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 10:36

치즈인더트랩, 미친 박해진 멋진 서강준으로 귀결되는 치인트의 결말

논란으로 너덜해진 '치인트'가 마지막 회를 남겨두었습니다. 방송 직전 급하게 원작자에게 사과를 했다며 편견 없이 드라마를 봐달라고 제작진들은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편견을 만들어낸 제작진들에게 시청자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의 내용 역시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회장이 나서서 정이와 설이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미쳐버린 이하가 설이를 도로로 내밀어 교통사고를 나게 되는 상황은 극적이라기 보다는 황당했습니다. 마지막 2회를 남기고 설이를 죽기 일보 직전으로 보내버린 의도가 무엇인지 당황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지막 회에 잘 봉합해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겠지만 황당함을 가시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키고 싶은 유일한 존재는 '치인트'에서는 백인호 외에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말도 안 되게 엉망인 누나를 마지막 순간까지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막장급 누나를 살뜰하게 챙기는 백인호는 천사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백인호는 짝사랑도 특급으로 합니다. 홍설이 유정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그는 노골적으로 자신이 설이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정이와 싸우는 것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되든 빼앗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노출된 셈입니다.

 

물론 악랄함보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포장된 백인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직 설이의 행복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막장 누나를 제대로 바로 서게 만들지 못한 백인호의 우유부단이 결국 이런 막장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말은 이제 자립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하가 자신이 모아둔 돈을 가져다 쓰던 말든 방치하기에 급급합니다. 인호의 이런 행동은 결국 인하가 정이 아버지를 찾아가 다시 돈을 구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전혀 변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인호의 잘못된 신호가 결국 막장으로 가는 티켓을 끊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유정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오늘 등장하기는 했습니다. 박해진이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던 그 과정은 공주용과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유정이 타고난 사이코였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활용했습니다.  

 

술을 몰래 담아왔던 주용의 컵을 자신을 좋아했던 어린 소녀에게 먹였고,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잔인하게 바라보는 정이의 모습은 경악스러웠습니다. 악의적으로 술인지 알면서도 어린 아이에게 술을 먹였다는 의미니 말입니다. 뭐 설정을 어떻게 하든 그건 감독이 원하는 결말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정이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설이. 그런 설이가 건넨 커플반지에 감동하는 정이. 정이에게 다가와 장황하게 설명하는 김상철의 모습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모두가 정이의 성격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고, 몇몇은 그저 친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서는 것이니 오해 말라는 상철의 이야기는 그동안의 악역을 씻어주겠다는 감독의 배우에 대한 배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정이 아버지에 의해 내쳐진 인하.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태랑그룹이 주최한 파티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미 인하를 위해 준비한 상황은 그를 최악으로 몰아갔습니다. 인하가 이용하기 위해 만났던 이들이 모두 그 파티에 초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남자를 이용하기만 했던 인하의 모든 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정이 아버지에게도 공개적으로 냉대를 받은 그녀는 정신이 빠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차린 인하는 유정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정이 집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와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집으로 향하던 설이를 붙잡고 행패를 부립니다. 그렇게 도로에 내던져진 설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이 무슨 막장극인지 알 수 없는 전개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무엇을 위한 마무리인지 알 수가 없게 하니 말입니다.

 

정이의 성장기도 아니고, 정이와 설이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 이 드라마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결국 백인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설이를 위한 남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망나니 누나도 챙기며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멋진 남자 백인호만이 '치인트'에서 빛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타고난 사이코 유정은 끝내 변화를 이끌지 못한 채 주저안고 말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정이와 설이가 다시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맺을지 아니면 그렇게 남남이 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둘이 행복한 결말을 가지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엉망이 된 드라마는 이미 산으로 올라간 후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오직 백인호만이 멋진 오빠, 동생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박해진의 분량도 문제이지만 그를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큰 문제가 있었음은 마지막을 향해가며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드라마 '치인트'는 서강준을 위해 준비된 드라마였음이 더욱 명확해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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