 긴 무명의 시간들이 서럽고 힘들었을 유재석이었으니 말이지요.

 

"여기서 사진을 찍는 건 고인과 유가족 분들에게 큰 실례가 되는 거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 찍어드릴 테니 죄송하지만 그 사진은 삭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 온 유재석을 본 경험은 그가 왜 많은 이들에게 진짜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항상 밝은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유재석이 정색을 하며 후배들에게도 "인사하지마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대한 예의였기 때문이지요. 

 

장례식장에서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확신은 유재석이 그저 사람만 좋은 그런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유재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상조회사의 한 아주머니가 유재석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자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실례가 된다며, 밖에 나가 찍어 들릴 테니 죄송하지만 사진을 삭제해 달라는 말도 했답니다.

 

최소한 공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는 유재석의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국민 MC가 되는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그저 웃기는 재능만 있다고 국민 MC가 될 수는 없습니다. 스타는 될 수 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민 MC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런 바른 자세가 큰 작용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지환이 "아, 이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만 착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 자체가 착하구나"라고 느꼈다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생각일 겁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연예대상 현장이 아닌 집에서 TV로 시청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예능인들을 보며 축하가 아닌 시샘을 하던 저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에게 한심해 하고 있을 때 영예의 대상으로 유재석 선배님이 뽑혔다"

 

"그저 '언급'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유재석 선배님은 KBS 출신이기에 MBC 개그맨들을 걱정 안 해도 되지만 그는 아니었다. 방송사를 떠나서 그저 후배들을 안타까워하고 아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갑자기 일터가 사라진 MBC 개그맨의 일상은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를 웃기기 위해 무대에 서야 하는 그가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실이 바로 MBC의 현실이기도 하지요.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예능의 뿌리인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바로 MBC이니 말입니다.

 

오지환이 큰 감동을 받은 것은 바로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고 밝힌 소감 때문이었습니다. 유재석은 대상을 받은 자리에서 MBC에서 사라진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후배들이 함께 이 자리에 있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한 번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내년에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유재석의 간절함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KBS 출신인 유재석이 굳이 대상을 받은 그 특별한 순간 MBC 개그맨들을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오지환도 시상식에 나선 그들을 시샘하던 자신을 한심하게 만든 것이 바로 유재석의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이미 자신이 봐왔던 인간 유재석. 그런 그가 대상을 받은 그 값진 순간 자신의 직속 후배들도 아닌 MBC 개그맨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유재석에게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을 겁니다.

 

시상식에서 10년 만에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하다 울먹이던 박슬기는 "유재석만 보면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슬기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추억이 여전히 감동으로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2007년 무한도전 멤버들과 유재석이 대상을 공동수상했을 당시 수많은 카메라와 취재진들로 인해 뒤로 밀려나 정말 울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신도 연예인인데 정작 시상식 뒤편에 밀려나 있어 서운했던 그녀는 취재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재석은 그녀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취재진들로 인해 뒤로 밀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상황에서 유재석은 "우리 슬기씨 자리 좀 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 자신을 직접 챙겨주는데 어떻게 안 좋았겠느냐는 박슬기의 발언은 바로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재석입니다.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힘들게 최선을 다하는 많은 후배들을 챙길 줄 아는 유재석은 진정한 국민 MC였습니다.

 

국민 MC는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자리입니다. 유재석을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MBC 개그맨 오지환의 장문의 글과 박슬기의 눈물 속에 왜 우리가 유재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가 잘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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