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1. 07:02

뮤뱅 1위 카라도 무색하게 한 아이유의 '좋은 날' 컴백 무대

카라의 '점핑'이 활동을 마친 소녀시대에 이어 뮤직뱅크 1위를 차지한 날 많은 시청자들은 다른 곳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아이유의 컴백은 아이돌 전성시대 홀로 빛나는 별처럼 대단하다는 말은 해도 좋을 정도였네요.

기계음도 뚫어버린 황홀한 고음




기계 조작과 간단한 기교로 누구나 가수가 되는 세상. 여럿이서 조금씩 나눠 부르며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에 아이유의 진솔한 노래는 독보적일 수밖에는 없어요. 그렇다고 그룹으로 등장하는 이들이 노래도 못하고 기계음과 춤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지요. 소녀시대 같은 경우만 봐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노래 잘 부르는 멤버들이 존재하고 각자 맡은 분야가 다양해 하나로 합해졌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게 빛나는 경우들도 있으니 말이지요.

아이유의 컴백을 기다리신 분들은 무척이나 많았던 듯해요. 노래 잘하는 귀여운 가수가 노래보다는 어느 순간 예능에 자주 출연하며, 혹시 가수로서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란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으니 말이지요. 2년 전 15살 이라는 어린 나이로 감성이 풍부한 '미아'라는 곡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아이유의 컴백은 가수가 사라져 가는 무대이기에 더욱 간절하기만 했어요.

그녀는 뮤직뱅크 컴백 무대에서 두 곡을 불렀어요. 윤종신이 만든 '첫 이별 그날 밤'이라는 담백하지만 윤종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곡을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부르는 아이유의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어요. '슈스케'를 통해 기타 치는 가수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아이유는 데뷔시절부터 기타들고 라디오 방송을 누비며 자신의 가창력만으로 승부하고는 했었지요.

세 번째 미니 앨범인 '리얼'의 타이틀곡인 '좋은 날'은 아이유 나이에 해봤을 법한 첫 사랑의 아픈 기억을 잘 담아낸 가사와 웅장한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맛깔스러웠어요. 당연히 아이유의 폭발적이면서도 부드럽고 깨끗한 음색은 더할 나위 없이 황홀했네요.

컴백 무대 이후 단번에 검색어 1위에 오른 '3단 고음'은 아이유가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깨끗한 고음의 종결자스러운 모습이었네요. 김이나와 이민수 콤비의 달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아이유가 슬옹과 함께 했던 '잔소리'에서의 고음 부분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 아이유만의 능력을 극대화한 이 곡은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어요.

완벽한 춤 솜씨로 뭇 남성들을 황홀하게 했었던 애프터 스쿨이 180도 바꿔 가벼운 율동조차 선보이지 않은 'Someone is You'로 화제를 모을 수 있었지만 아이유와 한 무대에 섰다는 것은 그녀들에게는 안타까움이었네요. 춤추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러울 수도 있다는 색다름을 선보인 애프터 스쿨의 컴백 무대는 그녀들의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듯해요.

<영웅호걸>을 통해 친근해진 아이유와 서인영의 모습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 재미있었지요. 지근거리에서 아이유를 바라보는 서인영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노래 잘하고 대중적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는 그녀가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러운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싸이의 곡으로 흥겨우면서도 서인영만의 스타일리쉬 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리듬 속으로'역시 아이유와 같은 무대에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슈에서 물러나야만 했어요. 이런 현상은 노래 잘하는 여가수 윤하라고 예외는 아니지요. 아이유가 데뷔하던 시절부터 좋아했다는 윤하는 새로운 곡 '내 남자 친구를 부탁해'로 돌아왔지만 풍성한 음색마저도 아이유의 깨끗한 고음 처리에 눌리는 모습이었어요.

아이유보다 한 살 어린 강지영의 음 이탈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여전히 경쾌하고 '카라'다운 모습을 보여준 그녀들은 짧은 한 토막의 음 이탈이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존재들이에요. 일본에서도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점핑'이 국내에서 첫 1위를 차지하며 한일 양국에서 동시 집권 시대를 열어준 '카라'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노래 잘 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1위 후보로 올라온 매우 현실적인 뮤직뱅크에서 카라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한일 양국에서 동시 활동하며 최고의 가치를 얻은 것이라 무척 의미 있고 특별했어요.

카라의 1위 등극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인지 크게 감흥이 오지 않은 반면 오랜 기다림 끝에 신곡을 들고 나온 아이유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보였어요. 폭발적인 가창력에 시원시원한 모습은 노래 잘하는 이를 가수라고 부를 수 있다면 오랜만에 진정한 가수를 보는 반가움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게 만든 아이유의 컴백 무대는 그 어떤 말로 표현해도 그 이상이 될 정도로 행복했네요.

귀여움 속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훌륭한 가창력으로 곡을 소화해내는 아이유는 진정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디바가 아닐 수 없네요. 여전히 성장 중인 그녀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유는 특별한 존재였어요. 가수로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소속사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기만을 바랄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