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왜 위대한지 오늘 방송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무도 가요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과연 어떤 멤버들이 10주년 기념인 이번 가요제에 참여할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방송 전 기사로 나와 아쉬움이 커졌지만, 방송은 그런 아쉬움도 충분히 만회해줄 정도였습니다.
MBC의 새로운 흥행 코드로 자리 잡은 '복면가왕'을 패러디해 출연 가수들이 복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앞선 가요제에서 큰 획을 그었던 윤종신, 이적, 유희열이 판정단으로 초대되고, 무도 멤버들이 함께 복면 쓴 출연자들을 맞추는 과정은 '복면가왕'과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무한도전 10주년인 올 해 개최되는 가요제는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가볍게 시작했던 멤버들만의 웃기는 가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장대해졌습니다. 유명 뮤지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요제가 끝나는 순간 음원은 무도 가요제가 모두 줄 세우기를 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무도 줄 세우기는 가요제가 시작도 되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알 수도 없던 혁오 밴드의 등장은 큰 화제였습니다. 자이언티가 무도 가요제에 참여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인디 밴드로 음악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혁오 밴드는 정말 의외였습니다. 새로운 노래들 색다른 음악들을 찾는 이들이라면 들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음악을 소유하는 이들에게 혁오 밴드는 생전 처음 접하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방송이 끝나기 전부터 시작되었고, 가요제가 시작도 되기 전에 음원에 대한 강력한 힘을 만들었습니다. 혁오 밴드는 무도 출연 한 번으로 음원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140 계단을 치고 올라와 1위를 하는 등 혁오 밴드에 대한 관심은 극대화되었습니다.
무도 출연 한 번으로 음원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은 무도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습니다. 혁오 밴드가 일부에게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었던 그들은 무도의 후광 효과를 벌써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진영을 시작으로 자이언티, 아이유, 윤상, 혁오 밴드, 지디와 태양 등 여섯 팀이 등장했습니다.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한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오늘 방송의 핵심은 노래가 끝난 후 멤버들이 평가하는 상황들이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박진영부터 왁자지껄하게 해주었던 방송은 자이언티가 등장하며 더욱 극대화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지디와 태양은 기사화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도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흥보가 기가막혀'를 자신들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부른 그들에게 모두가 감탄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판정단들이 놀라며 "노래 정말 잘한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정형돈은 너무 궁금한 모습이었지만 가면을 벗고도 알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가면을 벗은 후에도 자이언티가 누구인지 모르는 정형돈의 모습은 어쩌면 시청자들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마이너리티 느낌이 나는 이들은 낯설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음악 하는 이들에게는 자이언티가 대단한 존재이지만 말입니다. 오늘 방송에서 최고의 존재감은 유재석이 아닌 박명수였습니다. 자이언티가 가면을 벗기도 전부터 유명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땀이 난다는 말에는 여름에 비위생적이라 함께 못하겠다는 박명수의 공격은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유가 등장하자 과거 자신과 노래를 했던 그녀를 홀대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명인 바라기처럼 아이유에 대한 애증을 그대로 드러내던 박명수는 다음 주자로 나선 윤상을 두고 "옥에 티"라는 말로 모두를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살면서 들었던 말 중 최악이라는 '옥에 티'라는 한 마디는 박명수의 존재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혁오 밴드가 나왔을 때도 박명수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뛰어나게 했던 오혁이 가면을 벗고 나서도 정형돈을 더욱 당황스럽게 한 오혁은 유재석마저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도 답변이 늦은 이 당황스러운 캐릭터를 잡는 것 역시 박명수의 몫이었습니다.
조금만 허점이 보이면 치고 들어와 상황을 정리하는 박명수의 모습은 최고였습니다. 말이 더딘 혁오 밴드를 두고 "가서 세수 하고 와"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가"라는 박명수의 발언들은 예능이기에 볼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예능의 다큐화의 문제겠지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 오늘 방송의 핵심은 박명수였습니다. 아이유가 복면을 쓴 출연자들을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누구인지 감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유는 완벽하게 출연자들이 누구인지를 모두 맞추는 신통방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유재석은 역시 유려한 진행 솜씨로 유재석이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정형돈의 무심한 듯 솔직한 표현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들을 정리한 인물은 박명수였습니다. 호통 개그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박명수. 가끔 한 번씩 터진다는 그 날이 오늘이었나 봅니다. 솔직한 표현으로 상황을 압도하는 박명수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웃음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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