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6. 16:46

잔혹동시 폐기 논란 방치하고 부추긴 어른들이 죄다

초등학생이 쓴 동시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던 중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트린 당혹스러운 시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10살 초등학생이 직접 썼다는 동시는 잔인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옆에 그려진 그림까지 경악스러워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왔습니다. 

 

패륜적 욕들이 일상이 되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배설을 한 개그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 계속 나오는 상황도 충격입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막말을 쏟아내고도 그저 툭 던지는 듯한 사과 하나로 뻔뻔하게 방송에 나와 이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는 그 자들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이 정도 욕설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욕을 모두 막거나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린 아이들까지 욕설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더욱 방송이라는 전파력이 강한 매체에서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행위들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항상 따르듯 표현의 자유를 억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기준은 존재해야만 하니 말입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 이렇게 / 엄마를 씹어 먹어 / 삶아 먹고 구워 먹어 / 눈깔을 파먹어 / 이빨을 다 뽑아 버려 / 머리채를 쥐어뜯어 /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 눈물을 흘리면 핥아 먹어 /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 가장 고통스럽게'

 

초등학생인 10살 작가가 썼다는 동시는 충격을 넘어 그 아이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합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때는 엄마를 해하라며 쓴 글은 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어린 아이들까지 학원에 내몰린 상황에서 극단적인 표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웅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의 수준이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면 이는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잔인하게 죽이라는 내용을 동시라고 포장하는 것은 엽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성인 작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시였다면 출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가 자기의 이야기를 쓴 책이기 때문에 가감 없이 출간했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으며, 예술로서 발표의 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판단했다. 출간 전 이 시에 대해 '독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작가인 이양이 이를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다. 시집에 실린 모든 작품에 조금도 수정을 가하지 않았고, 여기에 실린 시들은 섬뜩하지만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

"글이 작가의 고유한 영역인 만큼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자기의 영역이 있다고 판단해 존중했다. 책이 작가를 떠나면 독자의 몫이고, 독자들이 비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해당 출판사의 발행인인 김숙분의 해명을 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성인이 아닌 어린이가 쓴 책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주장입니다. 성인이 쓰든 아이가 쓰던지 내용이 문제이지 누가 썼느냐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글들마저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예술성을 확보했다는 발행인의 주장에는 이 잔인한 글들 어디에 예술성이 존재하는지 설명부터 해야 할 겁니다. 시와 함께 잔인한 그림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그림 역시 해당 작가를 두둔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걸 보고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이런 잔인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잘못된 교육에 대한 공론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엇나가는 교육열에 대한 반성을 하는 집단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자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충분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영역은 많기 때문이지요. 이런 식의 자극적인 방식은 예술적인 성취도가 높은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잠식하고 있는 자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아이의 비툴어진 시각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자 출판사 가문비는 뒤늦게 모든 서적을 회수하고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책이 나왔다는 것부터가 문제인데 그것을 뒤늦게 회수하며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마저도 역겹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창의성을 억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잔인한 방식으로 타인.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라는 글을 시라고 포장해 사회적 가치로 엮어 홍보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고 했다는 점에서 충격입니다.

 

아이들이 순수한 만큼 잔인하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생각을 할 수는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 아이의 부모와 출판사일 겁니다. 도대체 어떤 부모이기에 이런 잔인한 글을 시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아하기 때문입니다. 10살인 아이가 이 정도의 분노를 품고 살고 있다면 당장 병원에서 진단부터 받아야 할 문제이니 말이지요. 이런 글들을 시라고 표현하고 예술성을 확보했다며 잔인한 그림까지 옆에 첨부해 책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의도 역시 당혹스럽습니다.

 

아이의 잔혹한 동시는 결국 어른들이 만든 결과일 겁니다. 수없이 터져 나오는 잔인한 이야기들이 무차별적으로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고, 그 아이들 역시 자신도 모르게 그런 잔혹함은 학습하고 있음이 분명하니 말이지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왜 이런 글들이 문제인지 이해시키는 의무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은 어른들이 무책임이 만든 결과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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