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5. 13:39

냉장고를 부탁해 최원석과 이원복 15분 진검승부이 던지는 가치

쿡방의 실질적인 대세를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냉장고를 부탁해'입니다. '맛깡패'인 정창욱이 하차를 선언하며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보여준 이원복과 최원석이 벌인 15분간의 대결은 '냉부'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김태원의 냉장고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친구인 김영호의 냉장고에 이어 김태원의 냉장고 공개는 그의 사연으로 인해 웃픈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치아가 문제가 있어 제대로 씹지를 못한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

 

'국민 할매'로 예능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었던 김태원은 여전히 여유 있고 상황을 흥미롭게 이끄는 힘이 존재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기러기 아빠 김태원의 삶은 과거 '뻔데기'를 먹던 '나 혼자 산다'보다 더 힘든 시기인 듯했습니다. 딸이 돌아오며 함께 살게 되어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를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오늘 방송의 핵심은 명불허전 전설과 같은 두 최고 셰프의 대결이었습니다. 중식의 최고인 이원복 셰프와 가장 성공한 셰프 중 하나인 최현석의 대결은 '냉장고를 부탁해'가 왜 존재해야 하고 정창욱 하차에도 흔들릴 수 없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무림의 고수들이 마치 마지막 혈전을 벌이듯 김태원을 위한 유일한 요리를 하는 과정은 숨죽인 채 봐야 할 정도로 긴박했습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그 상황들은 진짜 셰프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시도도 할 수 없는 이 대결에서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누구 승자인지 가려내는 것은 그저 예능으로 만들어내는 하나의 기교적 재미일 뿐이니 말입니다.

 

이원일과 홍석천의 대결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두 팀 모두 한 번씩 대결을 했었던 경험이 있고, 흥미롭게도 홍석천과 최현석이 이원일과 이원복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 대결 구도는 복수전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셰프들 역시 승패가 큰 의미가 없지만 자신의 요리에 대해 누구보다 자부심이 많은 그들로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 역시 강합니다.

 

이원일의 '삼겹살 팟티'와 홍석천의 '연어가 똠냥꽁냥' 역시 대단한 요리였습니다. 부인이 두고 간 식재료들을 김태원이 해먹을 일이 없으니 오래 된 재료들을 가지고 치아 문제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김태원을 위한 씹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거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냉부'사상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제였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죽을 만들 수도 없고, 다양한 식감을 가진 맛있으면서도 소화도 잘되고 심하게 씹지 않아도 되는 요리는 무척이나 힘든 과제였으니 말입니다. 태국 대표 요리인 똠양꽁을 베이스로 한 홍석천의 요리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원일의 색다른 요리는 최고였습니다. 물론 필리핀 등지에서는 일상적인 요리 방식 중 하나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낯설었으니 말이지요.

 

이원일은 고기를 못 먹은 지 오래 되었다는 말에 삼겹살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씹기가 힘든 김태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삼겹살을 얇게 만든 '대패 삼겹살'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 요리는 김태원에게는 신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오늘의 핵심은 최현석과 이연복이 벌인 '영양실조 기러기를 부활시키는 요리'를 주제로 한 대결이었습니다. 고기를 좋아했다는 김태원을 위해 최현석은 최현석은 돈가스와 리소토가 들어간 요리 '돈 워리 비 해피'를 만들었습니다. 회를 술안주로 먹는 이유가 치아 문제라는 것을 알고 이연복이 선택한 요리는 완자가 들어간 한식 스타일의 국수 물회 요리 '복면완자'였습니다. 

 

중화요리의 대가인 이연복이 한식 스타일의 요리를 만든 것은 네티즌의 댓글 때문이었다고 하지요. 의외로 예능을 좋아하는 이연복이기에 가능한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허세를 부리고, 재미있는 농담들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하는 그들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그 어떤 양보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냉면을 먹은 지가 6년이 넘었다. 그런 걸 배려한 아버지 마음 같다. 거기다 완자가. 요리 안에 완자가 난자완스 보다 더 담백하다. 집에 다가 이만큼 만들어 두고, 두고두고 먹고 싶다"

 

대가들의 요리가 끝난 후 김태원은 이연복의 '복면완자' 요리를 맛보며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젓가락까지 들기 어려워 할 정도로 부실한 체력을 가진 그가 '복면완자'의 완자들을 모두 먹는 모습만 봐도 이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연복의 요리를 보고 '아버지의 마음 같다'고 표현한 김태원의 말에 많은 이들은 공감했을 듯합니다. 냉면 먹은 지가 6년이 넘었다는 그를 위해 아버지의 마음으로 힘겨워하는 아들을 위해 중식이 아닌 한식 스타일의 요리를 해준 이연복의 요리는 마음이었습니다.

 

"돈가스도 못 먹은 지가 4년 됐다. 돈가스 매니아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면 이것만 먹겠다. 돈가스 안에 있는 고기를 갈았다는 게 기발하다. 배려의 극이다"

 

이연복의 요리에 이어 김태원은 최현석의 '돈 워리 비 해피' 요리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돈가스를 좋아하지만 치아로 인해 4년 전부터 돈가스를 먹지 못하는 김태원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면 이것만 먹겠다"고 할 정도로 극찬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극찬을 넘어 최고의 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부드러운 빵을 즉석에서 분쇄해 빵가루를 만들고 튀기지 않고 부치는 방식으로 잇몸으로 먹어도 될 정도의 요리를 해낸 최현석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저 허세만 부리고 방송에 나와 얼굴 알리기에 급급한 가짜가 아니라 최현석은 진짜 셰프였습니다.

사실 이 둘의 대결에서 승자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김태원 역시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모두가 투표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모두의 투표에서도 5:5가 나올 정도로 둘의 대결은 어느 쪽으로도 흐르지 않는 특별함이었습니다.

 

결국 김태원이 이연복 셰프의 손을 들어주며 승패는 갈리기는 했지만 누가 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대결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라면 '맛깡패'의 하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해 보입니다. 더욱 다음 주 방송부터는 오세득과 이찬오 셰프가 합류하며 더욱 흥미롭게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현석과 이연복의 진검승부의 가치는 '냉부'가 여전히 대단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런 대결을 그 어디에서 경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더욱 명료해지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이 벌인 15분간의 대결은 이제 전설이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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