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9. 09:49

백종원의 3대천왕, 진정한 먹방의 진수 백종원 SBS 구세주였다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지상파 예능이 방송되었습니다. 요리하는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전하는 '백종원의 3대천왕'은 28일 금요일 늦은 11시 대 첫 방송을 했습니다. 아직 순위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첫 방송에 6.5%를 찍으며 7%대의 '나 혼자 산다'를 가시권에 둘 정도였습니다. 

 

12%대의 '정글의 법칙'을 잡을 SBS의 기대주인 '백종원의 3대천왕'은 충분히 그런 기대를 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첫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 채셨겠지만 이 방송이 완전히 색다른 방송은 아니었습니다. '냉부'와 '수요미식회''한식대첩'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듯합니다.

 

첫 방송 그들이 선택한 요리는 '돼지 불고기'였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선택함으로서 '백종원의 3대천왕'이 추구하는 요리가 무엇인지는 잘 드러났습니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돼지 불고기'는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한 음식을 첫 주제로 삼은 것은 시청자들과 가까운 요리 프로그램임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 초대된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돼지 불고기' 요리사들이 직접 현장에서 실력을 겨뤄 '인기상'을 주는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현장에 초대된 방청객을 세 가지 색깔로 나눠 요리사가 뽑은 색깔의 조가 시식을 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예능적 재미를 잘 살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여준 유사성입니다. '냉부'에서 보여준 방식의 흐름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냉장고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만들고 있는 요리사들에게 다가가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맛을 보는 형식은 분명 '냉부'와 유사했습니다.  

 

 

진행자로 나선 이희재가 '냉부'에서 정형돈이 진행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은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과거 정형돈에게 핀잔을 줬던 이희재가 이제는 그런 정형돈을 따라한다는 사실이 웃기니 말입니다. 김준현이 요리를 하는 장소까지 내려가 중계를 하고 맛을 조금씩 보는 형식 역시 '냉부'에서 익숙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진짜 재미는 스튜디오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최고의 요리사들이 즐비한 현실 속에서 백종원이 선택한 '돼지 불고기' 집을 직접 찾아 먹는 과정을 담는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동안 백종원은 '마리텔'과 '집밥 백선생'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요식업계의 큰 손인 백종원이 직접 요리를 하는 장면들이 중요하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중간에 맛을 보기 위해 음식을 맛보기는 했지만, 남의 요리를 맛깔스럽게 먹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백종원을 SBS가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그가 먹는 것만 봐도 충분할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백종원이 유명해진 것은 스스로 맛있는 요리를 찾아다니며 먹고 이를 통해 방송에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요식업계의 큰 손이 된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먹방 순례는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그가 각 요리별 3대 천왕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처음 찾아 간 '돼지 불고기'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흔적만 남은 그곳은 태풍으로 인해 사라졌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돼지 불고기' 집은 화려하게 바뀌기는 했지만 요리를 하는 방식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연탄불 위에서 굽는 '돼지 불고기'는 모두가 침을 흘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신기한 마법과 같았습니다. 

여러 곳의 '돼지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들을 찾으며 진정한 먹방이란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준 백종원의 모습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식신의 명성은 정준하의 몫이었지만, 백종원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위상이 위태롭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되니 백종원과 정준하가 함께 '먹방' 프로그램을 하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백종원이 대단한 것은 각 집을 다니면서 그 집만의 특징을 살려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직접 다니고 그 맛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소개된 집 근처에 사는 이들이라면 백종원 처럼 먹는 것 역시 즐거운 시간들이 될 듯합니다.

 

백종원이 기억하는 맛집을 순방하고 그중 최고의 장인 3명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시식하는 과정은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백종원의 맛집 탐방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스튜디오 안에서 이어지는 과정은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이휘재의 진행 솜씨가 가장 아쉬움이 컸고, 특별할 것 없는 과정 역시 부실해 보였습니다. 과거 백종원이 출연했던 '스타킹'에서 중국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김준현의 먹방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치열한 예능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는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백종원은 시청자들이 원한만큼 매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맛집을 백종원이 찾아다닌 곳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백종원의 먹방은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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