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0. 09:41

유재석 대상소감과 다시 돋보인 존재감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확신했듯 2010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 수상자는 유재석이었어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존재감으로 대상이 유력했던 유재석은 시상 소감도 멋있었지만 시상식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네요.

유재석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시상식이 시작도 되기 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무한도전의 레드 카페트였어요. 엽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파격적인 복장으로 등장한 그들은 진정한 예능인들이었어요. 시상식이 엄숙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지요. 올 해 특히 두드러졌던 영화관련 시상식에서 드러난 축하공연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들의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했어요.

너무 엄숙해서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 나온 짐승들이라도 되는 듯 씁쓸하기까지 했죠. 무한도전이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던 엽기적인 모습을 코스프레해서 등장한 모습은 무척이나 비교되었어요. 물론 방송연예대상 수상식이라는 특성이 좌우하기는 했지만 상호 즐기는 축제로 이끌어 가는 무도의 파격 의상 등장은 '2010 MBC 방송연예대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어요.

많은 이들을 주목을 끈 것은 정준하가 보여준 비욘세 코스프레가 아닌 유재석과 정형돈이 하고 나온 복장이었어요. '빙고게임'에서 홍대 나들이를 한 그들이 엽기적인 패션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적이 있었어요. 미존개오 형돈과 함께 첨단 패션 나들이를 한 그들은 여성 옷을 입으며 홍대를 스캔하며 많은 웃음을 주었는데 그 복장 그대로 시상식에 등장한 것이지요.

방송에서 연말 시상식에 이대로 하고 나가자는 정형돈의 제안이 현실이 되면서 그들의 약속은 다시 한 번 지켜져 훈훈함까지 전해주었어요. 방송에서 하는 빈말일지라도 철저하게 이를 지켜나가는 모습은 보기 좋을 수밖에 없죠.

엽기적이기까지 한 복장에 화장까지 하고 1부가 끝나기 전까지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준 그들은 진정한 예능인이 아닐 수 없어요. 자신을 철저하게 파괴해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 그런 자기 파괴적 웃음마저도 행복하게 수행하는 그들은 진정한 존재감들이었어요.

아쉬운 건 최우수 버라이어티 상 후보였던 정형돈이 수상하지 못하고 박명수가 상을 탔다는 것이지요. 물론 박명수도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한 정형돈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요. 무도와 일밤에 참여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MBC에서 수상이 유력했었지만 박명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네요.

KBS는 그나마 '개콘'이 있어 개그맨들이 상당부분 연예대상에서 다양한 상들을 수상했지만 MBC는 전멸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처참했어요. 아이돌들이 그들이 받아야 하는 상들을 가져가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지요. 코미디가 근간이 되어야 예능 전체가 살아날 수 있음에도 MBC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고사 직전에 내몰린 상황이에요.

"후배 개그맨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후배들이 함께 자리를 지켜 풍성한 연예대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상 소감을 전하며 전에 없이 미안해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진정한 대인배의 모습이었어요. 자신이 대상 수상을 한 것이 왜 안 즐거웠을까요. 그 누구보다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한없이 행복했을 거에요.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빈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자신 역시 개그맨 출신으로 이 자리에서 섰듯 후배 개그맨들이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대선배의 발언이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네요.

김병만이 KBS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코미디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달라'는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 개그맨들이 설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들의 발언은 의미심장할 수밖에는 없어요.

개그맨 출신답게 기괴한 복장으로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준 유재석은 대상을 수상하며 바로 옆자리에 있던 강호동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어요. 그렇게 올라선 그는 자신의 행복보다는 함께 자리하지 못한 후배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어요. 뜨거운 가슴으로 타인을 품을 줄 아는 유재석은 역시 대단한 존재임이 분명하지요. 유재석의 대상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