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5. 18:06

유준상 백지연 풍문으로 들었소를 중년의 밀회로 만든 특급 케미

유준상과 백지연의 극중 로맨스 장면이 화제입니다. 극중 인물인 한정호와 지영라가 불륜의 시작 단계에 접어드는 장면은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것을 다가진 이들의 일탈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풍자가 가득한 이 드라마에서 이들의 밀회 역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인물입니다. 철저한 행동으로 그 누구도 트집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삶을 살아온 그가 틈을 보이는 대상은 항상 지영라였습니다. 최연희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부부가 되었을지도 모를 관계였습니다.

 

현재의 한정호 집안을 만든 그의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는 영라와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호가 사랑했던 여자는 영라였지만 뼈대 있는 가문을 통해 한 씨 집안을 제대로 키우고 싶었던 그의 어머니로 인해 선택된 신부는 최연희였습니다. 고위 관료 집안인 연희는 정호 어머니가 꿈꾸는 뼈대 있는 가문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영라의 집안은 그저 돈만 많은 사채업자일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로 인해 이루지 못한 사랑은 시간이 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그 사랑은 결국 중년의 불륜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지요. 해서는 안 되는 일탈을 감행한 한정호는 분명 사랑에 빠졌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정호는 자신에게 도발을 하던 영라가 미워 분노하기도 했지만, 툭 던진 말 한 마디에 쏙 빠질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연희 역시 정호가 영라와 사귀는 사이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문대 가문으로 만난 결혼은 다른 문제이고, 그렇게 그들은 결혼을 했고 남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잘 살아왔습니다. 아들 딸 낳아 번듯하게 키웠고, 집안은 더욱 당당해졌습니다. 정호는 아버지의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물려받아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재계 인사들의 일을 하면서 그들의 약점까지 쥐고 있는 실질적인 갑중의 갑이었습니다.

 

평탄하게 원하는 것은 뭐든 하고 살았던 이들 부부에게 큰 문제는 아들 인상이 졸업도 하기 전에 애를 낳은 것이지요. 그것도 가문 좋아하는 그들이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평범하다 못해 볼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집안의 봄이를 데려 오며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거액을 줘서 봄이와 그의 가족들을 떼어내고 싶어 했지만, 봄이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정호와 연희는 완벽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봄을 정식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사시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다시 평온을 찾았습니다.

 

시댁인 봄이 가족들이 자신들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조금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당장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불만이지만, 봄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매일 손자를 보는 것도 너무 즐거운 정호와 연희는 그저 행복만 가득해 보였습니다.

 

연희가 행복해질수록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은 영라였지요. 돈이라면 연희네 보다 더 많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문턱은 아무리 해도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다가옵니다. 여기에 자신이 점찍어 사윗감으로 삼으려했던 사시 수석합격자 제훈까지도 봄 언니인 누리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만입니다. 뭘 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 영라는 자신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 정호를 선택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변호사로서 능력은 탁월하지만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영라에게 정호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그의 눈빛, 행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영라는 연희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 정호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외국 손님을 위해 준비한 집으로 초대해 와인을 먹는 장면에서 이들의 파워게임은 명확하게 드러났지요. 어떻게 해보려는 정호를 "옛날부터 반듯했어. 그래서 좋았고,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어"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는 영라는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싫다는 말도 필요 없고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자연스럽게 힘의 논리를 깨닫게 하는 영라는 이미 정호를 지배하고 있었지요.

 

그럴수록 영라에게 끌리기만 하는 정호는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장난처럼 시작된 행동에 영라는 괴로워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딸과 다시 받을 정도로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그녀를 막는 것은 정호의 대단한 열정이었습니다.  

 

항상 반듯한 슈트만 입은 채 딱딱해 보였던 정호가 스냅백을 쓰고 완벽하게 변한 모습으로 영라 앞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영라를 업어 주며 행복해 하는 정호와 그런 그가 싫지 않아진 영라는 정말 불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영라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연락도 끊고 병원을 다녔지만, 정호는 여전히 타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무 나아가고 말았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영라를 보기 위해 연희와 친구들의 아지트까지 방문한 그는 오직 영라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영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 연희는 이 상황이 어떤 것인지 완벽하게 파악합니다. 평소와 달랐던 정호의 행동이 조금씩 맞춰지며 모든 것이 영라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정호와 영라의 중년 로맨스가 불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요. 정호 혼자의 행동이 문제를 만들고, 이런 상황에서 연희와 봄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불륜이라는 상황이 논란으로 다가올 수는 있지만 블랙코미디 특유의 재미를 완벽하게 보여준 유준상과 백지연의 연기는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유준상은 이미 검증된 배우이지만 첫 연기에 도전한 백지연의 연기는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신의 한 수라고 칭할 정도인 백지연의 연기 역시 '풍문으로 들었소'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유준상의 철없는 행동마저 멋있게 보일 정도로 그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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