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7. 10:03

응답하라 1988 최종회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전락한 정환이 아쉬웠던 이유

매 회 감동과 환호가 이어졌던 '응답하라 1988'도 20회로 끝이 났습니다. 워낙 유명한 드라마라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회는 덕선의 결혼이 아닌 보라와 선우의 결혼을 담아내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감동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대단했습니다. 

선우와 보라가 동성동본이라는 벽에 막히고, 덕선이와 택이마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겹사돈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작가가 원하는 답이 있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분명합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상황에서도 초반과 중반까지 '응팔'을 확실하게 이끌어갔던 정환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작가가 택이를 염두에 두고 그를 위한 미끼로 정환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렇게 무참하게 캐릭터를 버려두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정환은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첫사랑은 제대로 된 고백도 해보지 못한 채 절친인 택이에게 양보했습니다. 정환에게는 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환이는 어렸을 때부터 형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심장병으로 좋아하는 축구도 못하는 형을 위해 마라도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형과 함께 '탑건'을 보다 형이 아쉬워하던 파일럿을 자신의 꿈으로 삼았습니다. 형이 그런 동생의 마음을 알고 정환이가 자신의 꿈을 위해 살기를 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정환은 형의 소원이었던 파일럿이 되었습니다.

 

첫사랑과 꿈마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포기한 정환은 그의 인생마저 국가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현재 정환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공군으로 살아갔는지 민간항공기의 파일럿이 되어 멋진 여자를 만나 행복해졌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걸 알 필요도 없다고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강요했으니 말입니다.

 

정환은 작가를 위해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내주고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19회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정환은 20회에서도 다시 희생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결혼과 관련해 고민이 많은 선우를 위해 다시 자신의 편안함을 포기하는 모습이었으니 말이지요.

 

부대로 내려가기 위해 집을 나선 정환은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선우를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선우 옆에 앉아 그와 함께 술을 마셔주는 정환이는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편안함을 포기한 채 그의 곁에 함께 해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진짜이니 말입니다.

 

덕선이의 남편이 된 택이가 어린 시절 쌍문동에 이사 온 후부터 그녀를 사랑해왔음을 보여주는데 집중했습니다. 덕선은 1989년부터 자신을 사랑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택이는 오래 전부터 오직 덕선이만 사랑했습니다. 급하게 덕선이와 택이의 사랑을 하나로 만드는 모습은 오히려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너무 급하게 택이와 덕선의 관계를 만들다보니 생긴 아쉬움이었습니다.

 

여전히 아빠의 신체 사이즈를 몰라 너무 큰 구두를 사준 보라와 그런 아빠 구두가 걱정되어 뒤꿈치에 휴지로 채워주는 다정한 딸 덕선. 식장에서 아빠의 너무 큰 구두를 보고 서럽게 우는 보라와 딸이 써준 편지를 텅빈 식장에서 읽으며 울던 동일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성동일에 왜 그렇게 찬사를 받는지 이 장면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보라와 덕선 자매는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보라를 사랑하는 선우. 택이 역시 덕선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정봉은 백종원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큰 성공을 한 정봉은 미옥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동룡은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환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동봉과 정환 모두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큰 의미가 없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즐거운 삶을 사는 '응팔' 이야기 속에 모든 것을 주기만 했던 정환이는 그렇게 방치되고 말았습니다.

 

'응팔'은 가족을 위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마지막까지 그대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대단합니다. 문제는 덕선을 사이에 둔 정환과 택이 이야기 전개가 잘못되면서 허점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덕선 남편 찾기만 뺀다면 완벽한 드라마였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철저하게 자신을 희생하기만 한 정환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아쉽습니다. 덕선과 보라가 집중이 되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환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가 덕선이 남편이 되든 상관없지만 시청률의 일등공신이었던 정환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버리는 것은 최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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