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15. 07:27

라디오 스타 살린 나나의 무한 웃음 매력적이다

<라디오 스타>에 애프터스쿨과 손담비가 출연한 것은 3주 전 부터였지요. 언제나 그랬듯 <무릎팍 도사>에 밀려 편성이 자유로운 그들은 그들이 가진 오소독스를 파괴하는 재미로 정작 '무릎팍 도사' 보다 마니아들을 많이 지니고 있지요.

나나의 무한 반복 표정으로 살린 라스



아무래도 한 번에 모두 보여줘도 좋을 내용들을 3주로 나눠 방송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네요. 처음엔 가희의 눈물과 정아의 어색함이 재미를 이끌었었죠. 손담비는 이재훈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딱히 왜 나왔는지 알 수 없게 해주기만 했어요. 새롭게 내놓은 노래에 대한 홍보를 겸하러 나온 것은 확실한데 편성의 문제로 인해 정작 신곡 홍보는 이상하게 되고 어색한 손담비만 만들어주었죠.

집에 미러볼을 달고 하이힐을 신고 잠을 잔다는 신변잡기만이 손담비의 출연 의미를 증명해주었어요. 정신없는 신정환의 이재훈 전화번호 드립은 마지막까지 손담비를 단순화시켜버려 그녀의 출연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죠. 마지막으로 그들이 항상 하던 질문에서 "손담비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은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더욱 표절 논란이 거세고 MR제거로 가창력 논란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손담비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니까 말이죠. 그녀 말대로 다른 사람이 되어 보여주는 모습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극단적인 반발까지 보여주는 것을 보니 참 가수와 퍼포머 사이에서 힘들 수밖에는 없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더욱 같은 소속사 일원으로 손담비를 도와주기 위해 나온 가희, 정아, 나나의 등장은 소속사내의 그들의 다름만 보여주고 말았어요. 합류한지 6개월 밖에 안 된 나나에게 소속사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차가 너무 좁아요"라는 말과 함께 밴을 아직도 타지 못하는 애프터스쿨과 혼자 활동하며 밴을 타고 있는 손담비의 모습은 서로에게는 무척이나 민망한 모습이었어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는 해도 한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들로서는 만감이 교차할거 같아요. 소속사에 돈을 얼마나 벌어다 주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은 때론 더욱 강한 목표의식을 가지게 하지만 그저 인간적인 모멸감만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죠.

신정환이 던진 빨래 이야기는 오늘 방송된 내용의 전부나 같았어요. 여자 아이돌들의 속옷 빨래는 어떻게 하냐는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를 그나마 다른 MC들이 빨래로 에둘러 표현해서 그렇지 참 신정환다운 질문이었죠. 8명이 함께 생활하는 그들로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빨래는 요일별로' 라는 지극히 뻔한 답변만 나올 수밖에는 없었네요.

오늘 라스를 살린 것은 나나였어요. 아직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어리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순진함으로 웃음을 주었지요. 실생활에서의 모습이 어떤지는 함께 생활하는 이들만 아닌 것이겠지만 방송이 아직도 어색한 나나가 보여준 모습은 순수해서 재미있을 수밖에는 없었죠.

소속사에서 표정 연습을 시킨다며 연습 중인 표정을 보여주자 손사래를 치며 기겁을 하는 김구라와 그냥 웃는 표정이 최고라는 김국진의 말은 나나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주었죠. 과도한 표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에 만족하며 그게 제일 좋다는 구라의 말 이후 이어지는 모든 표정에 하나의 표정만을 지어보이며 모두들 웃게 만들었지요.

자신의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준 미르에게 보내는 표정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닉쿤에게 보내는 표정은 기본적으로 같은 자세에서 미세한 변화를 주며 많은 재미를 던져주었어요. 마치 짐 캐리의 과도한 리액션을 보는 듯한 나나의 표정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조금도 변하지 않는 각도 속에서 묘한 매력과 재미를 던져주었죠.

김구라가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비슷한 자세에서 보여주는 웃는 표정은 기묘하게 다가오며 여름 저녁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네요. 손담비를 빛나게 하기 위해 나왔지만 정작 손담비는 자신의 노래 홍보도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소속사에서 너무 다른 대우를 받고 있음만 강조하게 되었어요.

이런 축 쳐지는 분위기를 일순간에 끌어 올려버린 나나의 천진무구한 각도 잡인 웃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 기획사의 작품이라는 것이 섬뜩하게 하지요. 표정까지도 만들어진 아이돌의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하네요. 철저하게 대중들의 기호에 맞추고 그들에 의해 살아가는 기계 같은 아이돌의 삶이 참 비참하게 보인 것은 너무 순수해 보이는 나나의 웃음 때문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