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5. 08:17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정형돈의 폭주 웃프지만 공감하는 이유

이번 주 무도를 보신 분들이라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을 듯합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추격전 '끝까지 간다'의 결말이 주는 재미와 상징성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무도의 추격전을 넘어서는 신개념의 풍자 추격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이들도 공감하고 느끼고 있었던 '무도 끝까지 간다'는 우리가 익숙하게 뉴스에서 접하고 실제 경험하고 있는 '갑을 논란'을 다루었습니다. MBC라는 거대한 방송사가 '갑'이고 그들과 계약한 무도 멤버들은 '을'인 상황에서 10주년 격려금을 준다는 말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그들은 갑질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상자를 열면 거액의 돈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상자를 연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출연료에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한 번 열린 상자는 모두에게 빚을 떠안았지만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경쟁의식은 서로를 부추겼고, 그렇게 탐욕의 레이스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서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어가기 시작한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습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하고 이를 통해 최소한의 빚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로 합의하면 모든 레이스는 중단될 수 있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늘어난 빚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에게 멈출 수 없는 과정을 요구하기만 했지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추격전에서 무도는 항상 적극적이었습니다. 추격전의 황제라 불리던 노홍철이 없는 무도 추격전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배신의 아이콘인 노홍철은 분명 무도 추격전을 흥미롭게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그가 빠진 상황에서 과연 무도 추격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지만 명불허전 무도는 그의 부재를 우습게 만들었습니다.

 

무도가 어떻게 10년을 이어져왔는지 그 저력이 이번 추격전에서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상자를 열면 돈이 등장하지만 그 돈은 다른 이들의 계좌에서 나오는 돈이라는 점에서 여는 순간 빚은 산더미처럼 늘어나기만 합니다. 이 기본적인 구도 속에서 무도 멤버들이 벌이는 추격전은 과거 완벽한 사기꾼으로 추격전의 주인공이었던 노홍철이 나오던 때와는 격이 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지하철 추격에 이어 택시까지 적극 활용한 추격전은 그동안 본적이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상자와 한 시간에 한 번씩 열 수 있는 규칙은 긴장감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폭주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은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는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무도의 추격전이 더욱 새롭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시민들의 적극적인 활약이었습니다. 지난 주 와플 가게 아저씨의 의리는 큰 화제였습니다. 박명수의 부탁을 듣고 상자를 지키는 아저씨의 모습은 대단했으니 말이지요. 그 와플 아저씨에 이어 이번 주에는 택시 시가의 의리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습니다. 상자를 택시 트렁크에 숨긴 채 레이스를 펼치던 그들은 택시 기사의 의리로 인해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재석의 부탁으로 처음 상자를 실은 채 이동하던 택시는 하하에 의해 강탈당하듯 했지요. 그렇게 맺어준 하하와 택시 기사와의 끈끈함은 대치 국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네 명의 멤버가 택시를 둘러싸고 막아서는 상황에서도 끔쩍도 하지 않고 하하의 이야기만 듣는 택시 기사로 인해 모두가 멘붕에 빠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이렇게 의리를 지켜줄 이유가 없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무도의 추격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와플 아저씨와 택시 기사로 인해 이후 또 다른 무도 추격전이 벌어진다면 다른 수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상자의 주인공은 항상 바뀌었습니다. 뺐고 빼앗기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한 번쯤 상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황홀함과 자괴감을 느끼는 과정에서도 소외된 1인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정형돈이었습니다. GPS를 통해 상자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추격전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하가 한 번 지하로 들어가면서부터 그 상황은 꼬이게 되었지요.

 

GPS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모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다보니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이 늘게 되고 이렇게 스스로 함정에 빠진 정형돈은 항상 뒤쳐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된 이번 추격전에서 매번 뒤쳐지기만 하다 빚만 엄청 쌓이는 상황에서 정형돈은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대결장이 된 여의도 MBC 방송국에서 벌어진 상자 추격전은 백미였습니다. 이미 박명수가 두 번 연속 상자를 열면서 극한 대치 과정이 펼쳐졌고, 말도 안 되게 열심히 추격전에 참여를 했음에도 빚이 1300만원이 넘게 늘어난 정형돈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형돈이 오늘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고는 상자를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인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빚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상자를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유일한 인물은 정형돈은 폭주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명수가 두 번 연속 상자를 개봉하며 막바지로 치달은 게임은 중단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박명수는 더 이상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합의를 요청했지만, 이미 두 차례 개봉으로 인해 신뢰가 깨진 그의 말은 무도 멤버들을 안심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의 빈 상자를 차지한 채 마치 자신이 상자의 주인공이나 된 듯 흥분하던 정형돈은 극적으로 진짜 상자를 손에 쥐게 됩니다. 유재석에 의해 박명수가 숨긴 마지막 상자를 찾았지만 정형돈에게 강탈당한 상자는 최악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상자를 열면 그동안 얻은 수익금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빚만 남게 된다는 점에서 어느 선에서 멈추느냐가 이번 추격전의 핵심이었습니다.

 

박명수는 더는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정형돈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완전히 소외된 채 상자도 한 번 열어보지 못하고 빚만 진 그에게는 당장 빚이 더 늘어나더라도 상자를 열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열어버린 상자는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정형돈의 이 행동으로 인해 하루 종일 끊임없이 움직였던 그들의 추격전은 무의미하게 변해버렸습니다. 박명수가 얻은 천만 원도 사라지고 오직 남겨진 것은 멤버들에게 골고루 전해진 5500만원이라는 막대한 빚이 전부였습니다.

 

고통 분담을 통해 적절한 합의가 가능한 상황에서 정형돈의 무모한 폭주는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과 달리, 단 한 번의 상자 개봉도 하지 못한 채 소외된 형돈에게 무조건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을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무도 끝까지 간다'는 단순하게 웃고 즐기는 예능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예능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풍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자막으로 전하는 무도 특유의 풍자는 이번에도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명박 시절 유행했던 '명박산성'과 박근혜 시절 유행어가 된 '유체이탈화법' 모두 박명수에 의해 재현되었습니다. '명수산성'과 마지막 합의를 요구하며 그가 보인 행동에 '유체이탈화법'이라는 자막은 적절했으며 우리 사회 풍자를 무도가 어떻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탐욕이 지배하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질의 행포가 얼마나 무섭고 잔인하게 우리를 옥죄고 있는지 무도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귀신보다 무서운 빚'이라는 단어나 '탐욕의 민낯' 등으로 표현되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무도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재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빚은 점점 더 늘어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무도 끝까지 간다'와 너무 닮았으니 말입니다. 

 

말도 안 되게 불어나는 빚으로 인해 "다 죽는다"는 엄포 아닌 분노는 바로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 그대로였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모두 죽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갑인 제작진들에게 농락을 당한 무도인들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갑의 은혜'를 읊조리는 모습은 웃픈 장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빚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무도인들에게 빚 탕감을 해줄 테니 앞으로 더 잘하고 상여금은 그것으로 대체한다는 말도 안 되는 갑질에도 안도를 하는 모습은 우리 소시민들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악의 존재로 전락한 정형돈의 폭주는 그래서 웃픈 공감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빚만 늘어만 가는 형돈이 마지막 폭주를 통해 공멸을 택하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에게 닥칠 수도 있는 가장 끔찍한 근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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