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5. 12:01

풍문으로 들었소 찌질한 유준상과 화정 차줌마버린 차승원의 진검승부가 반갑다

유준상과 차승원이 같은 시간대 다른 드라마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현대극과 사극으로 전혀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같은 시간대에 연기를 한다는 것은 시청자로서는 불만입니다. 두 사람 모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월화극을 평정했던 유준상 주연의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제 막 시작한 차승원의 '화정'에게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비록 그 차이는 미세하지만 단 2회 만에 월화극 1위에 오른 '화정'은 대단합니다. 차줌마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차승원의 변화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블랙코미디와 사극은 전혀 다른 장르입니다. 전통적으로 월화극의 대세는 사극이었다는 점에서 '화정'의 상승세는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르인 블랙코미디는 사실 보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웃기는 상황 속에서 드러난 풍자를 받아들이고 조합해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차줌마로 못하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 솜씨를 선보였던 차승원. 그는 바닷가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예능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출연할 때마다 커다란 임펙트를 심어주는 그는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뭐 이런 괴물 같은 존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주문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차승원의 줌마 스타일은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차줌마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차승원은 사극을 선택했습니다. 사극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차승원은 차줌마의 모습을 모두 버리고 연기자 차승원으로 시청자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왕이 되지 못한 왕 광해군을 완벽하게 연기해주었습니다. 

 

선조의 승화 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과정은 흥미롭게 펼쳐졌습니다. 백성을 버린 선조를 대신 해 위기의 궁을 책임졌던 광해. 백성들의 충성심이 높아진 광해가 두려워 이를 피하기에 급급했던 선조는 의외의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적통을 이야기하며 이제 막 태어난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던 선조는 긴 시간 준비한 이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독에 노출되어 서서히 숨질 수밖에 없던 선조. 그렇게 최고 통치자이자 절대 권력인 왕이 승화하고 나서 남겨진 이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광해는 왕이 되기로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는 피의 복수 없는 진정한 왕권을 통해 조선을 통치하겠다며 옥새를 인목대비에게 요구합니다. 왕의 부재는 곧 누군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두려워하던 인목대비는 광해를 믿었습니다. 

 

광해를 오빠라며 따르는 공주와 그런 공주와 왕자를 지켜주겠다는 광해 앞에서 인목대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광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 싸움은 곧 수많은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차선이었기 때문입니다.   

 

무혈 입성하듯 왕이 된 광해이지만, 그 뒤가 문제이지요. 이미 피의 복수는 도처에 널려있고 이런 상황에서 과연 광해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역사가 기록한 것과 다른 광해를 위한 재해석 된 '화정'은 철저하게 차승원을 위한 차승원의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광해 역할의 차승원의 존재감이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유준상의 연기는 말해 무엇 하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완벽한 모습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는 대단합니다. 법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엉뚱한 상황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하는 그의 농익은 모습으로 인해 '풍문으로 들었소'는 낯선 블랙코미디를 주류 장르로 올려놓았습니다.

 

갑과 을이라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갑인 한정호와 을을 대표하는 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연극을 하던 이들이 대거 등장하며 연기는 어느 드라마와 비교해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여기에 작가와 피디의 탁월한 능력이 하나가 되어 결코 쉽지 않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방송에서 최고는 한정호의 일탈이었습니다. 너무 빨리 할아버지가 된 정호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영라에게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웃기기만 했습니다. 연희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정호를 농락하기 시작한 영라 역시 조금씩 정호와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지며 이들의 불륜은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근엄하기만 했던 정호가 영라를 몰래 만나기 위해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찌질 하면서도 웃겼습니다. 세상을 지배한다고 자신하는 정호가 이렇게 망가질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적나라한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유준상은 역시 최고입니다.

 

유준상과 차승원. 둘의 연기는 모두가 믿고 볼 수밖에 없는 완벽함입니다. 너무 다른 장르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을 단순하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 배우 모두 시청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우라는 사실을 '풍문으로 들었소'와 '화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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