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0. 12:22

시그널 70분을 홀로 집어삼킨 김혜수의 존재감, 진짜 배우의 가치를 보였다

다시 한 번 끔찍한 살인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1997년 홍은동 사건은 차수현에게도 중요했습니다. 그 사건의 피해자 역시 차수현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적적으로 납치된 후 탈출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 지독한 경험은 차수현에게는 지독한 내상이었으니 말입니다.

인터넷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는 사건이지만 이재한이 남긴 노트 뒤 사건일지에 존재하는 사건. 쌀포대와 검은 비닐봉지로 사체를 감싸 버린 사건은 충격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백골사체를 확인하러 간 수현은 그곳에서 잊을 수도 없는 그 사건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차수현이 비닐에 싸인 그 사체를 보고 놀란 것은 자신도 그렇게 당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강한 그녀가 이 백골 사체 앞에서만 힘겨워한 이유는 그녀 역시 그 사체와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 회 새로운 사건들을 풀어가는 '시그널'에서 이번에는 홍은동 연쇄살인에 맞춰졌습니다.

 

현실에는 드러나지 않았고, 과거에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도 않았던 홍은동 사건은 재한과의 무전을 하는 와중에 해영이 이야기를 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사건이 제대로 접수되기도 전에 해영의 무전을 통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한 재한은 해당 지역 경찰서를 찾아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영이 이야기했던 기이한 사건은 자신이 찾은 경찰서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접한 옆 동네에서 이미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경찰이 아닌 목격자를 통해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두 건의 동일한 사건. 분명 연쇄살인이라 확신한 재한은 수사에 들어가지만 언제나 김범주 반장이 문제였습니다.

 

자신의 비리를 알고 파고드는 이재한이 눈엣가시였던 김범주에 의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는 이 사건에 집중했습니다. 밤낮 홀로 수사를 하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던 수현은 수사기록을 읽고 스스로 현장 수사에 나섭니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재한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수현이었으니 말이지요. 

 

희생자들처럼 우울한 음악을 듣고 그들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접점을 찾으려던 수현은 재한에게 야단을 맞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친 다릴 쉬기 위해 들린 편의점. 그곳에서 일하는 점원이 바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은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피해자에 최대한 몰입한 수현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아지 소리에 정신이 팔리 사이 급습한 범인에 의해 납치를 당한 수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피해자와 달리, 수현은 손이 묶이고 검은 비닐봉지에 얼굴이 가려진 상황에서도 사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다 쓰러진 그녀를 발견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이재한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 수현의 집에까지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이 홍문동으로 달려간 재한은 겨우 수현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더 이상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고, 모두가 잊어버렸던 홍문동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뒤늦게 발견된 백골 사체에 홍문동 사건과 동일한 흔적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체가 발견된 산에 추가 사체가 있을 수 있다는 해영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그 주변에만 무려 아홉 구의 사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수현이 도주한 후 범인은 살인을 멈춘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꾼 것뿐이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들 속에 차수현의 존재감은 최고였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차수현을 모두 소화하는 김혜수의 존재감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거나 오래 전에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다른 차수현을 연기하는 김혜수는 '시그널'을 완벽하게 해주었습니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시그널'이 이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연기를 해주는 배우가 많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혜수는 신의 한 수였고, 그녀는 말 그대로 '시그널'을 위한 맞춤형 배우처럼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70분을 홀로 집어삼키는 김혜수의 존재감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감사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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