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7. 10:29

응답하라 1988 모든 우려 불식시킨 혜리와 라미란 신의 한 수인 이유

혜리가 출연한다는 말에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 왜 하필 혜리냐는 비난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난의 근거에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을 앞세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를 봐왔던 이들이 이번 시리즈는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었습니다. 

두 번의 시리즈가 모두 성공하면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우려도 컸습니다. 과연 3연타석 홈런을 쳐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쌍문동에서 벌어지는 '한지붕 세가족'이야기는 첫 방송만으로도 대박이었으니 말입니다.

 

첫 회는 통상 밋밋한 경우가 많습니다. 출연진들을 모두 설명해줘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물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가는 경우들도 많지만 드라마의 경우 출연진들을 소개하는 시간은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함께 첫 방송부터 울고 웃기는 '응팔'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물론 전 주에 '응팔 시청지도'라는 형식으로 자세한 설명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도를 보여주고 등장인물들의 성격 등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 수는 없었습니다. 젊은 배우들이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낯선 느낌은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1988년의 시대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청춘들을 매료시켰던 영화 '영웅본색2'를 보는 동네 친구들의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동갑내기들의 풍경은 말 그대로 친구였습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도 있고, 넉살만 좋은 이도 있습니다. 바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도 친구들 곁에서는 뭔가 좀 모자란 친구일 뿐입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각자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들이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밥 먹으라는 풍경은 지금은 결코 볼 수 없는 모습들입니다. 당시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풍경은 바로 '응팔'을 상징하는 최고의 장면이자 상징적인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둘째인 덕선은 그래서 일찍 세상을 알았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고 참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폭발할 수밖에 없는 날도 있습니다. 올림픽 피켓 걸이 되어 열심히 준비하던 그녀가 피켓 참가국의 갑작스러운 불참으로 인해 6개월 동안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던 날이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허탈함에 시달리던 덕선을 골목 입구에서부터 기다리던 동생 노을에 이끌려 향한 집에서는 생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상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생일 케이크에 불이 켜지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던 가족들은 이내 초 숫자를 정리하고 덕선이 생일도 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덕선은 폭발했습니다. 울고 싶은데 누군가 때려 줬으면 했던 시점 언니와 함께 하는 생일은 그 역할을 해준 셈이지요.

 

서러움에 한 없이 울던 덕선이는 둘째여서 힘들고 아팠습니다. 그런 그녀가 올림픽 피켓 걸로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타로 나선 그녀는 우간다 피켓 걸이 되어 방송에 출연했고 이를 보는 가족들은 그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피켓 걸을 마치고 돌아온 딸을 마중 나온 아빠 동일이 딸을 위로하는 장면 역시 최고였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는 말과 함께 아빠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아빠가 아니라 실수가 많다며 둘째 덕선에게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동네 슈퍼 앞에서 생일을 축하해주는 아빠와 그런 정겨움에 행복한 딸의 모습은 감동스러웠습니다.

 

물론 이런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연탄이 주로 사용되던 시절 자주 있었던 연탄가스 중독은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었으니 말이지요. 아빠는 막내아들을 들쳐 업고 엄마는 큰 딸을 업고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둘째는 여전히 방에 그대로였습니다.

 

생존력 갑인 둘째 덕선은 스스로 기어 연탄가스가 가득한 집을 탈출했고 그대로 장독대로 가 김치 국물을 들이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는 했지요. 골목을 지배하는 자는 아줌마 3인방이었습니다.

 

함께 모여 간단하게 맥주 한 잔도 마시고, 저녁 찬거리를 다듬기도 하는 그들에게 골목에 놓인 마루는 사랑방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녀들이 보여주는 농익은 이야기들은 모두를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거침없는 입담을 주도하는 라미란의 역할은 그래서 대단했습니다.

 

라미란의 연하 남편인 김성균이 장어를 먹여도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는 그녀의 모든 모습들이 최고였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라미란의 연기는 왜 그녀가 신의 한 수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무섭게 등장해 반전을 보인 김성균의 캐릭터도 모두를 웃게 해주었습니다. 철없는 남편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 성균과 미란의 환상적인 조합은 '응팔'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덕선의 동네 친구들 이야기들 속에서도 행복과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효자가 걱정 많은 엄마를 품어주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감동 코드가 함께 했다는 사실은 '응팔'이 성공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 이유입니다.

 

혜리 출연에 불쾌했던 이들이 만약 첫 방송을 봤다면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의미 없는 행동이었는지 깨달았을 듯합니다. 완벽하게 망가져 더욱 완벽한 덕선으로 변신한 혜리는 신의 한 수가 되었으니 말이지요. 첫 방송에서 라미란의 걸죽함까지 더해지며 '응팔'은 다시 한 번 신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탁월한 생활 연기를 보인 그들 선택은 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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