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30. 10:45

시그널 이제훈과 조진웅 1시간을 10분으로 만드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의 힘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은 시청자들은 했을 듯합니다. 지난 주 1, 2회 방송이 된 후 3회 <시그널>은 단숨에 8.23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도 아니고 범죄 수사물이라는 한정된 장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8%가 넘는 시청률은 기록적입니다. 

tvN의 고위 간부들 역시 사전에 1, 2회를 보고 감탄은 했지만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김은희 작가에게 시청률에 얽매이지 말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현상까지 만들어냈던 <응답하라 1988>보다 더 좋은 초반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리지만 장르 드라마가 유독 약했다는 점에서 '시그널'의 승승장구는 반갑기까지 합니다. 다양한 장르가 성공해야 진정한 드라마 왕국이라 불릴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오늘 방송에서도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로 순식간에 끝이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암시하는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을 맡게 된 '미제사건수사팀'의 해영은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수현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러가며 건네준 과거 사건사진이 자신의 눈앞에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8차 사건의 피해자는 살아나고 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보드에 적어놓았던 사건들이 자신이 보는 상황에서 바뀌는 이 말도 안 되는 경험은 충격이었습니다.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에서 과거의 낯선 남자가 무전을 해오는 것도 황당한데 과거의 사건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더욱 자신만 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을 뿐 수현 조차도 사건의 결과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바로 과거에 살고 있는 재한이 자신이 알려줬던 8차 사건을 막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생존 가족을 만난 후 해영이 확인한 것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임신을 하고 있던 피해자를 재한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존재할 수 없었다며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해영은 더욱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100%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해영은 수현에게 과거와 무전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묻습니다. 해영의 엉뚱한 말에 수현은 "소중한 사람을 지켜줘"라고 하겠지라 합니다. 수현은 정말 갑자기 실종된 재한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언제나처럼 저녁 11시 23분이 되자 다시 무전기는 울렸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재한은 문제의 연쇄살인마를 잡았다고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재한이 잡은 범인은 진범이 아니고 곧바로 8차 살인이 같은 시간 슈퍼 앞에서 벌어진다며 잡아달라고 요구합니다. 

 

해영의 말이 믿을 수 없었던 재한은 취조를 받기 위해 끌려가던 범인을 보러 갑니다. 하지만 간질 증세를 보이며 숨을 거둔 범인. 그리고 뒤이어 8차 사건이 터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재한은 황당했습니다. 애써 잡은 범인이 진범이 아니고 자신으로 인해 억울한 시민이 죽고,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직업을 잃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범인을 잡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수사에 집중한 재한은 버스에 모든 해답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5년 현실 속에서도 해영은 수현이 이야기한 힌트 속에서 버스에 모든 것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버스기사가 범인을 봤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속 재한은 버스기사가 분명 범인을 봤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버스기사는 그곳에서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분명 차는 정차했고, 진범은 그 버스에 탔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이 탑승한 버스에 살해당한 피해자들도 타고 있었습니다. 

 

재한의 추리를 명확했지만 버스기사의 거짓 증언으로 인해 모든 것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재한은 범인과 짜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아무리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도 믿을 수 없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어김없이 11시 23분이 되자 무전기에서 해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갇힌 상황에서 재한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9차 사건의 피해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인 김원경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한은 미칠 것 같았습니다. 24시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자신은 갇혀 있고 지금까지 상황을 생각해보면 사건은 분명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픈 연기를 해서 자신을 보러 온 순경을 제압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 재한. 현실에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기사를 다시 만난 후 과거 목격자 중 한 명이 26년 전 사건과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사건을 재수사했기 때문에 억울한 희생자가 나왔다는 질책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제사건수사팀'은 처음으로 힘을 모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살인범은 여전히 살아있고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은 곧 과거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았던 연쇄살인사건을 풀어낼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매번 뛰어난 영화를 보는 듯한 '시그널'은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재한과 해영이 서로를 확실하게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해영과 재한의 공조수사는 어떤 결과를 맺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완벽한 작가의 이야기와 섬세한 연출을 해준 감독, 그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들까지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시그널'은 1시간을 10분처럼 만드는 마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감히 이제훈에게 연기력을 논했는지 웃길 정도로 그는 완벽한 해영이었습니다.

 

왜 버스기사는 사실을 속였을까요? 버스기사가 범인이 아니라면 왜 그는 모두가 목격한 범인을 숨기는 것일까요? 버스기사의 아들일 수도 있는 범인의 윤곽은 이제 점점 좁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과거의 재한은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마법과 같은 집중력을 보여주는 이 대단한 드라마의 힘. 말도 안 되는 답답한 이야기로 방송을 공해로 만들어버리는 한심한 드라마들 중에서 '시그널'은 단연 돋보입니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단 3회 만에 8%가 넘는 시청률을 넘어섰습니다. 케이블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시청률을 연일 경신하는 '시그널'은 역대 최고의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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