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8. 07:04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유재석의 분노가 공감을 이끈 이유

2015년 첫 추격전을 벌인 '무한도전'은 여전히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추격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던 노홍철이 빠진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배신의 아이콘인 노홍철이 보여준 추격전의 재미는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배신에 배신을 이끌며 얄미운 짓을 하지만 무도 추격전의 재미라는 것이 그런 배신들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점에서 노홍철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도는 역시 무도였습니다. 추격전의 절대강자인 노홍철이 빠졌지만 더욱 업그레이드 된 그들의 추격전은 그의 존재감마저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상여금을 준다는 김태호 피디의 발언에 무도 멤버들은 모두 즐거워했지만, 상여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모든 것이 제작진이 의도한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초성 게임을 통해 첫 번째 상여금 수여자가 결정되었고, 첫 주인이 된 정준하로 인해 추격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정준하로 시작된 추격전의 행태가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상금은 상자 안에 수없이 존재하지만 그 금액이 MBC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멤버들 각자의 급여에서 빠져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정준하가 첫 상자를 여는 순간 100만원이 그의 돈이 되었지만, 남은 4명의 멤버들은 25만원씩 MBC에 의해 강제로 돈을 빼앗기는 상황은 황당했습니다.

 

상자를 여는 멤버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은 모두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서로 합의를 통해 게임을 중단할 수도 있지만, 한 번 열린 상자는 좀처럼 닫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수없이 쏟아지는 것들은 막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돈가방에는 GPS가 설치되었고 멤버들은 수시로 정보를 얻으며 추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추격전을 경험했던 이들은 달랐습니다. 돈가방을 열고 100만원을 얻은 정준하는 상자를 숨기고 박명수와 유재석을 농락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격전 특유의 재미를 만들었고, 준하의 팬티가 찢어지는 황당한 상황도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속고 속이는 관계들 속에서 철저하게 추격전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인사동에서 모두를 속이고 상자를 획득하기 위한 정준하의 전략은 유재석과 박명수에 의해 무산되고 맙니다.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순간 상자 개봉을 위해 내린 그들은 탐욕에 찌든 정준하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100만원에 이어 두 번째 상자까지 연 정준하로 인해 그는 200만원을 얻게 되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빚이 75만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전 획득했던 금액은 제작진에 의해 사라져버리며 이들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말도 안 되는 추격전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철저하게 유재석을 위해 팀을 자청한 박명수는 작전을 통해 상자를 들고 도주하고, 유재석에게 즉시 연락을 합니다. 그가 향한 곳은 긴박한 추격전 속에서도 먹어야 한다는 그 소박하고 엉뚱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10년이나 함께 한 그들에게 박명수의 수는 모두 읽힐 수 있는 그림일 뿐이었습니다.

 

돈가스를 먹으면서도 서로 눈치로 작전을 짜고 지시하고, 함께 연합을 해서 상자를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모습들은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멈출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된 현실 속에서 박명수의 무한한 애정을 유재석에게 이어지는 상황도 재미있었습니다.

 

돈가스를 먹는 사이 유재석과 박명수의 연대에 맞선 삼각 연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식사 와중에 상자는 그들에게 빼앗기게 되었고, 마지막 주인공은 하하의 몫이었습니다. 삼각연대마저 깨고 홀로 상자를 차지한 하하는 새로운 탐욕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삼각연맹이라는 의미 자체가 무의미한 이들의 추격전은 그렇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GPS가 지하에서는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지하철을 통해 이동을 선택한 하하의 영특함은 추격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하하의 지하철 이동은 명동대란이라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도주하던 하하가 추격하던 박명수와 유재석에게 들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하철에 갇힌 촬영팀으로 인해 단 한 개의 카메라만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나의 카메라만 남은 것도 문제이지만 이 과정에서 박명수가 가방을 가지고 도주를 시작하며 유재석과 하하는 낙오가 되고 말았습니다. 카메라도 없는 상황에서 작가와 하하의 휴대폰을 통해 급하게 촬영을 하는 과정은 진정한 리얼 예능이었습니다. 유재석을 담당하는 카메라가 어쩔 수 없이 박명수를 따라갔고 이로 인해 음성 지원이 되지 않아 상자를 든 명수는 무음 방송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독한 추격전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대학로 와플 가게 아저씨의 어마 무시한 의리 역시 화제였습니다. 박명수가 자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에게도 상자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에 유재석을 막아서며 결코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와플 사장님은 진정한 씬스틸러였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자꾸 빚이 늘어나"

 

추격전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꾼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것을 확인한 유재석이 내뱉은 분노는 우리 시대 갑질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빚만 더 느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유재석의 분노는 우리 모두를 대변했습니다.

상위 1%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유재석의 분노는 큰 공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하고, 점점 늘어나는 빚으로 인해 사는 것 자체가 팍팍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무도 추격전이었습니다.

 

마지막 상자는 열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상자들을 열 수록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남은 인원들이 큰 빚을 져야만 하는 이 황당한 현실 속에서 과연 이들의 추격전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넋두리처럼 던진 유재석의 분노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격한 공감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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