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6. 06:34

KBS 연예대상, 이경규 대상보다 이승기 수상이 돋보인 이유

첫 번째 시상식이었던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은 이경규의 몫이었어요. '남자의 자격'이 일으킨 돌풍의 주역을 이경규에게 돌림으로서 KBS 예능 전성시대에 대한 찬가를 보낸 셈이네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흔들림없이 자리를 지킨 강호동으로서는 아쉬운 자리였을 듯하네요.

이경규 대상은 남격에 대한 찬가



개인적으로 '남격'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팀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예능이라고 봤어요. 당연히 KBS에서는 '1박2일'과 '남격'을 최우수 프로그램 상을 수여함으로서 한 해 동안 예능 강자로 우뚝 선 그들에 대한 감사라고 봐도 좋지요.

개그와 관련된 상들은 당연하듯 '개콘' 출연진들의 독무대였어요. 개그 프로그램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개콘'의 수상 독식은 이미 예견되었고 당연하기도 했어요.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자조적으로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병만이 "대상 후보를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는 이번에도 대상 수상은 힘겨웠어요.

상을 받지 못하면 참석하지 않는다는 박명수가 참석한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은 그가 수상을 하는 구나를 직감했을 듯하죠. 이번 주 <해피투게더>에서도 그렇게 상을 달라고 하더니 그는 공동 수상이기는 했지만 두 개의 상을 받으며 나름대로 한풀이를 했어요.

은지원과 함께 받은 최고 엔터테인먼트 상과 <해피 투게더3> 팀이 받은 베스트 팀워크상이 바로 그것이지요. KBS에서 만큼은 일인자 유재석을 누르는 순간이었지요. 유독 KBS에서 만큼은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유재석으로서는 아쉬움을 곱씹는 자리가 아닐 수 없네요. 작년에는 강호동에게 밀리고 이번에는 이경규에게 밀려 다시 한 번 KBS와의 인연의 한계를 곱씹어야 했으니 말이지요.

'개콘' 중에서 가장 빛나는 코너 중 하나인 '두분 토론'은 개인상을 포함해 '최우수 아이디어 상'까지 수상하며 '달인'을 뛰어넘는 최고의 코너임을 입증해냈네요. 이는 곧 대상 수상으로도 점쳐지던 김병만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 현실이기도 하지요.

'두분 토론'에 밀리는 인상을 받았던 '달인'으로서는 대상을 수상하기에는 부족함을 드러낸 꼴이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인'은 여전히 최고이지요. 은지원과 강호동, 이수근이 만든 '1박2일 판 달인'이 흥미로운 재미를 주듯 '달인'은 여전히 '개콘'을 이끄는 대표 코너임은 분명하지요.

'드림 하이' 방영을 앞둔 KBS는 제작사인 JYP를 위한 축하 무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진영과 아이들의 무대로 꾸며졌어요. 개그맨들의 패러디 무대들이 언제나처럼 펼쳐졌고 의미 있고 핵심적인 무대는 박진영을 위한 무대가 전부였다는 것은 아쉬웠네요. 박진영보다 박은영 아나운서의 무대가 더욱 화제가 될 정도로 말이에요.

이경규의 대상 수상 가능성은 시상식 전부터 많이 거론되었지요. 김성민의 마약 투약 구속 전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은 이경규의 대상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말들을 할 정도로 강력했어요. 문제는 착한 예능에서 마약 사범이라는 결정적인 흠결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이를 치유하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고 이경규의 역할 론이 중요한 시점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회 방송으로 마무리되며 정작 중요한 리더로서의 역할에는 한계를 보였죠.

이런 측면 때문에 이경규보다는 강호동의 여전한 강세를 점칠 수 있었어요. 강호동은 위기의 <1박2일>을 멋지게 구해낸 공과가 확실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에게 상을 준 이유는 <해피 선데이> 전체를 최고 시청률 예능으로 만든 '남격'을 위한 상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대표자의 자격으로 이경규에게 그 상이 돌아간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이네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선전한 이경규에 대한 격려의 의미도 어느 정도 숨겨진 상이고 김성민 파동을 잘 넘기라는 무언의 압력 같은 의미도 내포되어 있네요.

이경규의 대상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이승기의 수상이었어요. '쇼오락MC최우수상'에 이승기가 수상자로 나선 것이 좀 의외이기는 했죠.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1박2일>의 멤버들을 쇼오락 MC로 보고 있다는 점이 생경하기만 하니 말이지요.

구분과 상관없이 이승기에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승기의 올 연말 수상 릴레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1박2일>에서 '허당 승기'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하며 절대 강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상을 받기 힘들었던 그가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경규의 대상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이승기로 인해 예능 세대교체가 가능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이수근이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조금씩 예능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승기의 KBS 최우수상으로 인해 SBS 대상 수상도 명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강호동이 KBS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면 SBS 대상이 더욱 가까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강호동이 무관으로 그치며 SBS에서 강호동 수상은 그만큼 높아졌지요. 강호동과 이승기의 공동 수상도 점쳐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동보다는 강호동 대상 이승기 개인상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SBS에서 만큼은 드라마와 예능 MC까지 그 누구보다 혁혁한 공헌을 한 이승기로서는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요. KBS에서 쇼예능MC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강심장'에서 보여준 승기의 능력을 봤을 때 최소한 이와 비슷한 상을 수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상황이니 말이에요.

이경규의 대상 수상이 한풀이와 유사한 보은 상이라고 칭한다면 이승기의 최우수상 수상은 예능의 세대교체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여요. 2011년에는 더욱 거센 젊은 피들의 활약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될 테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