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6. 08:38

기억 이성민 갓성민되어 시그널과 세월호를 이야기 하다

이성민이 왜 갓성민이라고 불리는지 드라마 '기억'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비록 최근의 트랜드와 달리 묵직한 주제로 인해 큰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낮은 시청률과 달리 '기억' 담고 있는 주제와 배우들의 연기, 작가와 감독의 역량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그 어떤 드라마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최고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 이야기는 우리는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경험했습니다. 막장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하고, 때론 매력적인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부여해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억>만큼 효과적으로 알츠하이머를 다룬 드라마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어 보입니다.

 

잘나가던 최고 로펌 에이스 변호사 박태석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지만 이내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부인이 존재합니다. 그 지독해지는 현실 속에서 가장 강한 힘으로 자신을 지탱해주는 부인과 가족을 위해 힘을 내기 시작한 박태석 변호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최고입니다.

 

장모님에게 사다준다며 초밥을 산 태석은 집이 아닌 전부인인 은선의 집으로 향합니다. 아들 동우에게 초밥을 먹이겠다며 해맑게 웃는 태석에게 분노하며 뺨을 때리는 은선은 황당해했습니다. 15년 동안 아들을 잊고 살았던 전남편이 최근 들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나선 영주는 은선의 집 앞에 놓인 초밥을 보며 뭉클해집니다. 남편이 다시 이곳을 찾았다는 사실과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먹을 수 없는 숨진 동우가 좋아하는 새우 초밥을 사간 남편의 마음이 무엇인지 영주는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남편을 발견한 영주는 서럽게 울며 잃어가는 기억에, 그리고 잃었던 아들이 자꾸 자신 앞에 나타난다며 우는 태석을 위로합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현명하며 사랑스러운 남편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부인 영주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서 수면제를 들고 있는 남편에 놀라 약을 모두 변기에 버리고 나오는 영주. 그런 부인이 어떤 상상을 했는지 알고 있는 태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을 두려워하는 부인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인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결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태석의 다짐은 그렇게 머리가 아닌 녹음기를 통해 기록했습니다.  

 

남편이 잊을 수 없어 하고 애써 잊는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위해 새우 초밥을 사서 동우가 묻힌 수목장을 찾은 영주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뭉클하게 했습니다. 처음 만난다며 나무를 어루만지며 남편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영주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15년 전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라는 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캐고 있던 은선은 공중전화에서 전화는 남자를 확인하기까지 합니다. 그 CCTV 영상을 보던 태석은 자신이 로펌 화장실에서 봤던 청년을 떠올립니다. CCTV에서 전화기를 손수건으로 감쌌던 이 남자가 화장실 손잡이도 손수건으로 감싸는 장면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이들의 대립은 마치 드라마 '시그널'처럼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르 자체가 달라 두 드라마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가치는 분명 같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기억'을 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하게 4월 16일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라고 봅니다. 2년 전 어처구니없게 갑작스럽게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이 참사로 인해 수백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길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벌써 2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이 사건은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그저 희생자 가족들에게 돈이나 쥐어주면 끝이라는 태도부터 아이를 가슴에 묻은 가족들에게 '시체 장사'나 한다는 자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에 당선되는 이 황당한 현실은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사입니다. 

아이를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원인과 이유를 알아도 아픈 기억일 텐데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속이 편할 부모는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기억'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를 다시 기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에 대한 추구는 그저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드라마 '기억'과 '세월호 참사'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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