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8. 11:29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 장미희 이쯤되면 국민 커플이라 해도 좋다

다음주면 종영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연일 화제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드라마 안의 따뜻함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불러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중 최고는 연륜에서 전해지는 연기의 신들인 김혜자와 장미희가 보이는 여여 커플의 매력이 압권입니다. 

 

자신의 남편이 사랑한 여자와 편안한 사이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남편의 외도와 죽음, 그리고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음에 그 지독한 고통을 품고 살아야만 했던 순옥과 모란의 첫 만남은 강렬했습니다. 자신에게서 남편을 빼앗아간 여자 모란을 보자마자 순옥은 강력한 발차기를 날려버렸습니다.

 

순옥의 발차기는 결과적으로 모란이 병을 앓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들의 동거로 이어지게 만들었지요. 말도 안 되는 그들의 동거는 시청자들에게 환호로 돌아왔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이 함께 하는 모습 자체가 큰 재미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실제 하는 인물들처럼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업을 해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한없이 외로웠던 모란에게 순옥은 어머니와 같았고, 친 언니와도 같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가져보지 못했던 모란에게 안국동은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30년 전 기차에서 있었던 사고가 마음을 아프게 했고, 철희를 자신을 위해 이용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손 한 번 제대로 잡지 않은 그저 동네 오빠로 생각했지만, 철희는 달랐습니다. 이미 모란에게 마음을 빼앗긴 철희는 고가의 반지까지 사서 청혼을 준비했지요. 물론 그 사실을 알고 모란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고, 더욱 그녀를 분노하게 한 것은 철희가 모란의 결혼을 방해한 당사자라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편지는 모란의 인생을 망가트렸고, 그 누군가가 바로 철희라는 사실에 분노했던 모란은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 했습니다. 그 와중에 철희가 기차에서 떨어졌고 그저 죽은 줄 알았던 철희가 돌아오며 안국동은 다시 한 번 모진 바람이 불었지요.

 

30년 전 기억을 되찾은 후에도 사실이 두려워 애써 감추고 있던 철희. 고백을 하기 위해 쓴 모란의 편지는 가방을 뒤지던 박총의 손에 넘어가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협박을 하는 박총의 행동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모란은 솔직하게 순옥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이 철희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의 오랜 앙금은 완전히 해소되게 되었지요.

 

자신의 남자이자 두 아이의 아빠를 빼앗아간 못된 여자 모란이 아니라, 그녀 역시 자신의 인생을 철희로 인해 망가진 채 서럽게 살아내야 했던 여자라는 사실을 순옥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순옥은 철희도 모란도 모두 품었습니다. 미워하고 증오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한 순옥의 마음은 너무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모란이 자신의 집으로 간 뒤에도 서로 잊지 못하고 찾기만 하는 순옥과 모란 커플의 귀여움은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도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상상도 하지 못한 최강의 귀요미 커플로서 매력을 보이더니, 헤어진 후 애틋함은 더해졌습니다.

 

순옥이 박총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고 몸져눕는 상황이 벌어지자 한 밤중에 그녀를 보러 옵니다. 그리고 지쳐 잠든 순옥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모란의 모습에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모란은 순옥이 가장 착한 마음씨를 읽었고, 그런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첩의 자신으로 태어나 당당할 수도 없었던 인생.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깨진 후 어머니까지 일찍 돌아가신 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돈 버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엄청난 돈을 벌기는 했지만 거대한 저택에 홀로 남아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강력한 발차기로 기절을 시킨 순옥으로 인해 그녀는 새로운 희망을 찾았습니다. 비록 진짜 가족일 수는 없지만 순옥이라면 자신의 남은 인생을 모두 던질 수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순옥의 명예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스스로 안국동 강선생 매니저를 자처하는 모란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자신을 미워했던 현정도 그녀 역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문학이 사준 홍삼을 건네며 화해를 시도하는 장면에서 뭉클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정은 자신이 증오하던 아버지가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그 나이에 지하철 택배 일을 하더 쓰러진 것을 알고 아버지를 받아들입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증오해왔던 존재.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의 진정성이 딸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지요.

 

자신을 배신하고 레시피까지 훔쳐 달아난 박총을 마지막까지 두둔하는 순옥. 그런 순옥과 달리, 박총을 찾아가 직접 현숙이 제안한 요리 대결에 나서지 않으면 쇠고랑을 차게 될 것이라는 모란. 둘 모두 누군가를 증오하고 그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오늘 방송과 함께 과연 순옥은 모란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모란을 버린 남자의 이름을 외치며 뛰어가던 순옥은 시원한 발차기로 한 방에 보내버릴 듯했습니다. 하지만 마침 그 자리를 뜨며 목표를 잃고 빈 회의실로 들어가며 "아아아아"라는 공허한 외침만 하는 순옥의 모습은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순옥의 그런 모습을 보며 울던 모란이 한없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참 특별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순옥은 달랐습니다. 모란을 위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향해 분노의 발길질을 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란의 30년 아픔을 한 방에 씻어줬기 때문입니다.

순옥과 모란의 모습만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이제는 다음 주면 종영입니다. 국민 커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순옥과 모란을 이제는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드라마는 최고를 만들어냈습니다. 김혜자와 장미희라는 연기 달인들이 만들어낸 여여커플은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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