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0. 13:31

이경규 마리텔을 신의 직장으로 만든 사나이

이경규가 괜히 이경규는 아닙니다. 이제 한 물 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기성 개그맨들에게 무덤으로 제공되고 있는 마리텔에 등장해 집에서 누워 개들과 노는 이경규의 모습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눕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이경규는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방송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엄청 노력을 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스튜디오도 아닌 자신의 집에서 그저 누워 개들과 노닥거리는 것이 전부였던 이경규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경규가 한 것이라고는 자신의 집에서 드러누워 자신이 키우는 개와 노닥거리고 전화를 하는 등 일상의 모습이 전부였습니다. 말 그대로 몰카를 보는 듯한 그의 일상이 이렇게 큰 관심을 끈 것은 그게 바로 이경규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그의 명성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방송에서는 김구라, 유민주, 송경아·박승건, 이경규, 김동현·추성훈이 생방송 대결을 벌였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하차하지 않는 김구라를 제외하면 제법 다양한 이들이 출연했습니다. 낯선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1위를 차지했었던 김동현이 이제는 추성훈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만들어냈습니다.

 


 

김동현과 추성훈이 만들어내는 방송은 역시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보여주었습니다. 둘 다 예능에서도 재능을 보여주었던 그들이라는 점에서 오늘 방송도 기대되었고, 그만큼 재미를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자동 1등이 되는 이경규가 문제였습니다.

 

많은 출연자가 등장했지만 이경규의 눕방을 능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는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인 시각이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경규 팬들에게는 그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니 말이지요. 시기를 잘 선택하고 활용하는 능력 자체는 뛰어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경규는 여유롭게 집에서 반려견 뿌꾸가 낳은 여섯 마리 새끼들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른 예능에서도 등장했던 반려견이 새끼를 낳았고 이를 적극 활용한 방송은 의외로 큰 반항을 불러왔습니다. 내용보다는 이경규가 마리텔에 출연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온 것으로 보입니다.  

 

박명수가 웃음 사망꾼이 되고 정준하가 논란을 위한 논란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등 유명 연예인들의 무덤이 되었던 그곳에서 이들은 다들 높은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이경규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경규가 과연 마리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지 궁금한 시청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한다고는 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이런 상황을 위한 임기응변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반려견과 노는 것도 지겨워 아예 누워서 방송을 하며 이게 바로 자신이 진정 원했던 방송이라는 말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눕방의 시대'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엔딩은 그저 분양만 하면 된다는 그는 그렇게 마리텔을 장악했습니다. 워낙 독특한 방식이 환영받는 사회이다 보니 이런 흐름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다하는 방식이 아닌 색다름이 성공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경규는 이번에는 그 미묘한 차이에서 승자가 되었습니다.  

 

웃음 사망꾼을 양산하는 마리텔마저 신의 직장으로 만들어버린 사나이 이경규는 백전노장입니다. 그 오랜 시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온 이경규의 힘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셈입니다. 이경규가 아닌 다른 출연자가 이런 방송을 했다면 손가락질을 받았겠지만 지명도 높은 이경규에게는 어떤 것도 환영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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