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9. 09:56

육룡이 나르샤 유아인 눈빛으로 완성한 역대급 존재감

예고된 '왕자의 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도전을 죽이고 세자의 자리를 빼앗아 왕이 되려는 이방원의 선택은 그렇게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이방원의 마력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극에서 이방원을 그려왔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존재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방원에 대해 피의 군주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자신이 권력을 가지기 위해 형제들을 죽였고, 정몽주와 정도전이라는 당대 최고의 두뇌들을 죽인 그는 분명 포악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현재의 시점으로 과거를 대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 군주는 거의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오늘 방송에서도 유아인이 연기한 이방원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그 어떤 사극에서도 등장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인 유아인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운명과도 같았던 '왕자의 난'을 앞두고 고뇌하는 이방원의 모습과 결단을 내리고 정도전을 치러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웅장함과 비장함은 최고였습니다.

 

무기고를 지키다 이방원에게는 가장 중요했던 조영규가 죽어야 했습니다. 그 죽음은 이방원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조영규의 죽음은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준비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장례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모이는 것조차 불가능했지만, 조영규의 장례식에 모인 그들은 정변을 모의할 수 있었습니다.

 

 

합법적으로 모일 수 있는 시간 그 기간 동안 이방원은 철저한 계획 하에 정도전과 세자를 치기로 결정합니다. 문제는 성 안으로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들어올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의 움직임도 즉시 정도전에게 보고가 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움직임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이방원에게 더 큰 난제는 명의 주원장이 죽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준비를 마치지도 못한 상황에서 주원장 사망 소식은 요동 정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요동 정벌을 앞두고 이성계는 아들들을 모두 모와 자신과 함께 전장에 나가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세자를 놔두고 형들이 아버지와 함께 전장에 나서게 되면 모든 것은 정도전의 계획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냈던 이성계와 아들들. 물론 이방원만이 문무를 겸비한 인물일 뿐 다른 형제들은 전장에서 큰 존재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양을 떠나 전쟁을 하게 된다면 어린 세자는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이는 곧 그들이 죽음과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왕이 되는 순간 모든 형제들은 스스로 권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제거 대상 1순위가 되던 시절.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세자로 책봉된 것은 형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타이밍이 되었습니다.

 

합법적으로 군대를 성내로 들어서게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방원의 사람인 이숙번이 중전의 능 관리를 하는 날에는 합법적으로 부대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요동 정벌을 위한 출정일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입니다.

 

출정일은 20일이고 이숙번의 당번일은 26일 상황에서 고뇌를 거듭하던 이방원은 하늘이 도왔습니다. 나이 든 이성계의 몸이 정상이 아니었고,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출정일을 일주일 미루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운명처럼 요동 정벌 출정일은 이숙번이 부대를 움직일 수 있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반촌에 있던 무기고에서 조영규가 죽고 주변에 있던 피를 통해 그 안에 많은 무기가 숨겨져 있음을 분이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분이는 이를 정도전에게 알릴 수 없었습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반촌에 있던 이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은 결국 '왕자의 난'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이후 분이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어렵게 무기를 반촌에서 빼오고 합법적으로 성내로 들어온 군사들은 무기를 받았습니다. 사병 혁파로 인해 무력해졌던 그들이 500명의 군사와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방원 등 주요 인사들을 감시하던 정도전 사람들은 죽어갔고, 요동 정벌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그들은 이방원이 난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경의 종이 울리자 이방원은 아내 민다경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시작된 서글픈 음악과 비장한 이방원과 그의 사람들의 움직임은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섬뜩해서 오금이 저릴 정도였습니다. 예고된 비극 앞에 그들의 비장미는 더욱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무휼의 할머니가 방지에게 전쟁에 나가 죽지 말라고 손자에게도 줬던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목걸이. 강한 믿음을 주는 그 목걸이를 사랑하는 연희에게 해주며 꼭 살아있으라고 당부하는 이방지의 모습은 그래서 더 서글펐습니다. '뿌나'에서 드러났듯 이방지는 홀로 초야에 묻혀 사는 야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지에게 갑옷을 만들어주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집으로 향하는 연희는 행복했습니다. 과거 이루지 못한 사랑이 이제 완성되어 간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 환한 미소와 이방원의 장엄한 모습이 교차되면서 '육룡이 나르샤'의 마지막 장면은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예고편마저 숨도 못쉬게 만드는 '육룡이 나르샤'도 이제는 4번의 회 차만 남겨두었습니다. 정도전이 자신을 죽이러 온 이방원에게 "고단 하구나 방원아"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예고편은 그것만으로도 묵직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눈빛으로 완성해낸 유아인의 존재감은 다음 이야기에서 폭발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잔인할 정도로 매력적인 유아인의 완성은 곧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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