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4. 15:08

비정상회담 최진기 진중권 최고의 게스트인 이유

최진기가 출연한 '비정상회담'은 흥미로웠습니다. 경제 전문가이자 인문학자인 최진기는 현재의 경제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경제 문제는 말만 꺼내도 머리가 아픈 게 사실입니다. 숫자 노름으로 치우쳐 그럴 듯한 말로만 포장된 이야기만 가득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비정상회담'에서 경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그리스 사태가 현재진행형이고 출연진 중에 그리스인 안드레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 문제는 그래서 더 남일 같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기에 쉬웠으니 말입니다.

 

8월 3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앞으로도 경제에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주제로 표결했습니다. 지독한 경제난에 희망이 있는 가라는 주제는 심각하면서도 당연하게 떠오르는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지요.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에 최진기 강사가 출연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단순한 경제 전문가만이 아니라 인문학자로서 다양한 상황들을 정리하고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진기 강사의 출연은 반가웠습니다. 이미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해박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당연하게도 큰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핵심은 그리스와 독일의 논의였습니다. 안드레아스와 다니엘의 대립 구도는 그리스와 독일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대립 속에서 안드레아스의 그리스 현실은 끔찍하게 다가왔습니다. 뉴스로도 듣기는 했지만, 실제 그리스에서 생활을 하는 그의 가족들을 통해 듣는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그리스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은행들은 하루에 60유로만 인출 가능하게 한다. 어떤 할아버지는 아내의 병원비조차 지불하지 못했다. 어떤 남자는 형편이 안 좋아서 자신의 자식을 입양보내기도 했다"

"부모님이 그리스에 살고 계시니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부모님이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돈 없으면 첫 번째 삭감하는 게 학원비 같은 것이다. 학원에 학생이 없다"

"지난주에 아버지가 저에게 전화해서 '안드레아스 돈 있으면 좀 보내줄 수 있어?'하셨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그런 얘기 하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고, 무조건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있는 그리스 출신의 안드레아스는 실질적인 고민이 가득했습니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금액이 하루 60유로라고 합니다. 한국 돈으로 7만 6천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은행에 돈이 있어도 하루도 7만원만 찾을 수 있는 현실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돈을 찾을 수 없어 가족이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심각한 상황은 그저 이 정도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그리스 사태는 단순히 그리스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유럽 전체와 이와 연결된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직 간접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그 파급력을 대한민국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니 말이지요.  

 

안드레아스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돈 좀 있으면 보내달라는 말까지 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은 짠하게 다가왔습니다. 외국에 나가있는 자식에게 돈 좀 달라고 전화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지 시청자들도 모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독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마나 위안이 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그리스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독일. 다니엘이 보는 시각은 당연하게도 그리스인 안드레아스와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일의 자본이 집중 투입되는 그리스라는 점에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1953년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도 빚이 엄청 많았다. 그 당시 선진국들이 모여 독일의 빚을 63%인가 탕감해줬다"

"약 462조 원에 이르는 빚을 그리스가 갚을 수 없다는 걸 독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상환 기간을 늘린다고 해도 못 갚을 상황이다"

 

"그리스만 그렉시트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가 나가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도 줄줄이 따라 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이런 걸 불확정성이라고 한다"며 "어디까지 문제가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논란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진기는 역사적 사실을 부언 설명하며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빚 63% 정도를 탕감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탕감이 있었기에 현재의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는 지적은 현재의 그리스 문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그리스의 빚 462조 원은 결코 갚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상환 기간을 늘린다고 해도 갚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이 모든 빚을 갚기에는 터무니없다는 점에서 최진기의 지적은 당연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독일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스의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지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들이 불안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독일 정치권에서 나오는 그렉시티와 관련된 것 역시 단순하게 생각할 수준이 아니라며 전체적인 틀 속에서 고민을 풀어내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최진기가 출연했다고 모든 해법이 등장할 수는 없습니다. IMF 당시 금모으기를 통해 회생하기 시작했던 과거를 거론하는 과정에서도 2008년 금융 위기를 언급했습니다. 1997년 IMF 사태와 달리 2008년에는 동일한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경제가 극단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는 더욱 적나라하게 빈부의 차가 커진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금을 모아 국가를 살린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상위 10%가 대한민국 부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난한 국민들이 국가를 살리기 위해 나설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만 잘 살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에서 IMF 사태에 경험한 금 모으기 운동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최진기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려다 멈춘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보다 분명하게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지적했어야 하닌 말이지요.

 

분명한 것은 최진기 강사의 등장은 특별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등장에 이어 최진기 강사까지 '비정상회담'에 진짜 필요한 인물들이 무엇인지는 그들이 잘 보여준 듯합니다. 진중권과 최진기가 함께 하는 방송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비정상회담'에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이들이 최고의 게스트인 이유는 주제에 가장 명료한 답을 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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