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1. 07:01

대상 강호동 능가한 최우수상 이승기의 존재감

올 마지막 연예대상이었던 SBS 연예대상에서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하며 방송 3사가 예측 가능한 인물들에게 대상이 돌아갔네요. 마지막 시상식이자 강호동과 이승기라는 대결 구도를 가져가며 방송 3사 시상식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던 SBS 연예대상의 최종 승자는 강호동이 아닌 이승기였어요.

강호동의 눈물과 모두가 인정한 최우수상 이승기




한 해 동안 자사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이기에 각 방송국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이에게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야만 하지요. 올 한해 SBS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고맙게 생각한 것은 <스타킹>이었어요.

조작 방송이 들통 나며 폐지 위기까지 빠졌던 <스타킹>이 다이어트 등 대중들이 쉽게 호감을 보일 수 있는 아이템들을 무기로 토요일 SBS 예능을 지탱해준 공로에 대한 평가였지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강호동의 대상 수상은 당연했지요.

오프닝은 일요 예능인 <영웅호걸>의 멤버들이 장식했어요. 막내인 아이유와 니콜이 멋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하며 둘씩 짝을 지은 출연자들의 공연은 가요대상 등이 아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죠. 립싱크에 어설픈 동작들은 예능인을 위한 자리에 학예회 하는 듯한 모습도 그저 유쾌한 놀이 정도로 치부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SBS 연말 시상식의 특징이 되어버린 집단 수상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기본적으로 10명을 모아 집중 투하되는 상은 그래서 특별한 감흥을 받기는 힘드네요. SBS를 위해 노력한 많은 이들에게 상을 주겠다는데 이를 비난할 일은 아니겠지요.

예능 뉴스타상을 재정해 예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들에게 신인상을 주었어요. 송중기를 시작으로 아이유까지 SBS 예능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주어진 상은 그들에게는 의미 있는 상이 되었을 듯해요. 수상한 열 명의 소감을 일일이 다 듣는 과정은 조금 지루했지요.

사회를 맡은 '신동엽, 장윤정, 박은영 아나운서'로 구성된 조합은 나쁘지 않았지만 진행을 장황하게 해 아쉽기만 했어요. 이젠 너무 익숙해서 식상하기도 한 신동엽은 연말 시상식에서만 두 번이나 메인 MC로 등장하며 그도 자조적으로 웃으며 이야기했듯 자신이 진행한 프로그램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다는 말로 자위하는 모습만 재미있었네요.

창사 20년이 된 SBS에게 가장 중요했던 상은 아마도 'SBS 창사 20주년 예능 10대 스타상'이었을 거에요.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사 예능에서 활약하며 많은 족적을 남겼던 10명에게 상을 수상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지요.

이홍렬을 비롯해, 강호동, 유재석, 이영자, 이경규, 남희석, 이봉원, 신동엽, 김용만, 이효리까지 전설 같은 예능 MC들에게 이 상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을 거에요.

2010 SBS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상 수상이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강호동과 이승기에게 집중된 관심은 대상 수상전에 터진 최우수상 수상으로 마무리되었어요. 강호동과 이승기 팬들이 갈라져 극심한 싸움까지 벌이는 상황까지 만들었던 대상 수상과 관련해 SBS는 '솔로몬의 해법'을 제시했어요.

네티즌 최고 인기상과 최우수상을 모두 이승기가 차지했어요. 네티즌들이 사랑하고 다음 해 대상 후보로 이어질 가장 유력한 상인 최우수상을 이승기가 수상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지요. 올 한해 이승기가 보여준 <강심장>에서의 활약은 대단했어요.

다수가 연기를 할 때 쏟아졌던 비난과 <1박2일>에 출연하며 받았던 수모, 이제는 예능 MC까지 한다며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졌지만 이승기는 이 모든 것을 모두 이겨냈어요. 연기에서는 '여친구'에서 보다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가수출신 연기자에 대한 오해를 풀어냈어요.

<1박2일>에서 '허당 승기'라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승기는 나피디로 빙의된 연기로 그가 왜 <1박2일>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인기 있으니 뭐든 다 시킨다며 비난이 쏟아졌던 예능 MC는 강호동이라는 최고의 MC가 옆에 있었던 영향도 있지만 <강심장>을 동시간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어요.

반신반의했던 이승기의 진행은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되었고 단순한 안착 수준을 넘어 최강 MC 강호동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청출어람'을 보이며 그의 숨겨진 예능 MC로서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KBS에서는 최우수상을 주었고 SBS에서는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라는 막강한 3인과 함께 대상 후보로 올린 것이지요.

이승기는 시청자들과 방송 제작진, SBS 모두에게 인정받은 최고의 존재였어요. 그렇기에 네티즌들에 의해 선정된 '네티즌 최고 인기상'과 SBS에서 선정한 '최우수상'을 모두 받을 수 있었지요. 대상보다 더욱 크게 다가온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에요.

물론 대상이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고의 상임은 분명해요. 강호동이 올 한해 보여준 활약은 당연히 대상을 받아야 마땅 했어요. 그럼에도 이승기가 더욱 돋보였던 것은 그의 재능이 예측불가 할 정도로 성장 중이라는 점이에요.

예능 MC 막강 3인방인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도 이승기의 가치에 많이 놀랐을 듯해요. 올 한해 그가 보여준 예능에서의 활약으로 인해 차세대 국민 MC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승기는 대상 수상과 상관없이 최고의 존재감으로 자리 잡았네요.

3년 만에 SBS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의 눈물의 수상식도 대단했어요. 강호동의 존재감은 올 한해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최고의 활약으로 화답했었죠. 그럼에도 두 방송에서 모두 대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SBS에서 마저 이승기와 대결 구도를 가지며 무관의 제왕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들도 있었지만 그는 화려하게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던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간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그 커다란 몸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어요. 아직도 어린 이승기를 챙기고, 대 선배인 이경규의 수상소감을 인용해,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광을 이경규 선배님 한테 돌리겠습니다"

라는 강호동은 마지막으로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유재석에게도 고마움을 표했어요. 자신이 방송을 하면서 가장 큰 칭찬은 '유재석의 라이벌' 이라는 말이라며 좋은 라이벌이 있어 자신이 이렇게 성장했다며 영원히 함께 가자는 그의 소감은 대상다웠어요.

복잡하고 미묘할 수도 있었던 SBS 연예대상은 강호동의 대상과 이승기의 최우수상으로 정리가 되었어요. SBS가 선택한 솔로몬의 해법은 많은 이들에게 만족할만한 해법이 된 듯하지요.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았네요. 2011년 이승기의 성장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