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15:37

아카데미 시상식, 디카프리오 23년 한풀이와 이병헌, 크리스 록의 일갈이 반갑다

이병헌이 아시아인 최초로 시상자로 나선 아카데미 시상식은 개최 전부터 수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을 쓴 오스카에서 23년의 한을 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예견된 수상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던 이번 시상식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요?

한국인만이 아니라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상자로 나선 이병헌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상을 받은 아시아인들은 많았지만 시상자로 나서기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더욱 이병헌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오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이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에는 이병헌만이 아니라 조수미도 함께 했습니다. 이병헌은 시상자가 아니라 그녀가 부른 주제곡이 주제가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유스(Youth)'의 주제가 '심플 송(Simple Song #3')'이 주제가상 후보로 지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병헌과 조수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과연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주연을 맡았던 '레버넌트'로 데뷔 후 처음으로 오스카를 받게 되었습니다. 23년의 한풀이를 한 디카프리오의 수상 소식에 국내 많은 팬들도 환영 인사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 그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느껴집니다.

 

작품상  토마스 맥카시 감독 <스포트라이트>

감독상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남우주연상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여우주연상 <룸> 브리 라슨 

남우조연상 <스파이 브릿지> 마크 라일런스  여우조연상 <대니쉬 걸> 알리시아 비칸데르

장편 애니메이션상 피트 닥터 감독 <인사이드 아웃>  각본상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조쉬 싱어

각색상 <빅쇼트> 아담 맥케이, 찰스 랜돌프  다큐멘터리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 <에이미>

외국어 영화상 헝가리영화 <사울의 아들>  촬영상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

편집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마가렛 식셀  음향효과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그렉 루트로프와 크리스 젠킨스

주제가상 <007 스펙터>의 라이팅 온 더 월 'Writing's on the Wall'

음향편집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데이빗 화이트와 마크 맨지니  

미술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리사 톰슨과 콜린 깁슨  음악상 <헤이트풀8>의 엔니오 모리꼬네

시각효과상 <엑스 마키나>  의상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제니 베번  

분장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다이엔 마틴

 

수상 내역을 보면 상당히 분산된 느낌을 줍니다. <매드맥스>가 보여 지는 부분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았고, 중요 상은 <레버넌트>가 받았다고 보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은 것이 어쩌면 의외로 다가올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디카프리오로서는 자신의 영화 인생 처음으로 오스카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상식이었을 듯합니다. 꽃미남에서 점점 연기력 좋은 배우로 성장해간 디카프리오로서는 혼신을 다한 연기를 통해 오스카의 주역이 되었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뿌듯할 듯합니다.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 흑인들이 꽤 많이 나왔다. 올해 후보자 중에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 내가 만약 사회자가 아닌 후보였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못 했겠지. 닐 패트릭(전년도 MC)이 사회를 봤을 것이다"

 

"올해는 내가 오스카 시상식을 본 해 중 가장 논란이 큰 시상식이다. 주변에서 나보고 보이콧 하라고 했는데 실업자한테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지"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개최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자는 크리스 록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백인 잔치로 비난을 받아왔던 이번 시상식에 사회자가 흑인이라는 점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워낙 유명하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크리스 록을 비난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분명합니다.  

 

참 재미있고 놀라운 것은 생중계로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은 그동안 거론되었던 백인 잔치인 시상식에 대한 비난을 그대로 쏟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영화에서 흑인들은 많이 나왔고 수상 가능성이 높은 배우들도 많았지만, 후보자 중에 흑인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과거부터 인종 차별적인 집단이라고 불려왔던 오스카가 올 해 확실하게 그 이미지를 보여준 듯합니다. 많은 흑인 영화인들은 이런 상황을 성토했고, 동조하는 영화인들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이콧을 하기도 했던 이번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은 그래서 특별해 보였습니다.

 

백인들을 위한 잔치에 사회를 보러 나온 흑인. 그런 자신에게 보이콧을 하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실업자에게 그런 소리 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로 논란을 잠재우는 크리스 록의 유머도 대단했습니다. 흑인들을 배척한 반쪽짜리 아카데미 시상식에 촌철살인으로 정곡을 찌른 크리스 록의 그 한 마디가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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