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3. 10:29

시그널 종영, 살아난 조진웅과 열린 결말이 반가운 이유

시청자들이 그렇게 마음 조렸던 조진웅이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우려했던 그런 말도 안 되는 해피엔딩도 아니었습니다. 열린 결말로 그들은 마지막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도 이게 비극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희망을 가진 행복이었으니 말입니다.

이재한 형사가 죽었던 그날 그는 각성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현재의 해영이 수현을 구하기 위해 총에 맞아 숨져가던 중 죽음과 삶은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의 해영은 응급실로 실려 가는 구급차 안에서도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과거는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상을 피해갈 수 없었고, 해영은 이미 심정지를 당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곧 숨졌습니다.

 

해영을 되살리는 방법은 과거의 재한이 죽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과거는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재한은 다시 위기에 몰렸고 총성도 울렸습니다. 그 자리에는 안치수가 여전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재한은 동료였던 형기대를 불렀고 극적인 순간 안치수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혼란을 틈타 김범주는 도망을 쳤지만 재한은 살았고, 안치수는 잡았습니다. 그렇게 과거가 바뀌고 해영은 깨어났습니다. 총상도 없고 자신의 기억조차 바뀐 현실. 이혼한 가정이 아닌 행복한 가정 속에서 살아왔던 해영은 모든 진실을 밝혀준 재한처럼 강직한 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박해영의 형인 선우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고 가족이 함께 행복하기를 원했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 재한. 그는 진짜 형사였습니다. 그런 재한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어린 해영은 그렇게 형사가 되었습니다. 바뀐 과거를 찾아 재한을 찾아 그 집까지 찾았지만 그는 여전히 실종 상태였습니다.

 

수현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그녀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과거 재한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도 도주한 김범주를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그가 김범주를 잡고 싶었던 것은 그 뒤에 있던 장영철 의원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을 '진양 신도시 개발 비리 자료' 때문이었습니다.

 

김범주를 찾는 것은 재한만은 아니었고, 그는 그렇게 현장에서 장 의원이 보낸 조폭들에 의해 맞아 죽었습니다. 가방 안에 그 자료가 있음을 안 재한은 도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해영을 위해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32-6'이라는 메모는 해영만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해영의 인주시 집 주소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15년 전 재한이 보낸 서류 봉투를 확인하게 됩니다. 자필 편지와 함께 담긴 디스켓은 현실 속 장영철 의원을 궁지로 모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실종된 후 걸려왔던 전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전화기 저편의 상대가 재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수현은 전화번호를 찾아 그 지역에서 찾아다녔습니다. 해영 역시 서류 봉투의 소인이 찍힌 그 지역을 찾았다 해영과 수현은 과거가 바뀐 후 처음으로 마주했습니다.

 

사라진 재한은 살아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자신의 힘으로는 장 의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김범주가 검찰하고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는 요양 병원에 있었고, 재한은 아버지와 은밀하게 만나왔습니다.   

 

'2월 5일 정현 요양 병원에 가지 마라'는 익명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수현은 그곳에 재한이 살아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수현과 해영은 재한을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장 의원 측도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재한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조폭을 동원했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뒤지는 조폭들과 여유롭게 병상에서 일어선 재한.

 

강원도 어딘가에 있는 요양 병원을 향해 가던 수현과 해영은 그렇게 재한과의 인연을 떠올렸습니다. 강직한 형사로서 살아왔던 재한.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는 그 발언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형사의 모습을 현재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고 강렬했습니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수현과 해영을 기다리던 재한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무전기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가 바뀐 상황에서 해영은 찾을 수 없었던 무전기를 누군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작가나 감독, 배우들까지 시즌2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 장면은 시즌제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세 남녀는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뀌었습니다. 수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었던 재한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던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시그널>의 마지막은 미국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했을 듯합니다. 시즌제로 이어지는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열린 결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시즌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제작진과 배우만이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열렬하게 원하는 시즌2는 당연해지니 말입니다.

 

16부작으로 만들어진 <시그널>은 어느 한 편을 놓고 봐도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뛰어난 작가와 섬세한 감독,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만든 <시그널>은 한국 드라마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조진웅의 열린 결말이 반가운 이유는 그래서 입니다. 그의 삶이 곧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그널>은 우리에게 패배 의식을 벗고 삶에 희망을 가지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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