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0. 19:03

SBS 방송사고보다 심했던 가요대전 아이돌 3사 편중 논란

어제 방송되었던 <SBS 가요대전>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셨을 듯한 내용들이 오늘 하루 종일 논란이 되고 있네요. 많은 출연자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준의 공연밖에 만들어 내지 못한 SBS의 한계가 문제이지요. 여기에 거대 아이돌 3사에 대한 편중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이에요.

엉망진창 학예회에 거대 기획사 3사만 있었다




라이벌이라는 콘셉트임에도 불구하고 첫 무대를 장식한 보이 그룹들의 존재감은 올 한해 남자 아이돌 그룹이 분명한 한계를 보였어요. 어린 아이들이 유명 아이돌 그룹으로 변신한 오프닝은 신선함과 함께 어설픔이 동시에 지배하며 아쉬움을 주었죠.

가요대전의 가장 큰 문제는 무대가 준비된 일산 킨텍스라는 공간이었어요. 거대한 축제를 벌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조건에 마련된 무대는 화려함이 아니라 조잡함으로 다가왔어요. 길기만 한 공연 무대는 무대 중간에 충계가 마련되며 더욱 협소함을 더했고 무대 배경 등 화려함을 만들어줄 공간 자체도 조잡함을 넘어서기는 힘들었죠.

인기가요 녹화장 보다 못한 무대는 한숨만 나오게 만들 뿐이었어요. 그 긴 무대에 중앙에서는 공연을 하고 바로 옆에서는 관계자들이 잡담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한 화면이 잡히는 등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해주었죠.

올 한해 활동했던 거의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출연한 공연들이 특징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았어요. 가요대전 측에서 심혈을 기울였다는 '막내쇼'는 브리트니의 '서커스'를 함께 부르며 화려한 무대를 지향했지만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며 노래를 하는 태민부터 문제가 발생했어요. 음향의 문제인지 노래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입도 잘 맞지 않는 모습은 이후 등장한 아이돌 그룹의 막내들 모습에서도 계속 되었어요.

나름 없는 시간 쪼개가며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집중하기 힘든 무대와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음향 등은 그들의 특별한 무대를 특별하지 못한 무대로 만들어 버렸어요. 이후 와이어 무대들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신선함은 고사하고 식상함까지 전하며 전체적인 완성도까지 떨어지게 만들었지요.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들의 합동 공연이 색다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유사한 형식으로 무대를 가졌기 때문이지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며 형식을 위한 형식으로 치우친 공연은 그저 식상함 뿐이었어요. 편향된 섭외와 공연 시간 분배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거론되며 연말 서로를 축하하는 공연은 최악으로 진행되며 꾸준하게 거론되었던 연말 가요축제 폐지론에 불을 지폈지요.

아이유와 다비치, 휘성이 함께 하는 무대는 어색함의 극치를 이루었고 사전 녹화된 분량마저 통 편집이 되면서 초라하기 그지없었어요. 휘성의 '인썸니아' 마지막 부분을 함께 부르는 장면에서는 왜 아이유와 다비치가 함께 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들었어요. 시청자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조잡한 무대는 열심히 노래한 가수들에게도 민폐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이런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송사고와 조잡함을 능가하는 문제는 거대 아이돌 3사에 대한 편향이에요. SM과 YG, JYP로 대변되는 국내 아이돌 3사에 대한 집중 편성은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지요. JYP의 힘을 알 수 있는 것은 활동도 없던 박진영이 여기저기 공연무대를 기웃거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서 부터 알 수 있지요.

김건모와 함께 한 투애니원의 무대는 신구의 조화로 흥미롭게 진행되었어요. 김건모의 '팡계'를 색다르게 부르며 분위기를 이끌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과하게 진행된 그들만의 무대는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어요.

김건모 미니 스페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가수들과의 형편성과는 상관없는 방송 분량은 아쉽기만 했지요. 이어지는 SM과 YG, JYP의 무대들은 이미 예고되었지만 그들을 위해 여러 가수들이 들러리를 선 듯 한 기분이 들게 했어요.

거대 아이돌 3사 합동 무대에 다른 가수들이 축하 공연을 하러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간 것은 문제가 클 수밖에는 없지요. 이런 식으로 진행될 공연이라면 굳이 가요축제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공연을 해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에요.

거대 아이돌 3사의 공연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한 것을 보면,

2PM & 박진영         9분 31초
보아                        7분
소녀시대                 6분
세븐 & GD & TOP   11분 58초
투애니원과 김건모  18분 22초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으로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무대에 섰다는 것으로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아이돌 3사에 집중된 무대는 전체적인 균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지요. YG에 대한 편향이 지나쳤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세븐과 지디앤탑의 합동 공연 무대는 시간 분배가 적절했다고 보여 지지요. 김검모의 공연이 주가 된 투애니원과의 무대 역시 김건모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나온 시간으로 보이기도 해요.

문제는 박진영과 함께 한 2PM의 무대가 10분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2PM과 2AM의 합동 공연이 10여분을 넘겨도 이는 이해할 수 있어요. 올 한해 활발한 활동을 했으니 말이지요. 하지마 뜬금없이 연말 무대에 등장한 박진영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죠.

더욱 힙합 무대를 가진 드렁큰 타이거의 무대를 엉망으로 만든 편집과 비교되며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어요. 여러 가지 볼거리들과 한 무대에 서기 어려운 가수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요팬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지만 이런 식의 방송사고와 특정 거대 기획사의 힘으로 좌우되는 연말 가요 공연이라면 더 이상 지속할 이유를 찾기는 힘들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